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61)

2013.01.21 12:00:05 호수 0호

돌발변수에 대처능력을 발휘하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목마른 사람이 물주길 간절히 기다리다
장시간 문제 끌면 손해 보기 마련이다

민원실장인 백 부장이 몇 명의 직원들과 시위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가 우리가 현장에 도착한 것을 알아채고 인사를 하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백 부장, 수고 많아요. 거리가 멀어 내용이 잘 보이지 않는데 저 시위자가 주장하는 게 뭡니까?”
먼저 시위문구가 궁금하여 물었다.

“예, 저희들도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자신이 퇴출당한 것은 어느 영업책임자의 잘못된 편견으로 희생된 것이니 바로잡아달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아직 요구사항도 모른단 말입니까?”
“예, 이사님, 그게…. 우리들이 다가가면 막 도망을 갑니다. 마치 우리들이 피켓을 뺐기라도 할까봐 말입니다. 혹시 불상사라도 생길까봐 지금은 일단 지켜보고 있는 겁니다.”

신변의 위협 느껴

“그렇다고 언제까지 마냥 그렇게 지켜보기만 할 텐가? 무슨 내용인지 정확한 상황 판단이 우선 아닙니까?”
그러는 사이에 각 부서 팀장들이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내려와 한마디씩하며 수군거렸다. 직원들이 정문으로 와글거리며 모여드는 것을 본 시위자는 신변에 위협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슬금슬금 뒤로 더 물러났다. 나는 시위자와 직원들을 번갈아보다가 마침 옆에서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는 마케팅사업부 팀장인 김 차장을 살짝 불렀다.

“김 차장, 저 시위자를 본적이 있어요?”
“없는데요.”
“시위자가 뭔가 민감한 것 같군. 그래서 말인데, 팀장이 지나가는 행인처럼 위장하고 다가가 시위문구내용을 알아왔으면 하는데 어때요?”
여성인 김 차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 정도쯤이야 괜찮겠다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냥 내용만 알아오면 되지요?”


“그래요, 팀장은 같은 여성이고 서로 모르는 얼굴이니 별로 경계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여기서 나가지 말고 건물 후문으로 나가서 저쪽 반대편에서 이리 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걸으며 파악해보면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정 혼자 가기 뭐하면 다른 직원을 데려가도록 해요.”
잠시 후 우리가 정문 앞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김 차장이 시위자의 반대편에서 다가오며 돌아왔다. 김 차장이 말했다.

“이사님! 내용이 별건 아닌데요. ‘지점장의 음모로 억울하게 잘렸다. 다시 지점에 복직시켜 달라’는 내용입니다.”
“알았어요. 수고했어요.”
나는 일단 민원실 직원 몇 명만 남고 나머지는 철수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민원실장인 백 부장과 안 과장을 동반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두 분은 이제부터 해결책을 연구해 봐요. 난 사장님을 잠시 뵙고 올 테니….”
사장실로 들어가서 출장보고와 시위내용을 간락하게 보고하자, 사장님 역시 영업에 민감하니 하루빨리 시위를 중단시켜 줄 것을 당부했다. 서둘러 면담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자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한 듯 두 사람이 굳은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구원 요청하다

 “그래, 좋은 해결책을 찾았어요?”
백 부장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내가 물었다.
자신의 전공과는 전혀 다른 민원실장으로 발령받아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나 상황 대처 경험이 부족한 상태였다. 백 부장은 아무래도 문제가 풀리지 않아 골치가 아픈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제가 알기로는 경찰서에서도 집회신고 한 1인 시위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하는데 고민입니다.”
“어차피 민원처리 부서인 백 부장 쪽에서 해결해야지 다른 부서 누가 하겠어요? 저대로 장시간 끌다가는 회사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이고, 판매원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영업 쪽에선 판매원 증원이 어렵고 매출이 떨어져 아우성인데.”
“그러게 말입니다.”

“어허, 이 사람 마치 남 말 하듯 하네.”
조금 답답한 마음에 옆에 앉아 있는 안 과장에게 뭐 좋은 방안이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안 과장 역시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저희들도 처음 겪는 일이라서 말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냅다 들어서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렇게 할 수도 없고….”
“이사님께서 전문가이시니….”

백 부장이 구원을 요청 하듯 안 과장 대신 나섰다.
“허허 이사람 백 부장, 이 자리를 차지하려면 이번 건과 같은 돌발적인 일에 대해 대처능력을 발휘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내 의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농담조로 말했다.
“아, 예. 이사님! 죄송합니다.”
그가 내 말 뜻을 금방 알아채고 자신의 미숙함에 미안해하며 안 과장을 옆 눈질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난처한 표정을 쳐다보다가 내가 입을 열었다.

“자, 그러면 백 부장!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어, 어떻게 말입니까?”
백 부장이 의자를 앞으로 바싹 당겨 앉으며 내 말을 기다렸다.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주기를 기다리듯 간절함이 역력했다.
“먼저 이번 시위사건을 전담할 팀을 구성합시다. 여기 있는 안 과장을 포함해서 5명 정도가 적당할 것 같은데, 두 분 생각은 어때요?”

내 제안에 두 사람이 별 이의가 없다고 했다. 우리는 일단 팀원을 5명으로 정하고 곧바로 그들을 소집하기로 했다.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팀을 구성하기 위해 사무실을 나갔다.
잠시 후, 백 부장과 안 과장이 종무부 김 대리, 총무팀 오 대리, 민원실 박 대리를 대동하고 들어왔다. 나는 그들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그리고 이내 말을 시작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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