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은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이 무산되면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경우 리더십에 금이 갔다면, 소수 정당인 조국혁신당은 당의 존폐 자체가 위기를 맞은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연일 선거 연대를 촉구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6·3 지방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조국혁신당의 솟아날 구멍은 무엇일까?
지난달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당내 반대에 따라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를 중단하고 선거 이후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 역시 이에 응하면서 선거 연대 가능성이 제시됐다.
홀로서기
설 연휴 이후 논의 테이블이 마련되나 싶었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연대 범위에 대해서는 당내 논의를 해 봐야 하고, 혁신당과 논의해 봐야 되기에 지금 단계에서 그 폭과 수준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당내 논의 및 혁신당과의 논의를 통해 연대 수준과 내용이 정리돼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현재 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당선자 배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치러진 총선과 대선서 연달아 승리한 만큼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3관왕을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만일 지방선거에서까지 압도적 승리를 거머쥐게 된다면 국정 동력은 배가된다. “국정을 뒷받침해야 하는 여당 입장에서는 혁신당과 자리를 나눌 이유가 없다”라는 게 한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혁신당은 민주당을 향해 “지방선거 압승은 안이한 꿈”이라며 견제에 나섰다. 지속해서 선거 연대를 요구하지만 결국 독자노선을 걸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MBN 라디오를 통해 “지방선거 후보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쪽에 선거 연합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없는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현재 후보를 공천하고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혁신당은 공천 심사 기준을 발표했다. 5·18 민주 유공자와 12·3 내란 극복에 기여한 자에게는 경선 시 15% 가산점을 부여한다. 29세 이하 청년의 경우 공천 심사비를 면제하겠다고도 밝혔다.
혁신당 이해민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방선거를 “호남과 영남의 일당 독재 체제를 깨는 혁신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에 혁신당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의 목표를 ‘국민의힘 제로, 부패 제로’로 잡고 이를 이루기 위한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너간 합당…연대도 미지근
‘정당해산’ 카드까지 꺼냈다
혁신당은 민주당보다 조금 더 왼쪽으로 치고 나가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통해 ‘윤석열 키즈 퇴출’을 외쳤다면 혁신당은 한술 더 떠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을 지방선거 전 해산시키겠다”고 밝혔다.
혁신당은 지난달 23일 “지방선거 실시 전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이 결정돼야 한다”며 정부에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공식 촉구하고 보충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날 조 대표는 “사법부가 윤석열의 내란 행위를 무기징역으로 단죄했음에도 헌법 가치를 수호해야 할 정당이 이를 옹호하는 것은 제2, 제3의 내란이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토양을 제공하는 행위”라며 정당해산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사태 당시 여당이었고 현재도 제1야당으로서 실질적 집권 가능성을 가진 만큼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혁신당은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근거로 제시했다.
조 대표는 “통진당의 경우 내란의 예비단계조차 인정되지 않았으며 내란을 선동한 행위를 옹호한 것만으로 해산 결정이 내렸졌다”며 “반면 윤석열의 경우는 실제 군 병력이 동원돼 국회를 점거하려 했던 ‘실행된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를 향해 “‘내란을 옹호하는 정당에도 여전히 투표할 수 있다’는 민주주의 혼란을 신속히 종식해 달라”고 촉구했다.
돌고 돌아 또다시 ‘호남행’
“3월 발표” 조국 출마 어디로?
혁신당은 호남 지방자치단체장에 기대를 걸고 주요 후보군을 배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선거를 100일 앞둔 시점에서 중앙당 당직 인선에 전북 출신을 대거 임명한 것 또한 호남에 힘을 실어주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다만 호남이 혁신당에 기대를 걸지는 미지수다.
한 민주 진영 관계자는 “늘 민주당 외에는 선택지가 없던 터라 호남은 신생 정당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민주당을 견제하라는 과제를 표로 안겨준 것”이라며 “그로부터 2년이 지났고 혁신당에 크고 작은 불신이 쌓였다. 특히 성비위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건 당의 치명적인 실수다. 이번에도 호남이 넉넉한 인심을 보여줄지, 마냥 낙관적으로 생각하긴 어렵다. 당장 정당 지지도도 3%밖에 나오지 않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가 ‘선거 이후 합당 논의를 재개하겠다’라는 투로 말했는데, 이제 유권자 인식 속 혁신당은 ‘어차피 민주당과 합쳐질 당’이 됐다”며 “합당이 오히려 혁신당의 발목을 잡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혁신당의 지속 가능성과 조 대표의 리더십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정치 이벤트로 꼽힌다. 혁신당은 지난 보궐선거에서 900표 차이로 당선인을 배출한 담양의 사례가 전국화되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담양과 여수 외에도 혁신당은 나주와 함평 등 10여곳에 기초단체장 후보를 낼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조 대표의 지방선거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산시장 후보 등에 하마평이 돌았지만 재선거가 확정된 경기 평택을이나 전북 군산·김제·부안갑에 출마하지 않겠냐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조 대표가 보궐선거와 광역단체장 둘 중 어디에 도전할지에 대해 “두 가지를 다 열어놓고 있었지만 선거 연대 등의 틀이 분명하게 나오지 않는다면 재보궐선거 쪽이 좀 더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이번에도?
앞서 혁신당은 민주당의 귀책 사유로 재선거가 벌어진 경기 평택을과 전북 군산(군산·김제·부안갑)에는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서 원내대표는 “선거 연대 조건으로 제안했던 것이 아니라 정치적 책임성에 대한 당연한 조치를 촉구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큰 비용이 들어가는 재보궐선거에 귀책 사유가 있는 정당은 후보 공천을 하지 않는 것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기본 행위 중 하나가 아니냐”며 마지막까지 민주당을 향해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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