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전 연장 혈투 끝 첫 우승

2025.10.28 06:36:19 호수 1555호

‘프로 데뷔 3년 이내에 우승하지 못하면 우승컵은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첫 승이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선 우승 한번 못해보고 소리 없이 사라진 선수가 수두룩하다.



이율린도 이 중 한 명이 될 줄 알았다. 2023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그는 3년간 좀처럼 우승 기회를 잡지 못했다. 황유민, 김민별, 방신실 등 데뷔 동기들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그는 생존이 걱정이었다. 매년 상금랭킹 중하위권에 그쳐 정규투어 시드전을 통해 시드를 다시 획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기다림 끝에…

그랬던 이율린이 오랜 기다림 끝에 빛을 봤다. 그는 지난 19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 레이크코스(파72)에서 끝난 K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급 대회인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데뷔 후 81번째 출전 대회에서 거둔 쾌거다.

그것도 생애 첫 연장 승부에서 대선배 박지영을 물리치고 이뤄낸 우승이라 기쁨이 더 컸다.

이율린은 전날 코스레코드(9언더파 63타)와 함께 깜짝 단독 선두에 올랐다. 최종 4라운드에선 우여곡절이 많았다. 버디 5개와 보기 4개로 롤러코스터를 탄 그는 1타밖에 줄이지 못해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먼저 경기를 마친 박지영과 동타를 이뤘다.


그러나 마지막 승자는 이율린이었다. 그는 18번 홀(파4)에서 치러진 다섯번의 연장 끝에 버디를 잡고 제3대 상상인·한경 퀸이 됐다. 이날 5타를 줄인 박지영은 연장 모든 홀에서 파를 적어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대회에 걸린 우승상금은 2억1600만원(총상금 12억원). 앞선 25개 대회에서 벌어들인 상금(1억1387만원)의 약 두 배를 한번에 챙긴 이율린은 상금랭킹 28위가 됐다. 무려 46계단이나 올랐다. 매해 시드를 걱정하던 그에겐 무엇보다 우승자 시드(2년)가 큰 선물이 됐다.

이번 우승으로 2027년까지 시드 걱정 없이 투어를 뛰게 된 이율린은 “오랜 꿈이자 너무나 바라던 우승이라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황유민과 절친인 이율린은 “유민이가 어젯밤에 방까지 찾아와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해 줘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박지영 꺾고 81번째 만에 쾌거
3년간 중하위…매년 시드 걱정

이율린은 ‘시드전의 강자’로 불린다. 2023년 KLPGA 투어에 데뷔했을 때부터 3년 연속 시드전에 나섰는데 매번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첫 시드전을 5위로 통과해 정규투어에 데뷔한 그는 첫해와 지난해 각각 상금랭킹 93위와 64위에 그쳐 시드전에 나서야 했다. 2023년엔 2위, 작년엔 수석으로 다시 시드를 획득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상금랭킹 79위에 그친 이율린은 올해도 전남 무안CC에서 펼쳐지는 시드전으로 향할 확률이 높았다. 내년 시드를 확보하기 위해선 2주 뒤 에쓰오일챔피언십까지 랭킹을 60위 이내로 끌어올려야 했다. 이외의 방법은 우승밖에 없었다.

그런데 더 어려울 것 같던 우승을 해내며 생애 첫 승과 내년 시드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았다.

마지막 18번 홀이 이율린의 운명을 바꿨다. 박지영에게 1타 뒤진 단독 2위로 마지막 홀에 들어선 그는 5.6m 버디퍼트를 떨어뜨리며 승부를 극적인 연장으로 끌고 갔다. 이후 같은 홀에서 펼쳐진 다섯 번째 연장에서 다시 8m가 넘는 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시켜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5차 연장 승부는 올 시즌 최다 연장 승부로 기록됐다.

통산 10승을 자랑하는 박지영은 연장전에서 또 웃지 못했다. 2015년 데뷔해 이번이 개인 통산 세 번째 연장전이었는데 모두 패하며 우승을 놓쳤다. 2022년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선 연장 끝에 박민지에게 우승컵을 내줬고, 2년 뒤 같은 대회에서 펼쳐진 박현경, 윤이나와의 3파전에서도 가장 먼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탈락의 고배


박지영은 이번 패배로 올 시즌을 우승 없이 마칠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2021년부터 4년 연속 매년 1승 이상을 올리는 꾸준함을 자랑했다. 2023년과 지난해에는 3승씩을 올려 투어 최강자로 입지를 다졌다. 올 시즌엔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상태다. 박지영은 지난해 8월,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메이저대회 한화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1년2개월째 우승이 없다.

<webmaster@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