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48)

2012.10.22 11:10:00 호수 0호

중은 제 머리를 깎지 못한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거부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는 게 인생사
격려와 위로가 때로는 큰 위안

“진 사장, 자네와 이분과는 모든 입장이 다르지 않겠는가? 그러니 처리하는 방법도 달리해야지. 자네처럼 막가파식 조폭처럼 해서야 쓰겠어?”
내가 반농담조로 웃으며 말했다.
“하긴, ‘중이 제 머리 깎지 못한다’는 속담처럼 나도 닥치면 방법이 없겠지만.”
진 사장 역시 머쓱해져 가벼운 웃음으로 넘기고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은 최 사장님과 사모님의 노력여하에 달렸다고 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부터라도 당장에 찾아가서 해결하겠습니다. 저보다 저희 집사람이 가장 먼저 달려갈 겁니다.”
“일을 하시다 막히시면 언제라도 전화를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어떤 결과든 나오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장시간 정말 감사드립니다.”
최 사장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하듯 깍듯이 인사를 하고 있었다. 심한 갈증 끝에 물 한 모금 얻어 마신 자처럼 감사해 하는 모습이었다. 제발 잘 해결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도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는 서로 최 사장 일이 잘 되기를 바란다는 심정으로 힘차게 악수를 나누었다. 두 사람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고 나니 새삼스레 산다는 것에 대해 사색하는 나를 발견했다.

십년 묵은 원을 풀다

‘최 사장은 처음 내 방에 들어올 때는 모든 고민을 혼자 짊어진 것 같은 표정이었는데, 지금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가는 사람처럼 활기가 넘쳐 보이는구나. 이 짧은 세상살이에도 이토록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일들이 생기는 이유가 뭘까? 참 거부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는 게 인생사이니…. 이런 것조차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겠지.’
그로부터 며칠 후 최 사장으로부터 전화연락이 왔다. 그의 집사람이 장인어른을 뵙고 확인서를 받았으며,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둘째 여동생에게서도 확인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리 정해둔 법무사에 의뢰하여 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완료하였다고 했다.


내 예측대로 일이 풀리고 있었다. 최 사장이 두 번 세 번 고맙다고 했다. 나 역시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라고 했다. 그리고 바쁘게 그 사건을 잊고 지내고 있는데 어느 날 진 사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어이, 임 이사! 오늘 시간이 어떤가? 지난번 약속대로 저녁식사라도 하지?”
“미안하네. 오늘은 직원들과 회식이 있어 식사는 다음에 하고 차라도 한잔 하겠다면 들러주게나”
“이 사람이, 바쁜 척 하기는…. 하아, 농담일세.”
“아니야. 지금은 별로 바쁘지 않아.”
“그럼 잠깐 들러서 차 한 잔 마시겠네.”

“그러지 뭐.”
통화가 끝나고 두어 시간 뒤에 진 사장과 몸집이 큰 최 사장이 함께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임 이사님, 안녕하십니까?”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최 사장이 환하게 웃으며 내게 큰절이라도 하듯 고개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아니 웬일이십니까? 최 사장님께서 오신다는 말은 없었는데?”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내가 말했다.
우리는 예전과 달리 편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최 사장이 자리에 앉으며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 죄송합니다.”

마지못해 털어놓다

“아닙니다. 저도 최 사장님 일이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찾아주시니 고맙기도 하고요.”
그러자 옆에서 기분 좋게 웃음 띤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던 진 사장이 거들었다.
“임 이사! 최 사장님이 사건 마무리가 잘 되서 조금이라도 빨리 소식을 전해주고자 방문하였다네.”
“아, 그래요. 정말 잘 되었네요. 축하합니다.”
내 일처럼 기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가 내 손을 마주잡으며 다시 고개를 숙여보였다.

“임 이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십년동안 막힌 원이 풀린 것 같습니다.”
최 사장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손을 맞잡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무슨 말씀을요.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잖습니까. 정말 수고했어요.”
그리고선 진 사장을 향해 웃음을 던졌다.
“어이, 진 사장! 자네는 뭐하는가? 자네도 일어나 악수 한번하세.”
“아니, 나는 뭐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데….”
진 사장이 일어나며 겸연쩍게 말했다.

“이 사람아, 무슨 소린가? 자네가 최 사장님의 기를 살려준 것이 아닌가. 다 옆에서 격려하고 걱정하고 위로하는 것 자체가 최 사장님께는 큰 위안과 힘이 되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최 사장님을 나에게 모셔온 것도 자네가 아닌가?”
그제야 진 사장이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최 사장에게 축하의 악수를 청했다.
“그래 어떻게 잘 정리가 되었습니까?”
모두 자리에 앉고 나서 내가 궁금한 걸 물었다. 최 사장이 무용담을 말하듯 얘기를 시작했다.

“사실은 무척 마음을 졸이며 제 집사람과 함께 장인께 찾아갔습니다. 이런저런 애기를 하다가 집사람이 슬며시 장인이 가지고 있던 주택을 현재 명의인에게 명의이전해준 것을 끄집어내면서, 그 주택을 팔았는지 아니면 또다시 동서이름으로 명의를 넘겼는지 모르겠다고 혼잣말처럼 궁금해 하듯이 말문을 열었지요. 그러자 장인어른께서도 궁금하다는 식으로 말씀을 꺼내시기에, 제가 장인어른께 당시 명의신탁을 받은 사실과 실제로 권리자는 동서가 아니냐고 말씀을 드리자 고개를 끄덕이시더군요. 그러면서 동서와 그의 처를 지칭하며 ‘그네들이 하도 명의신탁해달라고 졸라서’ 그랬다고 회상하시는 겁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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