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울린 ‘에스비엠 사태’ 후폭풍

2013.04.17 16:47:08 호수 0호

서방파? PJ파?…조폭 연루설 ‘솔솔’

[일요시사=경제1팀] 영업이익률 30%짜리 알짜 회사가 순식간에 거덜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조폭이 연루된 전형적인 ‘기업 사냥’이라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조폭들은 진화 아닌 진화를 했다. 과거 유흥주점 주도권을 놓고 생선회칼을 휘두르던 ‘깍두기 형님’이 기업 인수합병, 주가조작 등의 금융기법에까지 마수를 뻗치다 적발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위폐 감별기 1위 업체인 에스비엠. 지난해 매출 278억원, 영업이익 73억원을 달성한 우량 중소기업이 대표의 갑작스러운 횡령으로 상장폐지됐다. 우량회사에 투자했다 당한 소액주주들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지사장 앉히고…

최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5일 경영진이 회삿돈 200억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업무상배임)로 에스비엠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월 새 대표로 취임한 김모씨는 양도성예금증서(CD) 90억원과 예금 60억원을 포함해 최소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 기업의 경영진 양수계약 과정에서 회사 내 CD가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제공이 되고 인수자금을 마련한 경위가 확인됐다.

그러나 해당 경영진은 대표이사로서의 권한이 전혀 없는 이른바 ‘바지사장’일 뿐이며, 횡령의 배경에 폭력 조직 범서방파와 국제 PJ파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현재 회사를 살리겠다고 나선 이들 중 상당수가 코스닥기업 M&A를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상장폐지된 전력이 있어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입장이다.

에스비엠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내 보유 현금만 250억원 이상 있던 회사였다. 지난 3년간 순이익만 200억원이 넘어 이변이 없다면 앞으로도 매년 수십억원이 이익 잉여금이 쌓이는 구조인 회사였다. 그랬던 에스비엠이 구설수에 휘말리게 된 것은 지난해 말 창업주가 경영권을 매각하면서부터다.


에스비엠 경영권을 인수한 T사는 자본금이 1억원에 불과했지만 사채 자금을 260억원 이상 끌어들여 에스비엠을 인수했고, 2월 중순 4000원대 중반이던 주가는 3월 26일 1645원까지 밀렸다. 그리고 다음날 에스비엠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거래정지 됐다. 단 한번의 M&A로 수백억원 현금을 쌓아놓은 우량 기업이 순식간에 망한 것이다.

에스비엠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알려진 것은 전 대표이사가 현 대표이사를 고발하면서부터다. 더 이상 불법적인 행위들을 방치할 수 없어 현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소했다는 것이 전 대표측의 설명이다.

수십억 흑자 내던 우량기업…M&A 후 폭삭
조폭 사채업자 작품? 경찰 개입정황 포착

전 대표측은 “회사의 자산인 CD나 자사주 등이 정상적인 처분결의 없이 회사 외부로 반출된 사실 등을 인지하고, 현 대표이사에게 원상회복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부사장, 전무등의 회사 출입을 막고 회사 내부의 인사규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해임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또 “우량한 상장회사가 기업사냥꾼 및 조폭, 사채업자들로 인해 망가졌다”며 “현재 김 대표가 인수자금을 차용한 사채업자 등에게 인수자금의 담보 명목으로 회사의 자산을 제공한 것으로 보여지며, 감사 회계 법인으로부터 계속 현금시제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받아왔으나 전혀 소명을 하지 못해 감사보고서 작성이 연기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 인터넷 증권 게시판에는 에스비엠이 조폭이 연루된 ‘기업 사냥’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자신을 국제PJ파 간부의 아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범서방파 김모씨가 ‘S사 돈 200억원은 언제든 빼돌릴 수 있는 돈’이라며 투자를 권유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갖고 있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사법 당국도 조폭개입 정황을 어느 정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일부 조직폭력 세력이 에스비엠에 대한 횡령, 주가 조작 등을 논의한 녹취록 등을 입수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자금흐름을 수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조직폭력배와 기업사냥꾼, 사채업자가 손잡고 우량기업을 망가뜨린 대표적인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진화한 기업형 조폭은 주로 코스닥 상장회사를 노려 사채업자 또는 기업사냥꾼과 공모해 회사 경영권을 탈취하고 자금을 횡령하는 등의 수법으로 해당 회사와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다”며 “겉으로는 김씨가 자금을 횡령한 것 같지만 그는 바지사장일 가능성이 농후하며 실질적인 소유권은 조폭에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폭이 사채업자와 짜고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적발된 사례는 과거에도 적지 않다. 지난 2004년 4월 서울중앙지검은 기업의 인수·합병(M&A) 과정에 개입해 기업사냥꾼에게서 수억원을 갈취한 ‘양은이파’ 부두목과 회삿돈을 횡령한 ‘서방파’ 부두목 2명을 구속했고, 2006년 1월 주식투자 손실금을 물어내라며 주가조작 전문가를 협박해 거액을 뜯어낸 ‘벌교파’ 두목 등 2명을 구속한 바 있다.


일부러 접근했나

2010년 5월에는 무자본으로 코스닥 회사를 인수한 뒤 161억원을 가장납입해 주가를 조작하고 44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범서방파’ 조직원 등 5명이, 6월에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코스닥 회사를 인수해 20억원의 공금을 빼돌린 ‘콜박스파’ 조직원 등 5명이 각각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 한 관계자는 “경제범죄에 성공한 조직폭력배는 여러 개의 코스닥 상장사를 운영하면서 건실한 사업가로 위장해 정ㆍ관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고 비호세력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직범죄의 변화양상에 대응해 전문적이고 특화된 수사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에스비엠은?

에스비엠은 국내 유일 상장 위조지폐감별정사기 제조업체다. 에스비엠의 출발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에서 팩시밀리를 연구하던 개발진들이 지난 1995년 창업해,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을 응용해 2002년 첫 제품을 내논 후에 가파른 성장을 이어왔다. 에스비엠은 전 세계 40여 개국의 금융기관, 대형할인점, 카지노에 지폐계수기를 공급하고 있다. 

주력 상품인 위폐감별 지폐계수기 SB-시리즈는 첨단 소프트웨어를 탑재하여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고기능 지폐 계수 장비이다. 

세계 약 60개국 지폐의 위조 여부를 감별할 수 있을 뿐아니라, 권종을 인식하고, 신 구권을 구별해내며,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추출해 낼 수 있는 등의 복합기능을 가지고 있다. 2007년 12월 신우아이티를 흡수 합병했고, 계열사로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체인 (주)엔터박스미디어그룹이 있다. <아>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