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용산구 소재 라흰갤러리에서 작가 강종길의 개인전 ‘Have you ever seen a swallowtail?’을 준비했다. 강종길은 전시 제목과 같은 질문을 기점으로 제비의 시선과 비행의 궤적을 따라갔다. 소리와 움직임이 교차하는 순간을 회화적 리듬과 시각적 감각으로 포착한 것이다.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 팔자를 고친 흥보의 이야기를 다룬 ‘흥보가’는 약 18세기부터 판소리 형태로 불렸다. 제비가 흥보에게 보은할 박씨를 물고 날아드는 ‘제비노정기’는 흥보가의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제비노정기는 제비가 중국 강남에서부터 요동, 의주, 그리고 서울과 경기를 두루 거쳐 전라도까지 날아 내려오는 장면을 담았다. 비행하는 제비의 시선을 그린 것이라 색채의 표현이 다채롭고 풍경 묘사 또한 풍성하다.
붙잡기보다
강종길은 제비노정기를 전시의 모티브로 삼았다.
미술평론가 황재민은 “강종길은 어린 시절 국악을 배웠다. 그래서 판소리 서사와 친숙했고 자연스럽게 그것을 작업에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종길은 2021년부터 풍경이라는 소재에 천착했는데 특히 풍경을 풍경 그 자체로 담아내고 싶다는 고민을 담고 있었다. 시각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소리와 음향 등 청각적인 부분 또한 담아내고 싶어했다”고 부연했다.
풍경을 소리로 표현한 극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널리 불려온 판소리의 눈대목(가장 공들여 부르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제비노정기는 강종길의 경험과 관심이 하나로 얽힌 일종의 교차 지점으로 기능한다.
강종길은 이번 전시를 통해 풍경을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소리나 음향의 기운이 어우러진 감각의 장으로 인식하기를 꾀했다.
흥보가에서 영감
판소리 서사 그려
이를 위해 그는 제비 꼬리의 형상과 국악에서 음을 꾸미는 기법인 ‘시김새(떨거나 흘러내리거나 밀어 올리는 등의 장식음적 요소)’ 사이의 구조적 유사성을 발견하고 그러한 결과를 회화적 리듬과 사유적 공간으로 화면에 치환했다.
이 같은 감각의 중첩은 형태를 발명하거나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힘을 포획하는 것에 주목하려는 강종길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그는 풍경을 ‘제대로’ 표현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면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곧 놓치거나 흘려보낸 후에 남은 흔적을 손바닥에 문지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회화는 붙잡기보다 남겨진 감각을 더듬는 시도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강종길의 회화는 구상과 추상, 서사와 이미지, 시각성과 청각성이 일종의 진자 운동처럼 오가면서 하나의 닫힌 완결이 아니라 열린 장소로 남는다. 그럼으로써 강종길의 화면에는 풍경과 소리, 한국적 감성과 서구적 내러티브가 교차한다. 그러면서 그의 회화는 ‘무엇이 남아있는가’를 감각하는 생성의 현장으로 기능한다.
남겨진 감각
황재민은 “강종길은 풍경을 그리며 판소리 서사를 그리지만 동시에 풍경이 아닌 것을 그리며 판소리 서사가 아닌 것을 그린다. 추상과 구상, 서사와 이미지, 청각적인 것과 시각적인 것, 그리고 서구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 사이에 머물며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 달 13일까지. ⓒ자료·사진=라흰갤러리
<jsjang@ilyosisa.co.kr>
[강종길은?]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회화전공 박사과정 수료
▲개인전
‘괄호에 숨표 찍기’ 라흰갤러리(2024)
▲단체전
‘또 다른 물성’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2023)
‘공장놀이’ 서울대학교 제1파워 플랜트(2023)
‘Repeat, Repeat’, 서울교육대학교 샘미술관(2023)
‘2022 담양 아트위크(유유자적)’ 다미담예술구(2022)
PROCESSive‘ 서울교육대학교 샘미술관(2022) 외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