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측근?" 정수장학회 출신 인맥 지도 대공개

2013.04.08 13:58:03 호수 0호

"그렇게 욕먹고도 못 놓는 이유 여기 있었네"

[일요시사=정치팀] 정수장학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김삼천 전 상청회 회장을 최필립 전 이사장의 후임으로 임명하면서 논란이 또다시 거세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수장학회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수장학회의 막강한 인맥 지도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정수장학회는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자진 사퇴한 최필립 전 이사장의 후임으로 김삼천 전 상청회 회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상청회는 정수장학회의 장학금을 받은 졸업생들의 모임이다.

김 이사장은 대구 출신으로 영남대를 졸업했다. 이후 방림방적에서 기업인으로 활동하다 지난 2005년부터 2012년까지는 상청회 회장을 맡았고, 박 대통령이 30년 넘게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한국문화재단에서 2009년부터 3년간 감사를 지냈다.

최필립은 갔지만
만만찮은 김삼천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2005~2011년에는 상청회 회장 자격으로 한 해를 빼고 매년 최고한도인 500만원씩 모두 30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내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사퇴한 최 전 이사장의 잔여임기인 2014년 3월까지 정수장학회를 이끌게 된다.

김 이사장의 선임에 야권은 발칵 뒤집혔다. 민주통합당은 "김 신임 이사장은 박 대통령의 직계심복"이라며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하지 않고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언론을 장악할 의지도 없고 할 수도 없다던 박 대통령이 MBC와 <부산일보> 지분을 가진 정수장학회에 친박 심복을 '바지이사장'으로 앉혀서 대리운영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해 대선기간 정수장학회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미 환원했고 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해 10월에는 최필립 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기획홍보본부장의 비밀회동이 발각돼 박 대통령의 해명이 사실상 거짓이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최필립 가고 김삼천 왔지만 "그 나물에 그 밥"
야권 "정수장학회는 박근혜 사유물" 맹공

최 전 이사장과 이 본부장은 이날 회동에서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을 매각해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를 위해 정치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되지 않겠냐는 대화를 나눴다.

정수장학회는 강제 기부된 김지태씨의 재산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일장학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던 김지태씨를 관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정권으로부터 갖은 협박을 받던 김씨는 1962년 5월25일 문화방송 발행 주식 2만주와 부산문화방송 발행 주식 1만3100주에 대한 포기각서를 작성한 뒤 공소기각결정으로 석방될 수 있었다. 박정희 정권은 이를 바탕으로 5·16장학회를 설립했다가 이후 명칭을 박정희의 '정'과 육영수 여사의 '수'를 따 정수장학회라는 이름으로 개칭했다.

공익재단?
사유재산?

지난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해 "김지태가 헌납한 재산이 공적으로 운영되어야 함에도 5·16장학회를 거쳐 정수장학회로 이어져 오면서 사유재산처럼 관리됐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은 대대로 박 대통령 본인 혹은 친척이나 최측근이 역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직을 약 10년 동안이나 맡았다.

박 대통령은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기간 연간 1억에서 2억원 가량을 보수로 지급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당시 서울교육청은 "이사장의 연봉이 목적사업에 비해 과다하다"며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한편 야권은 그동안 정수장학회 장학생의 모임인 청오회와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를 박 대통령의 외곽 지원단체로 지목해왔다. 정수장학회 장학생은 재학시절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청오회'에 가입하게 되고 졸업하면 자동으로 '상청회' 회원이 된다.

일각에서는 정수장학회 장학생 모임인 상청회가 장학금 지급 대상 학생들로 하여금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 절을 하게하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해야만 장학금 지급을 하는 등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우상화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세력 확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물론 정수장학회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오회와 상청회는 정기적으로 학술·봉사·기부·친목도모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막강한 인맥파워를 자랑하는 단체 중 하나다.

정수장학회 장학생 모임인 청오회 회원 중 상당수는 거의 매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서도 정수장학회 측은 추도식 참석은 장학금을 받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갈 수는 있겠지만 단체의 성격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상청회의 홈페이지 배경화면에 적혀있는 '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휘호를 보면 처음부터 정수장학회가 박정희 일가를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케 한다. 이 휘호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쓴 것으로 물을 마시면서 그 근원을 생각해야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김 이사장도 상청회장 시절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음수사원이란 휘호를 소개하며 "설립자이신 박정희 대통령께서 우리들에게 남겨주신 음수사원의 글귀를 마음 속 깊이 각인해 신뢰받고 약속을 지키는 상청인이 되자"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적인 문제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받았던 은혜를 잊지 말자는 뜻이다.

음수사원
은혜 잊지말자?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온갖 비판을 받으면서도 정수장학회를 놓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62년 설립 이후 정수장학회의 장학금을 받은 이들은 3만8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이른바 '정수장학회 인맥'을 형성하고 우리나라 사회 전 영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정수장학회 이야기만 나오면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정수장학회 출신 인사들이 박 대통령을 후원해왔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미 대통령의 꿈을 이뤘지만 앞으로 국정운영을 원활하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도 정수장학회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강력한 지지기반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수장학회 출신 인사들의 정·재계 인맥 지도는 무척이나 화려하다.

우선 정계 인물들로는 새누리당에 김기춘, 현경대, 김기도, 강성구 전 의원과 김재경 의원, 민주통합당에 손봉숙, 채수찬, 홍창선 전 의원과 오제세 의원, 자유선진당 박선영 전 의원 등이 있다. 그중 김기춘, 현경대 전 의원은 상청회장 출신으로 상청회의 양대 축으로 꼽힌다. 두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원로자문그룹으로 활약했었다.


박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 정수장학회
상청회원 3만8천여 명 각계 고루 포진

법무부장관을 지내기도 한 김기춘 전 의원은 박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김 전 의원은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 파견검사를 지냈으며,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참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05년 한나라당 대표였던 시절에는 코드인사라는 비판에도 김 전 의원을 제9대 여의도 연구소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에서는 박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다.

이와 함께 현경대 전 의원은 정수장학회 1기 출신으로 정수장학회 출신 중 가장 먼저 국회에 진출했다. 현 전 의원은 박 대통령 지지 조직인 한강포럼을 주도했으며,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박 대통령 대선캠프의 제주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또 법조계에서는 신승남 전 검찰총장, 주선회 전 헌법재판관, 허만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성영훈 전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등이 정수장학회 출신이고, 행정관료계에서는 서석준 전 경제부총리,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 임상규 전 농림부 장관 등이 정수장학회 출신이다.

방송·체육계에서도 축구해설가 신문선씨, 양상문 전 프로야구 롯데 감독, 정은아 아나운서 등이 정수장학회 출신이다. 하지만 상청회 회원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영역은 학계다. 상청회 회원 중 약 400명이 현재 전국 각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교수들 중 몇몇은 자발적으로 청오회 회원들을 지도하며 상청회 회원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회계사와 건설회사 대표, 변호사, 병원장, 대학 총장 등 상청회 인사들의 면면은 무척 화려하고 다양하다. 게다가 정수장학회 출신 유력인사들은 앞으로도 계속 배출될 것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러한 강력한 지지기반을 쉽게 포기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끌어주고
당겨주고

한 정치전문가는 "상청회 조직 전체를 박 대통령의 외곽 지지조직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약 4만 명에 달하는 상청회 회원 중 대부분은 장학금만 받았을 뿐 박 대통령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면서도 "다만 상청회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인물들이 박 대통령에게 높은 충성도를 보이며 단단한 지지기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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