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트럼프 ‘사기극 발언‘이야말로 ‘진짜 사기’

2025.09.24 11:03:42 호수 0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유엔 본부에서 열린 80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 발언이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그는 “It’s the greatest con job ever perpetrated on the world, in my opinion(내 판단엔, 기후변화는 전 세계에 가해진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 외에도 연설 전반에서 ‘green energy policies’ ‘carbon footprint’ ‘green scam’ 등의 표현을 반복하며 재생에너지 전환, 기후 예측, 탄소 감축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엔과 과학자들의 경고를 “바보들의 거짓말”이라고 몰아세웠다.

트럼프는 “한 유엔 관리가 1989년에 ‘10년 안에 지구온난화로 전체 국가들이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1920년대와 1930년대에는 지구 냉각이 세상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공동 과제를 향해 던진 그의 언어는 단순한 과장이나 정치적 농담이 아니다. 이는 과학과 국제 협력, 그리고 미래 세대를 향한 노골적인 조롱이며 무책임한 도발이자 사기극이 아닐 수 없다.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각국의 정상들은 “유엔총회 연설에 대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관례에 따라 아직까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후가 취약한 개발도상국 및 섬나라 국가 정상들은 트럼프의 기후변화 부정 발언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할 가능성이 높고, 유럽 국가들 역시 재생에너지 정책이나 탄소 감축 목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트럼프 발언에 대해 강한 비판이 예상된다.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정상들과 달리 해외 매체들은 일제히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맹비난했다.

<더 가디언>(The Guardian)은 기후변화를 “con job”이라고 칭한 점, 파리협약 탈퇴 및 재생에너지 반대 등이 포함된 맥락을 강조하며 비판적 시각으로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도 연설 중 기후과학에 대한 명확한 부정(“carbon footprint is a hoax” “predictions…were wrong”)과, 유럽과의 갈등 조장, “green energy agenda”에 경제적·문화적 파괴 가능성을 경고했다.

트럼프는 기후위기를 부정함으로써 특정 지지층의 환호를 얻을 속셈이었을 것이다. 석유·석탄·가스 등 화석연료 산업 종사자들, 환경 규제를 비용으로 여기는 기업인들, 그리고 “엘리트와 국제기구는 믿을 수 없다”는 불신 정서를 가진 보수 유권자들이 바로 그 대상이다.

그들의 불만과 두려움에 맞춰 기후위기를 사기극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표 계산에는 유효할지 모르겠지만, 인류의 안전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재해와 해수면 상승으로 어떤 나라들은 높아진 바닷물에 집들이 수몰되고 어떤 나라들은 수 많은 국민들이 홍수와 태풍, 폭염 등의 기후변화 재앙으로 인해 몰살당하는 상황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국경을 넘어선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다시 미국을 고립시켰다. 그는 파리기후협정 탈퇴에 이어 이번에는 유엔총회에서 국제사회의 노력을 미국 산업을 갉아먹기 위한 속임수로 비난했다.

미국의 책임을 회피하고, 국제 협력을 조롱하는 이 태도는 결국 미국조차 더 큰 피해로 몰아넣을 것이다. 고립주의는 세계를 구하지 못할 뿐 아니라, 미국 스스로의 미래도 지키지 못한다.

트럼프의 언어는 무지가 아니다. 그것은 의도적인 부정이다. 유엔과 학계가 제시한 수많은 데이터와 예측을 “틀렸다” “사기”라며 매도하는 것은 사실 왜곡을 넘어, 과학적 합의를 흔드는 정치적 선동이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전 세계는 혼란에 빠지고, 분열되며, 기후위기 대응의 속도는 늦춰지고 말 것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단지 국제회의장에서 울려 퍼진 막말이 아니라, 전 세계 기후 정책을 파괴하는 핵폭탄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가 얻는 것은 지지층의 박수와 정치적 이익일지 모른다. 그러나 인류가 잃는 것은 미래다. 화석연료에 집착하고 재생에너지를 사기로 몰아가는 그의 수사는, 단기적으로 일부 산업을 지킬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지구의 안전을 파괴한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인류의 생존을 도박판에 올려놨다. 그 결과의 무게는 미래 세대가 고스란히 짊어지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기후변화를 ‘세계 최대 사기극’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진정한 사기극은 트럼프의 정치적 언어 자체다. 그는 과학을 부정하고, 국제사회를 모욕하며, 정치 이익을 위해 지구의 미래를 팔겠다는 심산이다.

지도자의 선동이 일시적 박수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남기는 것은 재앙일 뿐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인류를 위기에 빠뜨리는 위험한 도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동가의 언어가 아니라, 기후위기를 직시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리더십이다.

트럼프는 지난달에도 풍력과 태양광을 “세기의 사기극(scam of the century)”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며, 관련 프로젝트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인류는 트럼프의 ‘사기극 발언’이 진짜 ‘사기극’이라는 사실을 주지하고, 더 이상 트럼프의 사기극에 속아 넘어가선 안 된다.

트럼프의 유엔총회 연설은 57분 동안 이어졌다. 각 정상에 주어진 연설 시간이 15분인데 트럼프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1시간 가까이 연설을 이어간 것 자체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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