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71)

2013.04.01 11:45:03 호수 0호

맞수가 되어 죽기 살기로 쫓고 쫓기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안 좋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대낮에 벌어진 피 말리는 추격전

주문한 사이다가 나오자 나와 채무자는 긴장으로 속이 타는 것을 식히기라도 하듯 거의 동시에 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채무자의 부인도 통화를 끝내고 내 앞자리에 앉으며 나 사장을 안타깝다는 듯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무언가 신호를 보내는 눈치였다. 나는 더욱 경계를 풀지 않았다.

‘혹시’가 ‘역시’로

그때 갑자기 나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야겠다고 했다. 나 역시 소변이 마려워 방광이 터질 것 같았다. 아마 나 사장과 신경전을 벌이며 긴장되다보니 생리적인 현상마저 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나 사장을 앞세우고 호프집 밖으로 나와 건물 옆에 붙어있는 모퉁이 깊숙한 곳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다행이 그곳에는 소변용기가 3개 나란히 붙어있는 건물 상가 공동화장실이었다. 나 사장은 입구 쪽에서, 나는 한 칸 건너 맨 안쪽 용기에서 소변을 보면서도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아니다 다를까, 내가 볼일을 반도 채 보기도 전에 채무자는 벌써 볼일을 끝내고 돌아서 나가는 것이 아닌가.

마음이 다급해졌다. 현 상황으로 보아 분명 도망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미처 볼일을 끝내지 못해 아랫배가 뻐근하였지만, 채무자가 도망가도록 방치할 수만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중간에 나 사장을 따라 화장실 문을 밀치고 나갔다.
채무자 나 사장은 벌써 10여m 앞서 빠른 걸음으로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성급히 뒤따라가면서 그가 도망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정말로 나 사장이 후다닥 뛰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예감을 했다고는 하나 ‘혹시나 한 것이 역시나’로 되어버리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 어어’
당황해하며 잠시 망설이는 사이 채무자는 30여m 앞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야아, 거기 서!”
고함과 함께 반사적으로 도망가는 나 사장을 뒤쫓기 시작했다. 더 이상 주저하며 판단하고 자시고 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 순간부터 무작정 따라가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우리는 서로 쫓고 쫓기는 신세가 되어 죽기 살기로 달리고 또 달렸다. 숨이 목구멍까지 차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무의식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나타나는 가장 많이 내재된 습관적 행동이랄까? 그자가 여러 곳을 놔두고 왜 하필이면 자신이 숨어 지내고 있다가 붙잡힌 그 쪽으로 달려갔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만약 나 사장이 넓은 도로나 다른 곳으로 도망을 갔다면, 낯선 동네 길에 무지한 내가 붙잡을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나 사장은 조금 전 우리들이 함께 걸어온 시장통을 거쳐 동서네 집 방향으로 도망을 간 것이다. 그 골목길은 대로변과 접해 있다가 지대가 낮은 골목길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낮아지며 갈라지는 특이한 모양새였다. 대로변하고 골목길하고 높낮이의 차이가 나는 곳은 약 2m 정도였다. 채무자가 그곳을 돌아서 달려가고 있을 때, 나는 도저히 그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2m 상당높이 아래의 골목길로 훌쩍 뛰어내렸다.

그러자 거리가 갑자기 단축되었다. 불과 나 사장과의 거리는 5m 정도 뒤처져있었다. 나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달렸다. 간신히 나 사장과 한발거리로 좁힐 수 있었다. 그러나 나 사장이 워낙 필사적으로 달려가고 있기에 붙잡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팔을 벌려 낚아챌까? 아니면 확 덮쳐? 아니면 이단 옆차기를 해볼까….’
짧은 순간동안 별 궁리를 다해보았으나 여의치 않았다. 그와 내가 맞수가 되어 죽기 살기로 달리는 처지기에, 팔과다리가 한 박자가 되어 움직여야만 달리는 속도를 유지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액션을 취하고자 한 박자라도 발을 멈추는 순간, 상대방은 나보다 한 발 앞서가기 때문에 다른 행동을 시도 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렇다면 달리 방법이 없다.’
나는 나 사장의 몸 오른쪽 허리 옆에 바짝 붙어 발로 걷어차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그가 숨어 지내던 빌라의 담장 앞까지 왔다. 이제는 생각하고 자시고할 틈도 없었다. 나는 더욱 힘을 내어 나 사장 옆구리에 바짝 따라붙어 오른발로 걷어차려는 시도를 했다.
그런데 순간 갑자기 ‘푸당탕!’ ‘어헉!’하는 괴성과 동시에 나 사장의 몸이 내 눈 앞에서 사라졌다. 나 사장은 도망자의 불안한 심리현상이 말해주듯 달리면서도 뒤를 돌아보며 자신과 나와의 거리를 계속 확인했다. 그러다가 골목길 채소가게 앞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할머니가 놓아둔 플라스틱 빈 채소 통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밟고만 것이다.

계속되는 신경전

나 사장은 졸지에 발에 무언가 밟히자 본능적으로 발을 빼고자 하였으나, 달리는 속도에 의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앞으로 곤두박질치며 시멘트 바닥에 처박혔다.
앞에 달리던 나 사장이 갑자기 앞으로 곤두박질치며 엎어지자, 그와 부딪치며 밀쳐 내거나 아니면 그와 함께 붙들고 뒹굴어 나자빠져야 할 형국이 되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나 사장이 땅바닥에 나뒹구는 것을 목격함과 동시에, 달리는 속도를 이용하여 그의 몸 위로 몸을 날려 훌쩍 건너뛰었다.

나 사장과의 충돌을 간신히 모면하긴 했으나 도망자의 추격을 위해 얼마나 뛰었는지 간신히 참고 있던 숨이 턱까지 차올라 마치 게거품을 내뿜듯 숨을 헐떡거렸다. 입안이 바짝 타고 마른 침이 흘러나왔다. 목이 따갑고 호흡이 가빠져 제대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더 이상 어떠한 다음 행동도 취할 수가 없었다. 그저 헉헉 거리며 상체를 앞으로 숙인 채 양팔을 두 무릎 위에 올려놓고 몸을 지탱하며 5~6m 떨어져 주저앉아 있는 나 사장을 쳐다보았다. 그 역시 양다리를 앞으로 내뻗은 채 양팔을 축 늘어뜨리고 숨을 헐떡거리며 모든 것을 포기한 자처럼 나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모든 것이 일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우리가 그렇게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사이, 어느새 우리 두 사람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마치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생긴 양 우리를 번갈아 기웃거리며 의아한 표정으로 구경을 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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