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

2009.04.14 10:16:16 호수 0호

국회의장 김형오는 국정감사 기간 동안에 이루어졌던 순방외교의 관례를 깨고 ‘우리 땅 생생탐방’이라는 일종의 국토순례를 기획했다. ‘우리 땅 생생탐방’은 한반도 곳곳을 다니며 현장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듣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발전적으로 조망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수신인은 방문지의 근로자들, 연구원을 비롯해서 유적지나 수목원을 안내해준 분, 이미 세상을 떠난 분,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한 분, 심지어 우포늪의 철새 등 다채롭다. 각각의 글이 한 대상을 향한 편지글이지만, 그 안에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향한 저자의 간곡한 바람이 담겨 있다. 따라서 여기의 편지들은 결국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띄우는 탐방보고서, 작은 희망과 행복의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이 책은 먼저 이 땅 곳곳의 자연과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국립 수목원, 천리포 수목원,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 개척농장, 연안 생태공원, 우포늪을 거치면서 이 땅 곳곳의 자연에 대한 애찬이 담겨 있다. 저자는 천리포 수목원을 세운 고 민병갈 선생을 향한 편지를 통해서, 평생 나무를 사랑한 한 사람을 애틋하게 기린다. 민병갈 원장이 애지중지 공들여 키우면서 정들이고 길들인 나무와 풀들을 바라보며, 한 사람이 남기고 간 수목원이 남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밝힌다.
강원 영월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은 참으로 놀랍도록 신비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김형오 의장은 이 한반도 지형을 보면서 토끼의 모양이 아닌, 호랑이 모습의 기개를 지닌 한반도의 모양을 이야기한다. 만주벌판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 모습 속에서 삼팔선도, 군사분계선도 존재하지 않는 온전한 모습의 한반도 지형을 바라보고, 통일에 대한 염원을 열망한다.
우포늪 ‘철새들과 따오기’에게 보내는 편지는 마흔두 통의 편지 중 유일하게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니다. 새들을 의인화하여 보내는 이 편지는 재미있는데, 부디 잊지 말고 계속해서 이 땅을 찾아달라는 당부를 한다. 특히 따오기 부부의 부부애를 높게 보면서, 사람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 한다. 철새를 향한 이 편지를 통해 결국 이 땅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할 존재들은 비단 사람에 국한되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책의 두 번째 테마는 이 땅의 문화현장이다. 저자는 이영 미술관, 전혁림 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국립 중앙박물관, 동강사진박물관, 안동한지, 이영춘 박사 가옥 등 이 땅의 풍성한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흔적을 찾아나선다. 경남 통영의 전혁림 미술관을 찾은 김형오 의장은 먼저 통영의 아름다움을 예찬한다. 통영은 ‘동양의 나폴리’가 아니라 나폴리 그 이상으로 아름다운 항구도시이며, 유치진, 윤이상, 김용주 등의 쟁쟁한 거장들이 이곳 출신임을 이야기한다. 아흔을 넘겼으면서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전혁림 화백에게 앞으로도 건강하게 영원한 현역으로 남아주기를 바란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김형오 의장은 그의 한국미술에 대한 혜안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특히 금동미륵반가사유상에 대한 그의 예찬은 남다르다. 눈을 지그시 감은 얼굴이 신비롭고 오묘한 느낌을 주는 반가사유상 앞에서 그도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이 반가사유상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반가사유상 앞에서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던 저자는 ‘절반의 미학’과 ‘중간의 철학’을 발견하기도 한다. 저자는 둔산경찰서와 한국해양대학교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을 만난다. 이 땅의 젊은이들은 결국 이 나라의 미래 그 자체이다. 아직은 더 배우고 경험해야 할 것들이 많은 젊은이들을 향해 김형오 의장은 이런저런 바람들을 편지글을 통해 전한다.
이외에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나로 우주센터 등을 찾아 한국사회 발전의 핵심동력이 될 기술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원들을 격려하고 힘을 불어넣어주는 편지글을 띄운다. 거기에는 여러 연구원들이 너무도 힘들게 노력하는 것에 비해 정부의 지원이 빈약하다는 미안함도 들어 있고, 현재의 뛰어난 기술력을 더 향상시켜 선진화를 앞당기자는 독려의 메시지 또한 들어 있다.

김형오 저/ 생각의 나무 펴냄/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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