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특집④> 대한민국 新권력지도-30대 재벌그룹 서열 판도

2009.05.19 09:35:59 호수 0호


1996년 이후 30위내 대기업 가운데 50%만 생존
IMF 파고 결정적 계기 … 총수 비리 몰락 부채질

1996년 5월 <일요시사>가 창간된 이래 지난 13년 동안 재계엔 적잖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외환위기(IMF)와 경영진의 비리로 무너지거나 휘청거린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위기를 기회 삼아 급격히 사세를 불린 기업도 있다. 창간 13주년을 맞아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총액 기준으로 13년 전과 현재의 재계 서열을 비교해 봤다.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난 13년간 재계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외환위기(IMF)다. 이는 1990년대 말을 전후해 재계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실제 이 시기를 겪으며 30대 재벌그룹 중 절반 정도가 ‘물갈이’된 상태다. 이 와중에 총수들의 비자금 조성 등 불법 행위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그룹의 처참한 몰락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2001년부터 삼성 선두
현대그룹 방계 명맥만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현재 자산총액 기준으로 국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1위는 삼성그룹(174조9000억원)이다. 삼성그룹은 1996년만 해도 현대그룹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1999년 대우그룹에까지 밀려 3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01년부터 지금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범삼성계 기업들의 활약도 눈여겨 볼 만하다. 1991년과 1993년 독립경영을 선언한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은 꾸준히 몸집을 불려 각각 재계순위 19위(12조원)와 17위(12조3000억원)에 올라있다.

삼성그룹에 ‘톱’자리를 내준 현대그룹은 2001년 ‘왕회장’(고 정주영 창업주)이 세상을 뜬 직후 뿔뿔이 흩어졌다. 현대그룹은 1987년 공정위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이 시작된 이후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영원한 절대강자일 것 같았던 ‘현대 왕국’도 IMF 파고를 넘지 못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과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등 핵심계열사의 부채가 증가하면서 경영난이 심화됐고, 2000년 형제간 재산을 놓고 갈등이 불거진 이른바 ‘왕자의 난’등의 분란을 겪은 끝에 구조조정과 계열분리 수순을 밟았다.

다만 당시 떨어져나간 현대차그룹(2위·117조2000억원), 현대중공업그룹(6위·40조9000억원), 현대그룹(16위·12조6000억원), KCC그룹(29위·6조6000억원) 등 ‘현대’방계기업들이 3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려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현대백화점그룹(31위·5조9000억원), 현대산업개발(33위·5조7000억원) 등은 40위권에 랭크돼 있다.

삼성·현대그룹과 함께 재계 ‘빅4’로 꼽히는 LG그룹과 SK그룹은 큰 변화가 없었다. 1996년 각각 3위와 5위였던 이들 기업은 현재 자리만 바뀌어 SK그룹이 3위(85조9000억원), LG그룹이 4위(68조3000억원)를 기록하고 있다.

LG그룹은 2003년 LS그룹에 이어 2005년 GS그룹이 알짜 계열을 갖고 분할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두 기업은 분리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둬 30위권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GS그룹은 7위(39조원), LS그룹은 15위(12조8000억원)다.

SK그룹은 2003년 촉발된 SK글로벌 사태와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 등 혹독한 시련을 겪었지만 13년 전에 비해 오히려 순위가 상승했다.

이처럼 약진이 두드러진 기업도 적지 않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STX그룹, 대한전선그룹이 대표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지난해 대한통운 등 초대형 M&A를 성사시키면서 1996년 11위였던 재계 순위를 8위(37조6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STX그룹은 2000년 창립 10년도 안 돼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성장 비결은 역시 M&A다. STX그룹은 2000년 STX중공업(옛 쌍용중공업)을 시작으로 2001년 STX조선(옛 대동조선), 2002년 STX에너지(옛 산단에너지), 2004년 STX팬오션(옛 범양상선) 등을 차례로 먹어치우면서 재계 판도를 바꿨다.

IMF 때 무너진 기업
받아먹고 몸집 불려

대한전선그룹(23위·8조6000억원)도 2002년 무주리조트, 2004년 쌍방울(현 트라이밴즈), 지난해 남광토건, 대경기계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재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외에 ▲롯데그룹(10위→5위·48조9000억원) ▲한진그룹(7위→9위·29조1000억원) ▲두산그룹(12위→10위·27조3000억원) ▲한화그룹(9위→11위·24조5000억원) ▲동부그룹(23위→18위·12조3000억원) ▲대림그룹(13위→20위·11조원) ▲효성그룹(17위→24위·8조4000억원) ▲코오롱그룹(20위→30위·5조9000억원) ▲동국제강그룹(18위→26위·8조1000억원) 등은 1996년이나 지금이나 3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화려한 시절을 보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재벌그룹도 한둘이 아니다. 13년 전과 현재의 30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현황을 살펴보면 30개 기업 중 무려 15개 기업이 붕괴되거나 명단에서 제외됐다.


1996년 4위에 오른 대우그룹은 1999년 잠시 삼성그룹을 제치고 2위에 등극했지만, 복잡한 채무관계로 결국 그해를 넘기지 못하고 공중분해됐다.

당시 6위까지 올라갔던 쌍용그룹도 무리하게 자동차산업에 진출했다가 빚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에 빠져 계열사들을 팔아치우다 마지막 남은 모기업인 쌍용양회마저 무너지면서 몰락했다.

1998년 현대차그룹으로 흡수된 기아그룹은 1996년 8위까지 올랐으나 부실 경영으로 이듬해 30대 기업에서 빠졌으며, 22위였던 한솔그룹도 이동통신 등 무리한 신규사업을 진행한 탓에 뼈를 깎는 경영정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IMF 이후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또 ▲한보그룹(14위) ▲동아건설(15위) ▲한라그룹(16위) ▲진로그룹(19위) ▲고합그룹(24위) ▲해태그룹(25위) ▲삼미그룹(26위) ▲한일그룹(27위) ▲극동건설(28위) ▲뉴코아그룹(29위) ▲벽산그룹(30위) 등도 1996년 한창 주목받다가 무리한 차입경영의 부담을 이기지 못한 채 줄줄이 쓰러졌다.

승승장구하다 불과 2∼3년 만에 주저앉은 이들 기업의 총수들은 대부분 횡령이나 배임·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사기 대출 등 부도덕한 행태가 탄로나 한국 경제를 망친 장본인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만간 한차례 더 재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재벌그룹들은 ‘부실기업 척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금융권의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쉽게 자산을 내놓지 않을 기세다. 나아가 ‘위기는 곧 기회’란 신념으로 공격적인 투자도 불사할 태세까지 엿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뒤
재계 지각변동 예고

이대로 국가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불황기만 한 투자 시점이 없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가 입이 닳도록 재계에 주문하는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리 금융위기 돌파 비책으로 ‘안전빵’이 급선무라지만, 언제까지 허리띠만 졸라 맬 순 없는 노릇. 결국 현금창고를 채우려면 수익창구를 두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 방’에 뛰어오를 수 있는 M&A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숨에 재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매머드급 매물들이 즐비한 탓이다. 현재 M&A시장엔 대우조선해양(13위·16조7000억원), 하이닉스(14위·13조4000억원), 현대건설(21위·9조3000억원) 등 재계 서열을 들썩이게 할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은 리스크를 감안해 조심스럽지만 금융위기 먹구름이 거치는 대로 속속 M&A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기업은 대형 매물들을 상대로 이미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재계 서열의 재편이 예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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