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액 지급된다”던 보험사, 돌연 거절 통보 입길

2025.09.09 17:37:42 호수 0호

담당자 변경 후 말 바꿔
분쟁조정 불가피 지적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최근 보험사의 잘못된 안내를 믿고 수술을 진행한 한 가족이 수천만원의 치료비를 떠안게 된 사연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보험사의 보상 거부로 힘들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다름 아닌 제 가족의 이야기”라며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가족이 1년 전 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지급받았으나 이후 다른 부위에도 동일 코드의 질병이 발생했다. 약관에 ‘1년 내 동일 질병 수술은 보상 불가’ 조항이 있어 보험사에 미리 확인하는 과정에서 전문 상담사는 “이전 지급액을 제외한 차액은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상담사의 말만 믿고 수술을 진행했지만 두 번째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신청 당시 보상 담당자 역시 차액 지급이 된다고 설명했으나, 돌연 상위 결재자라는 다른 담당자로 교체되며 입장이 번복됐다. 새 담당자는 “약관에 걸려 수술비를 줄 수 없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A씨는 “저희는 보험사의 입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담당자 답변만 믿고 수술을 진행했는데, 미리 안내해 줬다면 일정을 변경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새 담당자는 ‘나는 그런 말을 들은 바 없다’는 말만 하고, 제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며 “보상을 피하려고 일부러 1년 이내에 수술받게 유도한 건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두 번째 수술비만 수천만원에 달해 막막하다. 수술한 가족도 스트레스가 커 잠을 못 자고, 회복도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사연을 접한 회원들은 “(수술한 가족이) 쾌차하기 바란다” “약관상 기재된 건 맞더라도 담당자가 문제가 있다” “민원 넣어야 해결될 듯” “손해사정사를 찾아가 보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회원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으면 신속하게 처리된다. 저도 퇴직연금 관련 분쟁 때 은행에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는데, 금감원에 전화한다고 하자 3일 만에 해결된 적이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또 다른 회원은 “금감원 민원은 분쟁 민원 적체로 1년 이상 소요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며 “지난 4월에 넣은 제 보험 분쟁 민원에 대해서도 금감원이 ‘현재 24년 8월분 처리 중이라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안내했다”고 당부했다.

보험금을 둘러싼 보험사와 고객 간 갈등은 특이한 일이 아니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 처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처리된 민원 약 3만6000건 가운데 보험 관련 사안은 77%(2만8000건)에 달했다. 특히 금액 산정(66.9%), 면·부책 결정(18.6%) 등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보험업계에선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은 결국 약관상 ‘동일 질병’ 여부가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분류 질병 코드가 같으면 동일 질병으로 간주해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보험사 약관에는 ‘1년 이내 같은 질병으로 수술할 경우 1회만 보상한다’는 조항이 포함돼있어, 이를 근거로 지급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반면 법조계에선 보험사의 약관 설명 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1년 내 동일 질병 재수술 보상 불가’는 보험금 지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조항임에도, 보험사 담당자가 차액 지급이 가능하다고 안내해 소비자가 잘못된 판단을 하게 했다는 것이다.

A씨 주장대로 보상 담당자가 잘못 안내한 사실이 입증되고, 이로 인해 수술 일정을 조정할 수 있었음에도 일찍 수술을 진행해 손해를 입은 것이 확인된다면, 민법 제750조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실제로 보험사 상담원의 잘못된 안내가 배상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한 차량이 보도블럭 위 곡괭이를 밟아 타이어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상담원은 “수리 기간 동안 차량 렌트가 가능하다”고 안내했으나, 이후 보험사가 108만원 상당의 렌트 비용 지급을 거부해 분쟁 조정이 이뤄졌다.

당시 보험사는 “이 사건은 자동차 사고가 아닌 일반 사고로 확인돼 면책이 타당하다”면서 “상담 내용은 일반적인 절차를 안내하는 것이고, 보험금 지급 여부는 보상 담당자가 결정하는 사항이므로 배상이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비자원은 “상담 직원이 수리 기간 동안 렌트가 가능하다고 답변했고, 이로 인해 신청인(운전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에 대해선 양 당사자 간 다툼이 없다”며 “따라서 피신청인(보험사)은 잘못된 안내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근처에서 공사 중인 것을 알았던 점 등 신청인에게도 일부 과실이 있다”며 “민법 제750조에 따라 피신청인은 신청인에게 32만4000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한편 <일요시사>는 9일 A씨에게 구체적인 계약 사항 및 상담원과의 통화 내용, 분쟁 조정 신청 상황 등을 묻고자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닿지 않았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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