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65)

2013.02.18 11:00:31 호수 0호

‘이이제이’ 오랑캐로 오랑캐 잡는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상황이 예민한 국면으로 전환되다
심적 압박과 금전적 부담 안겨라

“팀원 중에 두 명씩 순번을 매겨 돌아가며  감시하고 있습니다.”
“하여간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즉시 보고해주게.”
그리고 다시 며칠이 지나갔다.
오후 1시경,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와 커피를 마시며 잠시 다른 이사들과 업무 얘기를 하고 있는데 지방 영업 책임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답답하다는 듯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시위 얘기를 했다.

예상 밖의 실마리

“이사님! 수고 하시는데요, 언제쯤 시위가 끝날 것 같아요? 이곳 지방에서도 판매원들이 소문이 나서 술렁이고 있어요. 어떻게 좀 빨리 처리를 할 수 없나요?”
“여기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라고 주문들 하지만, 그게 어떻게 한다고 될 성질의 건이 아닙니다. 영업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 좀 더 기다려 보시죠?”
그와 막 통화를 끝내고 나자 안 과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뭔가 꺼림칙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들어왔다.
“어이, 안 과장 요즘 고생이 많지?"
하고 옆에 앉은 영업이사가 격려했다.

“별말씀을요. 임 이사님께서 고생이 많으시죠.”
그가 나에게 인사를 돌렸다. 나는 그에게 용무가 뭐냐고 물었다.
“이사님! 이거 참,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지만 지금 막 경찰관이 와서 시위자와 우리 영업판매 관리자와 함께 경찰서로 데려갔습니다.”
“뭐라고? 아니 왜? 무슨 일로?”
내가 묻기도 전에 모여 있던 다른 이사들이 각기 한마디씩 던졌다.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보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앞에 서있는 안 과장에게 한걸음 다가가며 물었다.

“예, 시위 여성이 회사 앞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회사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회사를 비방하고 있었는데요. 저희들이 비방을 중단하라고 하자 막 달려들며 악을 쓰기에 경고를 주고 잠시 물러나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마침 본사지점에 근무하는 50대 여성 강모 관리자가 하위판매원 몇 명과 함께 정문 앞에서 판매원 모집활동을 하고 있다가, 시위자가 행인들을 붙잡고 회사를 비방하는 행위를 보고는 그 여성에게 다가가, ‘자기가 잘못해서 회사에서 잘렸으면 조용히 있을 것이지 왜 찾아와서 미친 짓하듯 영업을 방해하느냐’고 하면서 다른 곳으로 가라고 밀쳐내며 항의를 했습니다. 그러자 시위여성이 ‘당신이 뭔데 상관하느냐’며 서로 삿대질 하며 옥신각신 실랑이가 벌어졌지 뭡니까. 그 와중에 시위여성이 강모 관리자의 얼굴을 때려 귀걸이가 떨어지고 상처를 약간 입었습니다. 이를 본 제가 112신고를 해서 경찰관이 오게 되었고, 강모 관리자가 귀를 붙잡고 아프다고 하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자, 경찰관이 두 사람을 경찰서로 데려갔습니다.”


“좋아, 백 부장을 불러오게.”
말이 끝나자 분위기를 파악한 다른 이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수고하라’고 한마디씩 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일이 예상외로 아주 쉽게 풀릴 수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어쨌건 시위자가 영업판매 관리자에게 폭행을 가해 피해를 입혔다면 이건 형사사건이 되는 것이다. 잠시 생각하고 있는 사이 백 부장과 안 과장이 함께 들어왔다.
“이사님,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두 사람이 앞으로의 상황전개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백 부장! ‘이이제이’라는 병법이 있듯이 잘하면 이번 폭행사건으로 인해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사님, 이이제이라는 말은 오랑캐로 오랑캐를 잡는다는, 뭐 그런 것 아닙니까?”
안 과장이 아는 체 하며 나섰다.

“역시 안 과장은 장교출신이라 척 알아듣는구먼. 그래요, 안 과장은 지금 즉시 시위자가 가있는 경찰서로 가서 직접 고소장을 접수 시키세요. 그리고 백 부장은 경찰서로 가서 담당 형사를 만나 상황을 체크해보세요. 또한 다친 강모 관리자를 만나 피해자로서 고소를 할 건지, 또한 필요 시 병원치료비는 물론 원하는 부분을 협조해 주세요. 어쨌거나 그분은 회사판매활동 중 방해하는 시위자를 제지하다가 피해를 입었으니 회사로서도 전혀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지요. 양쪽에서 고소를 하면 최소한 벌금은 나오지 않겠어요? 명예훼손이나 폭행으로 벌금을 맞으면 시위자로선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될 테니까. 그럼에도 계속 시위를 한다면 회사 역시 새로운 사실을 밝혀 계속 고소를 하는 거야. 그렇게 하면 심적 압박과 금전적 부담으로 더 이상 시위를 하기가 부담스러울 거라고 보네.”

추이를 지켜보다

내 말을 다 듣고 나서 드디어 감을 잡은 듯 백 부장과 안 과장이 맡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잽싸게 방을 나섰다. 나가는 두 사람을 보면서 골치 아픈 일이 일단락되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저녁 퇴근 할 시간이 좀 지날 무렵, 백 부장과 안 과장이 한결 밝은 표정으로 돌아와서 전체 상황 진행에 대한 보고를 했다.
“모두 수고들 했어요. 어떻게 됐습니까?”
내가 묻자 안 과장이 백 부장을 쳐다보며 ‘부장님이 하시죠?’하는 눈치를 보냈다.

“저희가 경찰서에 가서 안 과장은 고소장을 접수하고, 저는 강모 여인을 만나 피해사실에 대해 묻고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저런 나쁜 년은 가만 둘 수가 없다’며 정식 고소하겠다고 형사에게 말했답니다. 해서 형사가 진단서를 끊어오라고 하는데, 사실 가진 돈이 없어 고민이라며 저한테 진단 비용을 빌려 달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돈을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잘했어요. 강모 관리자의 고소건은 본인의 자유의사에 맡겨둡시다. 다만 아까 말했듯이 피해로 인한 필요한 비용은 회사에서 결제해 주도록 합시다.”
상황은 다소 예민한 국면으로 전환되는 듯했다. 우리는 좀 더 사태를 지켜보기로 하고 퇴근을 했다.

다음 날 오후 2시경, 또 다시 그 여성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피고소인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중에도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의 대응 팀에서 즉각 112에 신고를 했다. 팀원들은 한결같은 얘기로 그녀는 전날과 달리 경찰관이 오자 회사 건물 뒤편으로 도망을 갔다고 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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