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불려갈 총수 리스트

2021.10.04 06:00:00 호수 1343호

다시 펼쳐진 보여주기 망신쇼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최근 들어 국정감사는 기업 때리기에 혈안이 돼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단순 망신주기 수준에 불과한 무성의한 질의와 총수를 향한 수위를 넘나드는 질타가 쏟아졌던 까닭이다. 기업의 최고 경영진이 줄소환된 모습을 보면 올해 역시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국회 국정감사가 지난 1일자로 시작됐다. 오는 21일까지 3주에 걸쳐 국감이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재계 인사가 증인으로 국감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된다.

호통으로
존재감 부각

당초 이번 국감에서는 다수의 재벌기업 총수가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점쳐졌다. 특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등 재계 서열 10위권 그룹 총수 6명을 증인 신청 명단에 올렸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증인 신청 명단에도 다수의 재벌기업 총수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다. 정의선 회장은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협상 결렬, 현대차의 중고자동차 매매시장 진출 문제 등으로 증인 출석 여부가 논의됐고, 최태원 회장도 증인석에 앉을 수 있다는 견해가 팽배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CEO를 증인으로 채택할 예정이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대한 대기업 출연실적이 저조한 이유 등을 묻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정무위원회(정무위)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배보찬 야놀자 대표 등 플랫폼 기업 대표들을 증인으로 소환해 독점과 불공정 문제 등에 대한 책임을 추궁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밖에 김정주 넥슨코리아 대표,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구현모 KT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남희 머지포인트 대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기업인을 줄줄이 소환될 것으로 점쳐졌다.

다만 당초 증인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여겨지던 주요 기업 총수 상당수는 올해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특히 재계 서열 10위권 내 기업집단 대부분이 증인 명단에서 빠졌다.

올해도 반복되는 기업 군기잡기
일단 호출…맹탕 진행 재현되나

재계에서는 무분별하게 대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불러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일정부분 받아들여졌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10대그룹 총수 중에선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유일하게 증인으로 서게 됐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 5일 열린 산자위 국감에 증인으로 나설 가능성이 컸지만,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대신 오는 20일 열리는 종합국감에는 참석해야 한다.

최대 관심은 카카오를 포함한 온라인플랫폼 기업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배보찬 야놀자 대표이사, 강한승 쿠팡 대표 등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히 김범수 의장의 경우 여야 정무위 의원 6명이 증인 출석을 요청했다.

카카오는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키우면서 골목상권으로 사업권을 넓히고 있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은행, 증권 등 금융은 물론 택시, 대리운전 호출 등 모빌리티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했고, 배달 중개 서비스까지 진출하면서 골목상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비판 목소리가 커졌다. 

재계는 비록 그룹 총수들이 국감 증인 명단에서 대거 빠졌지만 기업인들이 대거 줄소환된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조건 불러놓고 호통 치는 형상이 올해도 반복될 거란 심리 때문이다. 

재계는 국감 때마다 기업인을 부르는 것에 대해 의원들의 존재감 부각 차원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중앙부처 등 정부 국감은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맹탕 국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반복되는
이벤트

재계 관계자는 “국민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위해 기업인들을 무분별하게 소환해 망신을 주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관행적으로 지속됐던 ‘보여주기식’ 국감은 기업을 옥죌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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