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싱글’의 양면<밀착취재>

2009.04.07 10:08:06 호수 0호

자유 속에 숨어 있는‘절대고독’

한때 ‘화려한 싱글’이란 말은 우리 사회의 싱글족에 대한 문화와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초라하다’, ‘외롭다’, 혹은 ‘오죽 능력이 없었으면’이라는 편견에 시달려야 했던 독신자들은 ‘화려한 싱글’이라는 말을 통해 이 같은 콤플렉스를 단번에 벗어던질 수 있었고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싱글족은 하나의 ‘산업군’을 형성할 정도로 거대한 숫자다. 여기에 폭증한 이혼율 덕분에 수많은 ‘돌싱’이 양산돼 독신자군을 더욱 늘려놨다고 할 수 있다. 2009년 한국 사회에서 싱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또한 그들은 무엇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싱글족의 생활을 엿봤다.

타인이 누리지 못하는 자유 만끽하며 자부심 느껴
차곡차곡 쌓여가는 돈 바라보며 흐뭇함에 ‘방긋’
프리섹스 표방하며 곳곳 섹스 파트너 두고 싱글라이프 즐기기도
고독은 최대의 적 … 쓸쓸한 노년 생각하면 서글픈 생각 들어



통계청에 따르면 싱글족은 지난 1985년 66만 가구에서 2000년 222만 가구로 늘어났고 앞으로 11년 후에는 이보다 더욱 늘어나 전체 가구의 20%가 넘는 가구가 싱글족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히 ‘빅뱅’이라고 할 정도의 놀라운 성장세다.
물론 싱글족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는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동전의 양면’이 있다. 자유로운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할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절대고독’이라는 어두운 면이 있기 때문이다.

안전한 섹스 추구하며, 자유분방한 성생활

화려한 싱글은 일단 가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자녀 교육과 가족 부양의 책임에서 완전히 해방된 그들은 자신의 일과 취미를 삶의 중심에 두면서 거리낄 것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다니는 것도 자유롭다. 마음이 원하면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여유’까지 모두 갖춘 셈이다.
온라인 광고대행업체 사장인 김미영(39·여·가명)씨는 2년에 두 번 정도는 장기 해외여행을 간다. 장기라고 해야 2주일 정도이기는 하지만 여느 일반인들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기간이다. 물론 그녀가 회사 사장이란 이유가 있기는 하겠지만 가정으로부터 그렇게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싱글들은 그 누구보다 자신들의 처지를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고 있으며 결혼했을 경우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친구인 동년배의 삶을 보면서 이를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여유 없고, 늘 삶에 찌들려 있는 결혼한 친구들의 취기어린 고백을 듣다보면 자신에 대한 자부심까지 생길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싱글들은 타인들이 누리지 못하는 자유를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차곡차곡 쌓여가는 통장의 돈을 보고 있노라면 흐뭇할 지경이다.

사교육 때문에 골치 썩을 필요도 없고 ‘외식 한 번 하지 않는다’는 아내의 바가지에 자괴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오히려 그런 돈을 들여 멋진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와인을 즐길 수 있다. 똑같은 돈이지만 남들에게는 ‘벌벌 떠는 돈’일이지 몰라도 싱글들에게는 자기를 위한 여유로운 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섹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싱글들은 평생 동안 한 사람과 섹스를 해야 한다는 ‘형벌’에서도 자유롭다. 간통으로 마음 졸일 일도 없고 누군가 볼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저 좋은 관계를 가지면서 원하는 섹스를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섹스 파트너가 몇 명인지는 그 누구도 상관하지 않는다. 도끼눈을 부릅뜬 아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남자들뿐만이 아니다. 여성들도 섹스 파트너를 두고 자신만의 밤을 즐긴다. 심지어 곳곳에 섹스 파트너를 두고 마음껏 자신의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여성들도 있다.
30대 중반의 직장여성 K씨는 “독신에게 가장 큰 문제점은 성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남자랑은 다르게 여자들은 어느 정도 성욕을 참을 수는 있지만 감시하는 사람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욕구를 억누를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문을 열었다.

K씨는 이어 “비교적 자유 분방하지만 안전한 섹스를 추구하고 있다. 현재 섹스 파트너는 한 5명 정도는 있다. 물론 각 남자들 역시 자신들이 그냥 섹스 파트너라고 생각할 뿐이다. 물론 그들도 나를 쿨한 섹스 파트너로 여길 뿐이다. 사랑의 감정은 있지만 그것을 집요하게 추구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지혜, 그것이 바로 또한 싱글의 성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남자들도 마찬가지지만 이들에게는 좀 특별한 것이 있다. 싱글일수록 오히려 성매매는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돈 주고 쉽게 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는 것. 그러나 유부남들의 경우 연애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성매매를 선호한다. 가정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성매매에 대한 태도도 이렇게 많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직장인 J(39)씨는 성매매에 대해 “중요한 건 돈이 아니다. 어쩌면 싱글들은 여성들에게 쓸 수 있는 돈의 여유는 오히려 많은 편이다. 가정에 돈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매매는 싫다. 요즘에는 결혼하지 않는 노처녀 싱글들도 많은데 굳이 무엇 때문에 그런 곳에 가서 쭈뼛쭈뼛 성매매를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들과 성관계는 싫다”

J씨는 이어 “정상적인 여성들, 그러면서도 서로가 믿을 수 있고 쿨하게 대할 수 있는 여성들이 많다. 특히 성매매는 그냥 욕구 해소만 하고 끝이 아닌가. 평소에 재미있는 대화도 할 수 없고 밀고 당기기 같은 잔재미도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들 싱글들에게도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고독과 외로움이다. 물론 어떤 면에서 볼 때 싱글들과 고독은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인다. 언제든 시간이 있고 누구든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형식적인 모습일 뿐이다. 실제 중요한 시점에는 정작 외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명절이 되어 고향에 내려간다고 해도 아이들의 재롱이 넘쳐나는 것도 아니고 부모들의 얼굴에 웃음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싱글들끼리 만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썰렁한 도심에서 자신들끼리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들이 왠지 멋쩍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유부녀들의 명절 스트레스가 없다는 점에서는 즐겁지만 은근히 마음속으로 가족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한 달이 다르게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은 없다. 가슴 한곳에선 ‘아이 없이 이렇게 끝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물론 아이와 자유를 맞바꾸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주변의 시선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것도 싱글들의 불편한 점이다. 특히 이 부분은 여자들이 더하다. 집에 남자라도 놀러오면 ‘도대체 서방이 몇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도는가 하면 ‘색기가 많아 여러 남자 거느려야 할 팔자’라는 얘기도 들린다. 당사자들로서는 정말이지 미치고 환장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다. 남편이 없기 때문에 이 남자 저 남자 들이대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그래도 자신이 아직도 여자임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아 함부로 들이대는 것 같고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늙어서 등 긁어줄 마누라도 없다?

남성들의 경우 ‘홀아비’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쾌쾌하게 살아가면 쓸쓸히 노년을 맞는 이미지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늙어서 등 긁어줄 마누라도 없다’는 사실에 새삼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에는 그래서 ‘즐길 수 있는 만큼 마음껏 즐기고 막차(결혼)를 타자’라고 생각하는 싱글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자유를 만끽할 수 있지만 나이가 40살이 넘어 50살가 가까워지면 정말이지 한편으로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즐길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즐기고 ‘막차’를 타서 안락한 노후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더할 수 없는 ‘싱글과 가정의 조화’로 보이지만 사실 그것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막상 결혼을 하려고 했을 때 이미 ‘좋은 여자’, ‘좋은 남자’들은 멀쩡하게도 다른 남자의 여자, 혹은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되어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막차를 타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외모와 부를 가진 이성을 만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싱글라이프가 화려하게 보이는 만큼 때로는 그만큼의 단점도 있고 또 위험부담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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