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사칭해 가짜 ‘대국민 담화문’을 온라인에 올린 30대 회사원이 경찰에 자수했다.
2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문제의 가짜 대국민 담화문을 작성·게시한 30대 남성 회사원 A씨가 자수해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앞서 A씨는 지난달 SNS에 ‘대한민국 대통령 이재명입니다’로 시작하는 대국민 담화문 형식의 글을 게재했다. 해당 담화문은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율을 현행 22%에서 40%로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으나 모두 허위였으며, 캡처본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확산되면서 지난달 27일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그가 “투자 얘기를 하다가 친구들을 놀리기 위해 글을 올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과 관련, 경찰은 특별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진 않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장난으로 한 행위라도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히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기관 등을 사칭해 허위 정보를 생산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는 심각한 사회적 혼란과 불신을 초래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앞으로는 생산·유포하는 자뿐만 아니라 그 배후까지 추적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칭 문제에 대해 대통령실도 경고 메시지를 낸 바 있다.
전은수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최근 틱톡, X 등 SNS 플랫폼에서 이 대통령을 사칭하는 가짜 계정이 확인됐다”며 “현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즉각 수사에 착수했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 가짜 계정은 프로필에 ‘제21대 대통령’이라는 직함과 성명을 기재하고 대통령 공식 계정의 사진과 영상 등을 무단 도용하고 있다”며 “또 단순 사칭을 넘어 금품을 요구하는 등 범죄 정황도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전 부대변인은 “국민 여러분께도 각별한 주의를 요청한다. 가짜 계정에서 연락을 받았을 경우 절대 응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해달라”며 “대통령실은 이를 명백한 범죄행위로 판단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온라인 사칭 범죄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선 허위 정보를 온라인에서 퍼뜨리는 행위와 관련, 그 양상과 결과에 따라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단순 장난이었더라도 시민들의 공포를 부추기거나, 금융·조세 관련 행정 당국에 혼선을 주는 등 실제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형법 제137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따르면 거짓말이나 속임수로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형사 처벌과는 별개로, 허위 정보 유포로 영업 피해 등이 발생했다면 민법 제750조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건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폭발물 허위 신고와도 유사하다. 존재하지 않는 위협으로 공권력과 민간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탓이다.
지난 8월,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손님과 직원 4000여명이 대피하고, 경찰특공대 등 수백명이 투입되는 등 소동이 벌어진 사건이 있었다. 폭발물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협박글을 올린 중학생과, 관련 뉴스에 “나도 신세계백화점을 내일 폭파하겠다”는 댓글을 단 20대 남성 B씨를 잇따라 검거했다. 당시 만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였던 작성자는 형사 처벌 대신 소년보호사건으로 처리됐으며, B씨에 대해선 공중협박,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B씨로 인해 투입된 인건비·유류비 등 약 2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신세계백화점도 영업 중단으로 발생한 수억원대의 매출 손실에 대해 별도 민사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단순히 사실과 다른 내용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허위 정보라는 이유만으로 온라인상 표현을 포괄적으로 처벌하는 일반 조항은 현행법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이른바 ‘허위정보유포죄’ 조항을 통해 처벌해 왔지만,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해당 조항은 삭제됐다.
당시 헌재는 “해당 조항은 ‘허위의 통신’ 가운데 어떤 목적의 통신이 금지되는지 고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따라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입법 시 요구하는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현행법에선 허위 정보가 다른 법익을 침해할 때, 즉 실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해 공무집행방해나 명예훼손·사기·업무방해 등 다른 범죄가 성립하는 경우에 한해 형사책임을 묻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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