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당, 성비위 파문에 고개⋯조국 책임론엔 선긋기

2025.09.05 14:48:21 호수 0호

“온전한 피해 회복 위해 최선”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5일 조국혁신당(혁신당)이 결국 당내 성비위 및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사건이 불거진 지 수 개월 만에 강미정 대변인의 폭로가 이어지고 나서야 지도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회복을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당의 늑장 대응과 미흡한 피해자 보호 대책을 두고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미정 전 대변인을 포함해 피해자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사건으로 마음을 다치신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도 깊이 사죄드린다. 온전한 피해 회복이 이뤄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도부는 발언에 앞서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공식 사과했다.

이날 김 권한대행은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당에 따르면, 성비위 사건 2건은 외부기관 조사를 거쳐 가해자 1명은 제명, 다른 1명은 당원권 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11건 신고 가운데 1건만 인정돼 해당 가해자에게 감봉 조치가 내려졌으며, 노동청 판단 역시 동일했다는 게 김 권한대행의 설명이다.

그는 “피해자 요청에 따라 외부 위원 중심의 공적 절차를 거쳤다”며 당의 대응을 강조했지만, 동시에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당은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수감 중 당내 내홍을 인지하고도 침묵을 지켰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해명에 나섰다.

김 권한대행은 “사건 접수 당시 조 원장은 ‘영어(囹圄)의 몸’이었다. 조사·징계 책임은 제게 있었고, 조 원장은 서신을 통해 사건을 접한 것으로 안다”며 “당시 조 원장은 당원도 아니었고 당무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조 원장이 이 문제를 두고 나와 상의했다면 ‘사당화’ 논란이 불거졌을 것”이라며 “당무에 관여했다면 정당법 위반이자 당헌·당규에도 어긋난다. 옥중 정치한다는 말이 나올 수 있었기에 발언을 자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 원장은 전날(4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비당원 신분이라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며 “공당 절차에 개입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되려 역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당 성폭행 피해자 대리인인 강미숙 혁신당 여성위원회 고문은 이날 SNS를 통해 “수많은 옥중 편지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냈고, 지도부와 당직자들이 수시로 면회 다니며 당무를 보고한 것으로 안다”며 “당원 여부, 권한 여부를 말하는 건 형식 논리에 불과하다”고 직격했다.

이어 “그렇다면 당원도 아닌 사람이 주요 당직자들의 의전을 받으며 현충원에 참배한 일정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며 “기자회견 후 다시 확인한 것은, 우리는 ‘사람’을 말하고 ‘마음’을 말하는데 당은 끝내 법과 절차만을 말한다는 점”이라고 당의 태도를 꼬집었다.

정치권 전반에서도 조 원장을 향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의 해명이 책임 있는 사과라기보다는 회피성 발언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SNS를 통해 “사과가 아니라 자기 변명에 가깝다”며 “누구도 ‘비당원’이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피해자의 고통은 구체적인데 조 원장의 입장문은 추상적”이라며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감정적 후회가 아니라 실질적 대책으로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정으로 책임감을 느낀다면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직접 주도해야 한다”며 “사과는 변명이 아니라 책임이다. 정치인의 무게는 그 책임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도 같은 날 SNS에서 “비당원이라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는 건 비겁한 변명”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옥중 인터뷰로 다른 무수한 발언을 하지 않았던가”라며 “한 줄이면 족했다. 피해자와 연대한다, 그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 문제에 ‘사실’을 따져봐야 태도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가운데, 조 원장이 지난 몇 년간 자신의 입시 비리범죄에 대해 구체적 ‘사실’을 한번도 제대로 말한 적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절차’와 ‘결과’만으로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는 강 전 대변인이 전날 탈당 기자회견에서 “당이 피해자의 절규를 외면했다”고 폭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혁신당은 향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성평등 문화혁신특위’ 권고안을 토대로 재발 방지 대책을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공식 사과와 쇄신 약속이 반복돼온 만큼, 이번 다짐이 실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혁신당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 피할 수 없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혁신과 도덕성을 앞세워 출범한 당이 내부 문제에서조차 미흡한 대응을 보였다는 점은 곧 당의 정체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이 투표로 심판할 것이라는 말도 여의도 정가에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도부가 약속한 ‘근본적 쇄신’이 실제 제도 개선과 문화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위기 관리 실패를 넘어 혁신당의 정치적 신뢰 기반 자체를 흔드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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