삼성-LG 'OLED 전쟁' 막후

2013.04.19 14:39:51 호수 0호

세계시장 놔두고…안방서 '치고받고'

[일요시사=경제1팀]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다"라는 말이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간 기술 유출 공방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임직원과 삼성의 전·현직 연구원들의 불구속 기소로 먼저 웃은 쪽은 삼성디스플레이였다. 그러나 경찰이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이번에는 LG디스플레이가 웃었다.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구일까?


삼성디스플레이(SD)와 LG디스플레이(LGD)의 기술 유출 공방의 시작은 지난해 7월 LGD가 SD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먼저 웃은 쪽은 SD다. 당시 검찰은 SD의 OLED 기술을 LGD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전 SD 연구원과 이를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LGD 임직원 등 11명과 LGD 및 협력사 YAS 법인을 각각 기소했다. 검찰은 OLED 시장규모를 90조원으로 보고, 이 사건으로 인해 SD가 30조원의 매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9개월간의 혈투

이후 SD는 LGD가 조직적으로 자사의 기술을 빼갔다고 맹비난하며 법원에 OLED 기술 관련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그러자 LGD는 "진행 중인 사항을 확정 사실처럼 왜곡하고 있다"며 SD와 삼성전자 두 곳에 특허침해금지와 손해배상 소송을 내며 맞불을 놓았다. 양사는 각각 2건씩 총 4건의 소송을 제기하며 감정싸움을 벌였다.

사태가 악화되자 올 초부터 정부가 중재에 나섰고 양사 사장은 회동을 통해 특허 협상과 관련된 대화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후 양사는 각각 1건씩의 소송을 자진 취하했고 실제로 실무 협상을 시작하면서 사실상 화해 모드에 돌입했다.

현재 남은 2건의 소송에는 LGD의 OLED 기술 7건과 SD의 LCD(액정표시장치) 기술 7건 등 총 14건의 기술이 걸려있다. 양사는 협상을 통해 특허침해 여부와 관련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따진 뒤 필요한 정산절차를 밟아 분쟁을 매듭짓기로 하고, 실무협상팀을 꾸려 현재까지 두 차례 협상을 벌였다. 업계에서는 협상 결과에 따라 전면적인 크로스라이선스(특허공유)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9일 SD가 LGD의 OLED 패널 기술을 빼낸 혐의로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날 SD의 아산, 천안, 기흥에 위치한 3개 사업장과 본사 등 4곳을 방문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주로 OLED TV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 사무실을 집중적으로 압수수색해 컴퓨터에 저장된 관련 자료와 서류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SD와 LGD의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경찰은 지난달 말부터 SD가 LGD의 협력사의 OLED TV 패널 관련 제조기술을 빼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SD가 LGD 협력사를 통해 기술을 빼돌리려 했다는 혐의에 따른 증거 확보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남 SD 사장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김 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 관련해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의혹으로 제기된 것과는 전혀 다른 기술과 설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기술유출 공방전 이전투구 양상
처음 SD 쪽으로 기울다 LGD 대반격…결과는?

또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세계 시장점유율 98%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기술이 나가는 것을 걱정할 상황이다"고 밝혔다. 갤럭시S 시리즈 등 스마트폰에 쓰이는 소형 OLED 패널 분야에서 이미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의 기술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경찰의 수사가 중소형 OLED 패널이 아니라 최근 LG가 처음 양산에 성공한 TV용 대형 OLED 패널 기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LG는 올 초 세계 최초로 55인치 OLED TV를 출시했다. 이 TV에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WRGB' 방식의 OLED 패널이 탑재됐다. 반면 삼성은 'RGB' 방식을 고수하면서 대형 OLED TV 양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삼성도 WRGB 방식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RGB는 적색·녹색·청색 유기물을 수직으로 쌓고서 컬러필터로 색상을 구현하는 방식이며 RGB는 적·녹·청으로 발광하는 유기물을 유리기판에 수평으로 증착하는 방식이다.

LGD는 공식 입장을 통해 "이번 압수수색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자사의 협력업체를 통해 대형 OLED 패널 기술을 빼냈다는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고 밝히면서 김 사장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그와 같은 혐의가 사실이라면 업계의 자연스러운 인력 이동을 문제 삼아 자사를 조직적인 범죄 집단으로 호도해 온 경쟁사의 행태는 '뭐 뭍은 개가 겨 뭍은 개를 나무랐던' 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해 분위기 속에 불거진 이번 SD에 대한 경찰의 수사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제 막 본 궤도에 오른 양사 간의 특허 협상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사 모두 이번 압수수색과는 별개로 특허 협상을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LGD 측이 비난의 수위를 높인 만큼 협상은 한동안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협상 어렵나?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기본 태도에 결정적인 변화만 없다면 협상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양사의 특허 협상에 변수가 될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한편 논란이 된 OLED는 LCD 액정과는 달리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질로 반응 속도가 1000배 이상 빨라 뛰어난 화질을 구현할 수 있으며 별도 광원(백라이트)이 필요 없어 패널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고 전력 효율도 뛰어나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린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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