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17개 상임위원회가 13일부터 31일까지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에 나선다. 3대 특검을 필두로 내란 청산과 대법원 현장 국감, 검찰개혁, 한미 관세 협상, 정부 전산망 마비와 홈플러스 사태 등 정치와 경제 현안을 놓고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김현지 대통령실 1부속실장의 인사와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의 금거북 의혹, 체포됐다가 풀려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논란도 마찬가지다. 즉 이번 국감은 법제사법위원회, 운영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필자는 올해 국회 국감에서 가장 주목받아야 할 대상은 단연 국방위원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 상임위는 대부분 여야 공방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국방위는 우리나라 안보와 직결되는 현안을 다루고, 특히 64년 만에 처음으로 문민 장관이 국방부를 맡아, 우리나라 국방이 안전한가를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은 무인기 침투, 전술핵 위협, 위성 발사 등으로 한반도 긴장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초 공개된 신형 전술핵 탑재 미사일은 명백한 도발이자, 한국의 방위체계를 시험하려는 전략적 압박이다. 지난 10일에는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국방부를 향해 “안보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를 묻는 건 그 어떤 상임위 질문보다 중요한 질문이다. 동시에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지연, 방산 예산 불투명성, 병역 자원 감소 등 내부 문제도 겹쳐 있어 국방위가 우리의 국방력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이후 '문민 통제의 원년'을 선언하며 국방 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그래서 이번 국감이 안 장관에겐 국민과 정치권에 국방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첫 시험 무대가 된다. 안 장관은 이 시험 무대에서 진정성을 보여주고 국방 개혁의 청사진을 설명하며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국방위 국감은 13일, 17일, 23일 3차례에 걸쳐 진행되는데, 안 장관은 13일 출석한다.
안 장관은 군복이 아닌 정장을 입고 국방위에서 약 15년 동안 국방을 논하던 정치인이었다 그러니 이제는 헌법 제1조의 명령 '군은 국민의 군대'라는 가치를 제도화해야 하는 국방 책임자가 됐다. 문제는 그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다. 안 장관은 국감에서 그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답을 내놔야 한다. 특히 야당의 공격에도 성실하게 답변해야 한다.
안 장관이 마주하게 될 국감의 주요 논란은 적지 않다. 그 중 몇 가지는 이미 언론을 통해 예고됐다.
먼저 병적 기록 논란이다. 방위병 시절 복무 기간이 연장된 이유가 단순 행정 착오인지, 아니면 특혜나 은폐가 있었는지에 대한 검증이 불가피하다. 국민은 “군 출신이 아니더라도 국방 책임자로서 투명해야 한다”는 점을 요구할 것이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한 해법도 문제다.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요청한 군사·보안 관련 지도 정보의 해외 반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답해야 한다, 이는 기술 주권과 안보 주권이 맞닿는 민감한 사안이다. 안 장관은 과거 국회의원 시절 관련 법안을 다뤘던 만큼, 이번엔 정치적 비판을 넘어 실무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방산 사업의 투명성이 가장 큰 이슈다. KDDX 사업자 선정 과정은 매년 감사 때마다 논란이 반복됐고, 방위산업은 군의 생명줄이지만, 동시에 비리의 온상이라는 의혹도 받아왔다. 안 장관은 이번 국감에서 방산의 투명화를 제도적으로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가를 제시해야 한다.
병력 아웃소싱 15만명 구상과 인사 개혁 문제도 이슈다. 비전투 부문을 민간에 위탁하겠다는 구상은 군 효율성 측면에선 합리적이지만, 보안과 군 정체성 측면에선 논란이 예상된다. 더구나 안 장관은 육사 출신이 아닌 만큼, 군 내부 저항과 긴장도 국감에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의 질문은 여야를 떠나 날카롭고, 언론의 조명은 차가울 것이다. 하지만 국감은 위기의 무대이자 동시에 기회의 무대다. 안 장관이 국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의 국방 리더십의 무게가 달라질 것이다.
필자는 ‘국감에선 투명성이 최선의 방패’라고 생각한다. 병적 논란이든, 지도 반출이든, 자료 제출과 공개에서 숨김이 있어선 안 된다. “국민의 군대는 국민 앞에 열린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 불편한 질문을 피하는 대신 “국민에게 보고드린다”는 태도로 임할 때, 국민은 오히려 안 장관을 신뢰하고 우리 국방에 대해 안심할 것이다.
특히 국감에서 정치 공방을 정책 공방으로 전환할 줄 알아야 한다. 야당의 공세가 강하더라도 안 장관이 국방 개혁의 정책 청사진을 국감장에서 제시한다면, 그 자리는 방어전이 아닌 정책 발표 무대로 바뀔 것이다. 지도 데이터, 방산 계약, 병력 운영, 복무제도 등 실질적 대안을 명확히 제시할 때, 비전 있는 장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국방위 국감은 국방부 장관을 심문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 앞에서 장관이 국방에 대해 책임을 약속하는 자리다. 국민은 더 이상 군의 논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국민이 듣고 싶은 건 이재명정부가 주장하는 '민주주의의 군대'가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이다.
이번 국방위 국감은 문민 장관 안규백에게 주어진 첫 시험 무대이자, 우리나라 국방부가 문민 통제 작동이 가능한지를 가늠하는 자리다. 우리 국민은 안규백이 단순한 국방부 장관이 아니라 국방 개혁을 통해 ‘국민의 국방 리더’로 자리 잡을 것인지를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