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성추행범은 끝내 제명됐으나…. 너무 오래 걸리고, 몸 좀 만진 게 뭐 대수라고, 그게 뭐 성추행이냐며 미꾸라지가 물 흐린다는 식으로…. 치부하다 여론이 심각해지니 가해자는 날짜를 다 채우고 결국 제명됐다.”
강미정 혁신당 대변인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당내 성추행 및 괴롭힘 사건과 당의 부실 대응을 공개하며, 앞으로 사회적 불의와 침묵을 깨고 작은 목소리를 증폭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발언에서 당내 피해자 일부가 이미 당을 떠났고, 가해자와 조력자들은 징계받거나 제명이 확정됐다고 주장했다. 여성위원회 실무 담당 비서관은 당직자로부터 폭행을 당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상태라고도 밝혔다. 이 같은 현실 때문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
그는 검찰개혁과 정의 실현을 위해 당에 입당했지만, 동지라고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성희롱과 성추행, 괴롭힘을 경험했고, 이를 외면하거나 모른 척하는 시선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피해자와 조력자를 보호하려 했지만, 당의 윤리위원회와 인사위원회는 가해자와 가까운 인물들로 구성되어 외부 조사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또 다른 고통을 겪었고, SNS와 당 내부에서는 피해자와 조력자들을 향한 조롱과 배척이 이어졌다고 한다.
강 대변인은 사건 접수 후 5개월 동안 당 차원의 피해자 지원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피해자 보호가 외면된 상황에서 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재심 과정에서도 피해자와 가해자 간 불공정 사례가 발생했으며, 피해자를 지키려 했던 사람은 재심 후 빠르게 제명이 확정됐지만, 가해자는 60일 만에 제명이 확정되는 등 차별적인 처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혁신당이 검찰개혁의 기치 아래 모인 정치 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날 강 대변인이 국회 소통관에서 눈물 흘리며 탈당을 선언한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적 결정이 아니다. 이는 당내 성 비위 문제의 미숙한 처리, 지도력의 실패, 그리고 반복되는 2차 가해가 쌓인 결과다.
정치 평론가로서 말하자면, 이런 내부 갈등은 당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 약점이다. 피해자 보호가 우선되지 않으면 어떤 이념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본질은 피해자 외면 당의 침묵 문화
이렇듯 강미정의 기자회견은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믿었던 동지들이 성희롱, 성추행, 괴롭힘을 저질렀다”고 폭로하며, 당이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조사 과정에서 2차 가해가 발생했고, 피해자 조력자들이 오히려 징계받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조국 전 대표에게 직접 사건을 보고했지만, 그는 수감 중이던 시기부터 침묵으로 일관했다. “검찰개혁이라는 대의가 피해자 보호를 가렸다”는 그의 지적은 당의 우선순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아나운서 출신인 강미정은 당에 합류한 후 대변인으로서 검찰개혁 운동의 얼굴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탈당 후에도 “옳은 척 포장된 싸움으로 매도당하는 또 다른 가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혁신당 측은 즉각 “피해자 요구를 수용한 절차를 마쳤다”고 반박했지만, 이는 표면적 대응에 불과하다.
X(트위터)에서는 탈당 지지 포스트가 쏟아지며, “당을 해체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왔다. 예를 들어 X 유저는 “강미정 대변인이 성 비위 피해자 중 하나로 내부에서 싸워왔다”며 당의 현실을 비판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의 조직문화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성 비위가 발생했을 때, 당은 외부 법무법인을 동원해 조사했지만,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정치 분석가로서 보자면, 이는 지도력의 실패다. 조국 전 대표의 침묵은 당의 도덕적 기반을 흔들었고, 이는 장기적으로 지지층 이탈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 혐의에도 미온적 대응
성비위 논란의 핵심 인물은 김모씨다.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으로 문재인정부 시절 공보실장을 지낸 그는 당에서 핵심 역할을 했지만, 올해 초부터 여성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과 추행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자들은 “연봉 협상 과정에서 성희롱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텔레그램 대화 중 ‘쪽’ 같은 성적 발언, 삼보일배 중 “뒤태가 예술이야. 이순신 장군도 발딱 서겠어” 같은 패륜성 농담까지 구체적 사례를 폭로했다.
사건 경과를 시기별로 분석해 보자.
지난 3~4월, 김씨의 지속적 성희롱·추행 시작. 피해자 A씨가 텔레그램 발언 등 증거 제시했는데, 이는 직장 내 위력 관계를 이용한 전형적 성 비위 패턴이다. 4월 말 피해자 고소, 서울청 이첩. 당 여성위원회 신고했지만, 초기 대응 지연이 문제의 뿌리였다.
5월 초 피해자 5명 이상, 6건 확대 이후 당이 사과 기자회견 계획했으나 피해자들은 “방관과 2차 가해가 더 고통스럽다”고 토로하자 김씨를 직무에서 배제시켰다.
6월 윤리위원회, 자격 정지 1년 처분 및 다른 가해자 제명. 하지만 공간 분리 실패와 신원 유출로 2차 가해 지속. 당 게시판 폐쇄 등 미흡한 조치. 이후 활동 제한 중이나 여전히 논란 중. X나 SNS 등에서 “요즘 김OO 왜 안 보이냐?” “갑자기 안 보이시는데 매우 궁금합니다. 소식 아시는 분 글 올려주세요” 등 포스트 다수. 피해자 조력자 역추궁 등 추가 문제가 노출돼있다.
해당 사건은 당의 성 비위 대응 시스템의 취약점을 그대로 노출했다. 피해자들이 “당의 침묵이 상처를 키웠다”고 말한 대목은 핵심이다. 정치학적으로 이런 사건은 당의 성 감수성 부족을 드러내며, 특히 여성 지지층 이탈을 가속하게 한다.
최강욱 발언의 문제점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교육연수원장 발언은 논란의 불씨를 더 키웠다. 혁신당 아카데미 강연에서 그는 성비위 사건을 “사소한 문제, 싸워야 할 문제냐?”고 치부하면서 “한동훈 처남처럼 여검사 몇 명을 강제로 강간한 일인가?”라고 비꽜다. 이는 명백한 2차 가해다.
피해자의 고통을 경시하고, 강간 같은 극단 사례와 비교해 성비위의 심각성을 축소한 셈이다.
최 원장은 “그다음에 무슨 판단이 있어야지, 그냥 내가 보기에 나는 누구 누구 누군가 좋은데 저 얘기하니까 저 말이 맞는 것 같아. 이건 아니다”라며 “그건 개돼지의 생각이지”라고 말했다.
성추행 가해자에 대해 문제 제기하거나 피해자를 옹호한 사람들을 겨냥해 사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관여하는 것 아니냐며 ‘개, 돼지’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개·돼지 발언은 왜 이렇게들 좋아하나?
최 원장의 이력을 보면 이런 발언이 우발적이지 않다. 과거 ‘암컷’ 발언으로 당원 자격정지 6개월, ‘딸딸이’ 논란 등 여성 비하가 반복됐다. 딸 셋을 둔 아버지로서의 이미지도 무너졌다. 민주당 내에서 ‘반인권적 태도’라는 비판이 쏟아지며 제명 요구까지 나왔다.
분석적으로, 최 원장의 발언은 혁신당 문제를 넘어 민주 진영 전체의 성 이슈를 드러낸다. 과거 업무방해 유죄 판결과 광복절 특사 복권까지, 그의 정치 행보는 논란의 연속이다. 이는 당의 교육연수원장으로서의 적합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혁신당의 위기와 정치권의 교훈
혁신당 사태는 검찰개혁의 이념이 내부 윤리 문제를 가릴 수 없다는 교훈을 준다. 강미정 탈당은 빙산의 일각일 뿐, 성비위 사건과 최강욱 발언이 얽히며 당의 신뢰가 추락했다. 정치 전문가로서 단언컨대, 피해자 중심의 투명한 대응 없이 재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셜미디어 반응처럼, 지지자들은 이미 등을 돌리고 있다. 이 사건이 정치권 전체의 성비위 처리 기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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