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쌍김이 흔드는 대한민국 정치 지수

2025.10.21 09:07:42 호수 0호

정치의 온도는 여론조사보다 이름에서 먼저 읽힌다. 요즘 정치권을 뒤흔드는 두 이름은 김현지와 김민수다. 공교롭게도 이 둘의 이름 끝자는 ‘지’와 ‘수’다. 상명대 경제학과와 상지대 법학과 출신의 쌍김(상김)은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정치 지수’의 주인공이 됐다.



김현지는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출신으로 현재 제1부속실장이다. 최근까지 총무비서관 외 공식 직책도, 명확한 개인 정보도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수십 년 동안 대통령 주변에서 인사와 행사 실무를 맡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급부상한 인물이다.

특히 국정감사 출석 문제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그의 이름은 단숨에 ‘정권의 투명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떠올랐다. 대통령실은 ‘개인 신상’이라며 방어에 나섰지만, 국민에겐 아직까지 국감 출석을 하지 않고 있는 김현지가 비선의 그림자로 비치고 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KT 자료를 근거로, “김 실장이 국감 첫날인 지난 13일 기존 사용하던 아이폰14 휴대전화를 아이폰17로 교체했고, 대장동 의혹이 불거졌던 때도 휴대전화 번호를 변경했다”며 “김 실장이 이 대통령의 대장동 의혹 관련 결정적 순간과 국감 출석 여부를 놓고 민감한 상황에서 휴대전화를 교체했다”고 폭로했다.

즉, 김현지는 최근 의도치 않게 권력의 불투명도를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 셈이다.

김민수는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 ‘보이는 정치’를 하는 대표 주자다. 그는 47세의 젊은 정치인으로, 거리의 언어를 여의도로 옮길 줄 아는 강성 정치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심에 가장 가까운 젊은 정치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가 공개석상에서 “청년이 변두리로 밀려나면 정치도 늙는다”고 말했을 때도 그 발언은 단순한 소신 발언이 아니라 윤 전 대통령의 세대 메시지로 해석됐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장동혁 대표와 윤 전 대통령을 면담한 이후 20일 스레드에 올린 글에서 “누군가에게 당연한 일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내·외부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을 일이 되는 세상이다”라며 “윤 전 대통령이 ‘장 대표와 자신에게 언제든 와도 좋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당내 일부 세력과 여론이 면담을 반대했는데도 강행했던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즉, 김민수는 최근 윤 전 대통령의 생각을 읽고, 당의 기류를 조정하는 ‘권력 온도계’로서의 존재감 있는 정치인이 된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 쌍김의 두 ‘지수’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정치의 중심을 흔든다는 점이다. 김현지는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를 드러내며 권력의 그늘을 측정하고, 김민수는 ‘보이는 손’으로 권력의 체온을 전달한다.

이 대조는 지금 한국 정치의 이중 구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쪽에선 여전히 ‘비선’이 자리 잡고 있고, 다른 한쪽에선 ‘강성 정치인’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정치의 ‘투명성 vs 충성심’, ‘권력의 내면 vs 대중의 외면’이라는 오래된 대립 구조를 다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치에서 ‘지수’란 수준과 신뢰의 문제다. 김현지의 논란이 투명도의 지수를, 김민수의 등장이 소통의 지수를 상징한다면, 이 둘은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그래프를 동시에 흔드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정치는 흐름과 신호의 예술이다. 숫자로 보이지 않아도, 이름 하나가 정치의 체온을 말한다. 상명대와 상지대 출신의 두 쌍김 ‘지수’가 만든 파문은 단순한 인물 이슈를 넘어선다. 한쪽은 권력의 뒷문을, 다른 한쪽은 권력의 옆문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이 두 문 사이에서 대한민국의 정치 지수는 출렁이고 있다.

쌍김의 공통점은 우리 국민이 “둘 다 이재명과 윤석열이라는 극단의 정치 좌표 속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알고 있다는 점이다. 김현지는 대통령 권력의 내향적 에너지를, 김민수는 야당의 외향적 동력을 대표한다. 한쪽은 권력의 중심을 수비하고, 한쪽은 여론의 전선을 확장한다.

김현지와 김민수는 지금 제도권 내부 또는 제도 외부에서 권력구조, 책임성, 투명성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물이 확실하다. 즉 이 둘이 대한민국 정치 지수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현재 대한민국 정치 지수가 흔들리고 있다는 이 맥락에서 보면, 쌍김 현상이 신뢰 저하의 요소 혹은 신뢰 악화의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고, 향후 정치 지수가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는 이 둘의 역할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춰지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정치 지수를 사용하는데, 사실 이는 '정치 불확실성 지수’를 의미한다. 산출 방식은 지난 2000년 1월1일을 기준으로 장기평균을 0으로 놓고, 이보다 언론에서 불확실성 관련 기사가 많아지면 지수가 높아지고, 적어지면 낮아지는 방식이다.


지난 6월 보도에 따르면, 대선 이후 한동안 상승했던 지수가 1.5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정치 지수는 쌍김의 부각으로 인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정치 지수가 계엄선포 직전엔 12.8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

쌍김의 존재는 각 당에 단기적으론 안정과 확장에 기여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정치의 균열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필자는 “우리나라 정치 지수를 결정하는 건 쌍김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투명성과 책임’의 가치가 얼마나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우리 국민은 지금 쌍김이 흔드는 정치 지수의 상승세를 눈여겨봐야 한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