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불황으로 신흥조폭 늘면서 조폭 경쟁 갈수록 치열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외국인 조폭까지 가세 밥그릇 싸움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외국인 조폭까지 가세 밥그릇 싸움
조직폭력배(이하 조폭)들의 돈벌이 전쟁이 치열하다. 불황으로 먹을거리는 줄어든 반면 신흥조폭은 크게 늘어나 밥그릇 싸움은 날로 험악해지는 양상이다. 예전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업종에도 기웃거리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돈만 된다면 코 묻은 돈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조폭이다. 전통적인 수입원인 사행성 게임업종부터 불법 추심업, 유흥업 등 조폭들의 입김이 더해지면 이들 사업은 한층 더 위험하고 비열하게 변화하기도 한다. 먹을거리를 찾아 나선 조폭들의 돈벌이 행각을 살펴봤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조폭들도 덩달아 날뛰고 있다. 신흥조폭들의 수도 크게 늘었다. 갈수록 강해지는 단속을 피해 새로운 조직들이 하나 둘씩 늘어 팍팍한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위협하고 있다.이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최근 경찰청이 ‘생계 침해범죄 근절대책’ 시행에 따라 올해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조직폭력배를 단속한 결과에 따르면 검거된 621명(구속 179명) 가운데 신흥조직이나 조직성 폭력조직은 전체의 35%인 11개파 222명(구속 7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7개파 135명을 검거한 것에 비해 60%나 증가한 수치다.
물 건너 온 외국인 조폭조폭 경쟁에 가세
여기에 조폭들의 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외국인 조폭들이다.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 물 건너 온 조폭들이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면서 국내에 거주하는 자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들까지 위협하고 있다.최근에는 수년간 금품을 갈취해 온 방글라데시 조폭들이 덜미를 잡혀 외국인 조폭의 실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들은 불법체류중인 동족들을 협박해 상습적으로 금품을 빼앗고 환치기를 해 부당이득을 챙기다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8일 수원, 안산지역에 거주하는 자국인 불법체류자들을 상대로 금품을 빼앗고 불법 환치기를 해온 방글라데시인 조직폭력배 두목 A(35)씨 등 3명을 갈취 및 외국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행동대원 P(39)씨 등 9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최근까지 국내에 입국해 불법체류중인 동족 방글라데시인 250여 명에게 “불법체류사실을 신고하겠다”며 협박 및 폭행하는 수법으로 1인당 30~40만원씩, 28회에 걸쳐 모두 1000여 만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30억원 상당의 불법 환치기로 이득을 챙겼다. 본국으로 돈을 송금하려는 자국인에게 자신들을 통해 송금할 것을 요구한 뒤 5~10%의 수수료를 받아 챙긴 뒤 불법 환치기를 해 온 것. P씨 등은 또 국내에 입국한 뒤 자신들에게 협조하지 않는 불법체류자들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 신고하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모두 15명을 본국으로 강제 출국시켰다.경찰조사 결과 지난 2007년 초부터 자국 식료품점을 운영, 이곳에서 폭력조직체를 구성하며 불법체류자 소재파악조, 협박조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 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그런가 하면 지난해에는 영역싸움을 벌이던 베트남 조폭들의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들은 해묵은 지역감정으로 두 파로 나뉘어 다툼을 벌여왔다. 이들의 주요 활동 무대는 섬유공장이 밀집해 있어 베트남인 노동자들이 모여 살고 있는 서울 장안동. 이들은 가짜 권총을 휴대하고 다니면서 다른 조직원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금품을 빼앗는 등의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 온 조폭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활개를 치며 조폭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이래저래 조폭들의 밥벌이는 힘들어지고 있는 양상이다.이렇다 보니 조폭들이 발을 들이는 사업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이중에서도 최근 조폭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영역은 불법 사채시장이다. 이미 많은 조폭들이 진출해 서민들의 목을 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한때 ‘미수금 받아드립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사채업자들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던 조폭들은 자신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수많은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매력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사채업에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폭력과 협박이라는 자신들의 주 무기를 십분 활용해 사채시장을 주무르고 있는 추세다.
한 조폭 전문가는 “자신들이 가진 힘 하나로 얻을 수 있는 돈이 지천으로 깔려있는데 왜 망설이겠냐”면서 “옛날 조폭이라면 먹고 죽을 돈도 없어 사채시장에 기웃거리는 서민들을 빨아먹는 짓은 안 하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고 전했다.신흥조폭 중에서도 사채시장에 기웃거리는 이들의 수는 적지 않다. 경찰청의 조사에 따르면 신흥조폭의 7.7%가 사채시장에서 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폭들이 사채놀이의 달콤한 맛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지금과 같은 불황기였다. 12년 전 IMF 위기는 조폭에게 자본축적을 할 수 있는 호기를 제공했다. 현금유동성이 부족했던 IMF 시기에 오히려 조폭들은 고리 대부업으로 큰돈을 벌었고 이때 축적한 자본으로 건축, 부동산, 용역 등의 사업을 벌여 더 큰 자금을 끌어 모았다. 이는 폭력조직이 돈을 벌고 세력을 키우는 전통적인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다른 조폭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조폭들이 돈 버는 방식 1단계는 유흥업소 업주 등을 상대로 보호비 명목의 푼돈을 뜯어내는 것”이라며 “2단계는 모인 돈으로 마약밀매, 도박, 성매매 등 불법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고리대금업도 이에 해당한다”며 “마지막으로 건설업, 부동산업 등의 합법적인 영역에 투자해 ‘사업가’란 타이틀을 얻어 겉보기엔 떳떳한 돈벌이를 하는 것이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사채업을 하고 있는 조폭들은 2단계 과정에 들어선 주인공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조폭들이 사채시장에 뛰어들면서 ‘신체포기 각서’ 등으로 살벌한 사채시장은 더욱 험악하고 위험하게 변했다. 빌린 돈을 갚지 않았다가는 ‘깍두기 머리’를 한 건장한 체격의 조폭들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당하는 것이 사채시장의 일상적인 풍경이 된지도 오래다.
변치 않는 수입원 ‘오락실’경찰과 손잡고 영업까지
조폭들에게 쏠쏠한 돈맛을 안겨주는 또 다른 사업은 중고차사업이다. 중고차사업이 수익을 남기기 쉽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헐값에 들여온 차를 간단한 수리를 거쳐 몇 배로 팔아넘기는 것이 가능한 탓이다. 이를 노린 조폭들이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불황으로 중고차시장이 활황을 누리면서 이 틈을 놓치지 않은 조폭들로 인해 중고차시장은 더욱 험악해지고 있다.
한 조폭 전문가에 따르면 몇 해 전부터 호남지역 조폭들이 중고차시장 장악을 위해 서울로 진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전문가는 “서울에 진출한 호남조폭의 수익지역은 또다시 명동시장과 강남시장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명동시장은 아직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S파 영향력이 우세하다”고 귀띔했다.성인오락실 등 사행성게임 시장 역시 조폭들의 좋은 먹잇감 중 하나다. 오락실 등 게임장은 전통적으로 조폭의 먹잇감이었다. 큰 규모의 자금이 흘러 들어올 수 있는 사행성 게임장은 조폭들의 변함없는 돈줄이다.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게임장과 관련된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경찰과 손을 맞잡고 불법 오락실을 운영해 이득을 취한 조폭까지 덜미를 잡혔다. 경찰과 결탁해 기업형 오락실을 운영한 장본인은 안양타이거파 부두목 이모(44)씨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6년 11월부터 최근까지 군포와 안양 일대에서 불법 성인오락실 51곳을 차린 뒤 바다이야기 등 게임기 50~70여 대를 각각 갖추고 영업한 혐의다.
조사결과 이씨는 전직 경찰관과 폭력조직원 등 10여 명을 모아 기계공급과 영업소 계약, 바지사장(명목상 사장), 수금 등으로 역할을 나누는 등 기업형으로 불법 성인오락실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특히 안양과 군포지역 경찰관을 포섭해 단속을 피하고 다른 불법오락실 운영 사실을 이들 경찰관에게 알려 단속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매매업소, 유흥업소 등 ‘여자장사’로 돈 버는 조폭 늘어
경찰은 이와 관련, 지난 2월18일 이씨가 운영하는 불법오락실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돈을 받고 단속정보를 알려준 안양경찰서 김모 경위 등 3명과 군포경찰서 박모 경사를 파면했다.이들은 불법오락실 단속업무를 담당하는 생활안전과, 지구대, 수사과 소속으로 2007년 7~10월 불법오락실 2곳에 3000만~5000만원을 투자하거나 업주로부터 700만~1000만원을 은행통장으로 입금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최근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인터넷 도박사이트에도 조폭들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소위 ‘여자장사’라고 불리는 유흥업소나 성매매업소 역시 조폭들의 변치 않는 수입원이다.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국내와 국외의 유흥업소에 여성들을 팔아넘겨 수익을 남기는 조폭들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비교적 이름난 조직에 몸담은 폭력배들도 성매매알선으로 부당이익을 남기다 적발됐다.부산의 칠성파 조직원인 박씨 형제도 이들 가운데 하나다. 부산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성매매 업소를 운영해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칠성파 부두목이자 해운대지구 총괄자인 박모(41)씨를 구속했다.
박씨 형제는 지난 2004년 1월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한 4층 건물을 인수해 성매매 업소를 차린 뒤 지난 5월까지 불특정 남성들로부터 6만원에서 20만원씩의 화대를 받고 여종업원들과의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 등은 성매매 영업을 통해 모두 4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으며 여종업원들이 성매매 대가로 번 돈의 절반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행한 뒤 ‘마담’시켜쪼잔한 조폭들도 급증
그런가 하면 여대생을 성폭행한 뒤 약점을 잡아 유흥주점을 운영하게 한 ‘쪼잔한 조폭’이 잡혔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폭력조직 칠성파의 조직원 김모(41)씨는 지난 2007년 5월 초 부산 모 대학에 재학 중인 여대생 손모(24)씨를 성폭행 한 뒤 이를 약점 잡아 손씨 명의로 유흥주점을 개업해 3년 동안 일을 시키고 1000여 만원 상당의 빚까지 떠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이 사실을 알게 된 손씨의 모친이 항의하자 “학교에 딸과의 관계를 폭로하겠다”며 수십 차례 협박하고 집으로 찾아가 폭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처럼 지금의 조폭들은 눈앞에 돈벌이가 있다면 물불가리지 않고 덤벼든다. 한 조폭 전문가는 “예전에 비해 조직의 수도, 조직폭력배의 수도 크게 증가한데다, 단속이 극심해지면서 조폭들의 살 길이 점차 줄어들면서 체면까지 벗어던지고 돈벌이에 열중하는 조폭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은 대부분 부유층보다는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민생사범들로 변하고 있어 그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