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이하 자살 급증… 새파란 나이에 생 마감
혼자서 용기 못내 동행자 찾는 행태에 “우려스럽다”
최근 강원도에서 연쇄적으로 집단 자살이 발생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연일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보도가 있는 가운데 현실에서 죽음을 선택한 이들의 소식을 듣는다는 것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둡게 했다. 그러나 동반자살이 이번 사건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는 관측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오히려 앞으로도 더 많은 자살자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더욱 많은 이들에게 슬픔을 안겨주고 있는 분위기다. 이른바‘예비 자살자’들이 많다는 것. 동반자살과 한국 사회의 자살 문제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현재 국내 자살률은 매년 증가해 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런 자살은 인터넷을 통해 공모되고 있다는 점에 그 사태의 심각성이 가중되고 있다. 혼자서 용기를 내지 못해 함께 동반자살에 동행할 사람을 찾고 이것은 그들이 자살을 결심하는 데 큰 ‘용기’(?)를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꾸준히 늘어나는
20~30대 자살률
한때 자살을 결심했다는 최모(32)씨. 막노동을 했던 그는 아내와 아들을 부양해야 했지만 한 달에 버는 돈은 50여 만원에 불과했다.
월 20만 원 정도의 월세를 내고 나면 그들에게 주어진 돈은 단 30만원.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은 학교 준비물조차 사가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라면만 먹으면 근근이 살아가야 하는 처지였다. 사지에 몰린 그는 결국 한때 자살을 생각했었다고.
최씨는 “우리나라의 잘못된 복지제도에 대해 뼈저리게 느꼈다. 내가 버는 돈은 최저 임금보다 낮은 금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기는 힘들었다. 아내와 내가 겉으로는 건강하다는 이유에서였다”고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몸이 건강한 것이 아니라 그 건강한 몸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회인가, 아닌가가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노력해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사회, 희망을 꿈꾸고 싶어도 그 상상의 자유마저 허락하지 않는 사회에서 더 이상 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어떤 의미에선 자살이란 것이 가장 행복한 해결책으로 보였다. 물론 그 뒤로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말 그렇게 코너에 한번 몰리면 그것을 혼자의 힘으로 벗어나기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최씨의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아내와 자식이 있었으니 자실을 결심하는 것도 그만큼 어려웠고 또다시 용기와 희망을 내는 것이 가능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자살자의 수치는 꾸준히 늘어왔다. 특히 40세 이하의 자살자가 급속하게 늘어나게 된 것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21~30세는 2004년 8.7%에서 2005년 10.2%, 2006년 8.9%, 2007년 11.6%, 2008년 12.8%로 늘어났던 것.
20세 이하도 마찬가지다. 2004년 2.0%, 2005년 2.2%, 2006년 2.1%, 2007년 2.6%, 2008년 2.9%로 꾸준히 늘어났다. 결국 이런 현상은 20~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 되는 기막힌 현실을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새파랗게’ 젊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자살로 인해 그 생을 마무리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들의 자살이 최근 들어 ‘동반’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혼자 자살하기에 용기가 나지 않으니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할 사람을 찾게 되고 이를 통해 서로 용기를 북돋으며 함께 북망산길에 오르는 것이다.
‘30~40대가
더 위험하다’
이들 세대는 특히 인터넷에 익숙하다 보니 다양한 방법으로 자살할 사람을 찾게 되고 자살 방법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실질적인 자살 도구들을 구입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인터넷에서 함께 자살할 사람을 구하는 글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은 자신의 상황을 간략히 설명하면서 서로 연락을 취하고 구체적인 대화를 나눌 것을 원한다.
이들이 가장 손쉽게 동반 자살자를 모집하는 것은 바로 지식검색과 자살카페 등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자살 조장 게시물 가운데 66%가량이 각 대형포탈 사이트의 지식검색이었다. 과반수가 훨씬 넘어서는 비율이라는 점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식검색을 이용하는지 쉽게 추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자살에 관한 정보의 양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 역시 자살예방협회가 신고 조치한 온라인 유해게시물은 2007년 490여 건에서 2008년 950여 건으로 ‘폭증’하다시피 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검색하고 자살에 관한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일단 이렇게 자살의 의향을 보인 사람들끼리 서로를 접촉하게 되면 이들은 쪽지나 이메일, 메신저 등 지극히 사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 음지로 숨어버린다는 것에 있다.
이들의 ‘어두운 대화’는 결코 외부에 노출되는 일이 없고 오로지 그들만의 분위기 속에서 자살이 이야기되다 보니 그들은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가지게 되고 자살에 대해 더욱더 확고한 신념을 가지게 된다는 것.
특히 이때부터는 자살을 실천하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게 되면서 처음에는 약간의 심리적인 저항을 겪게 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살에 대해 보다 확고한 신념을 보이게 된다고.
한때 동반자살을 꿈꾸면 자살자를 찾던 이모(23)양 역시 함께 동반자살 할 사람을 찾은 적이 있었다. 가정의 생활고와 부모의 경제적인 무능력 때문에 자살을 꿈꿨던 그녀는 당시 혼자서 자살할 용기가 없었다고.
이양은 “사실 사회적으로 자살은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부정을 긍정으로 바꿔주는 것이 바로 동반 자살자들이다. 서로 고민을 나누게 되다 보면 ‘빨리 자살해서 함께 좋은 세상으로 가자’는 결론이 나오게 마련이다. 처음에는 스스로도 자살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하지만 타인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살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전했다.
그녀는 이어 “특히 나쁜 짓도 함께 하면 용기가 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일이 똑같이 동반 자살에서도 발생하게 되고 결국에는 자살을 실천하는 비율도 더욱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나도 처음에 함께 자살을 하려는 사람이 약속을 어기지만 않았어도 지금 이 세상에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어두운 대화는 이제 그만’…동반 자살 사이트부터 없애야
예비자살자 아픔·고통 덜어주는 사회적 장치 마련 시급
‘추한 죽음’ 생각 말고
희망 주는 터전 마련해야
이양은 실제 동반자살자와 생의 마지막 여행까지 떠났었다고 한다. ‘죽기 전에 이 모든 세상의 기억을 잊고 싶어서’ 떠났던 여행이었지만 오히려 그 여행은 동반 자살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여행 도중에는 아무 말도 없다가 서울로 올라온 뒤에 조용히 연락을 끊었다고 한다. 결국 이양도 일종의 배신감 때문에 섣불리 자살을 결심하지 못했던 것.
이양은 “특히 구체적인 자살 방법까지 이야기를 했었다. 함께 산 위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도 생각해보고 연탄불로 자살하는 것도 생각해봤다. 아마도 많은 동반 자살자들이 이런 과정을 거칠 것이다. 아마도 자살률을 줄이고 싶다면 이 같은 동반 자살을 통해 용기를 얻는 것부터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살률을 낮추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떤 의미에서 자살은 가장 ‘추한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자살자의 선택을 비난하기에 앞서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도와주기 위한 사회적 장치를 얼마나 튼튼했는지를 다시 한 번 재점검해야 할 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30~40대의 실업률이 또다시 높아지면서 이제는 20대 청년백수보다는 이들 30~40대가 더 위태롭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20대가 아무리 어려워도 아직은 책임져야할 가정이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
30~40대는 우리 사회의 척추와도 같은 핵심적인 인력인데다 상당수 아내와 아이를 책임지고 있으며 더불어 부모를 부양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욱 더 위험한 징조라고 볼 수도 있다. 만약 그들이 대책 없이 실업에 방치될 경우 ‘가족 동반자살’ 등의 극단적이 선택도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