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경이 팀 동료와 펼친 집안싸움서 최종 우승자로 우뚝 섰다. 1년 만에 얻은 갚진 승리이자, 개인 통산 8번째 우승컵이다. 평소 기부천사로 잘 알려진 박현경은 우승상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해 또 한 번 미담을 만들었다.
박현경은 지난달 25일 경기 여주 페럼클럽(파72)서 열린 K LPGA 투어 ‘E1 채리티오픈(총상금 10억원)’ 최종 3라운드에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00타를 적어낸 박현경은 2위 이채은(15언더파 201타)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올 시즌 첫 우승을 달성했다.
반전 성공
지난해 3승을 거두면서 공동 다승왕에 올랐던 박현경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1년 가까이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정상을 경험한 건 지난해 6월 열린 ‘맥콜·모나 용평오픈’이었다. 올 시즌에는 시작부터 부진한 흐름이 계속됐다.
개막전인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서 공동 27위에 그쳤고, 지난 4월 초 끝난 ‘iM금융오픈’에서는 공동 37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경기 감각을 찾은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4월 중순 열린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부터 5개 대회 연속으로 톱10 행진을 펼치면서 반전 기미를 보였고, 결국 개인 통산 8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물론 정상 등극은 순탄치 않았다.
박현경은 메디힐 동료인 이채은, 배소현과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2라운드까지 선두 이채은에게 1타 차 뒤졌던 박현경은 최종 라운드 1번 홀(파4)에서 파를 기록, 보기를 범한 이채은과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디펜딩 챔피언’ 배소현 역시 최종 라운드 초반 선두 경쟁에 참여했다. 배소현은 전반 홀에만 보기 없이 4개의 버디를 낚으며 한때 선두권에 2타 차로 따라붙었다. 박현경의 기세가 워낙 좋았다. 그는 8번 홀(파3)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단독 선두로 나섰고, 9번 홀(파5)에서 이글을 낚으며 3타 차로 치고 나갔다.
부진 털고 1년 만에 우승
상금 전액 기부 통 큰 결정
하지만 정규 투어 첫 우승을 노린 이채은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이채은은 11번 홀(파4)에서 이글을 기록하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고, 13번 홀(파4)과 14번 홀(파3)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공동 선두를 탈환했다. 이때부터 박현경과 이채은의 2파전이 펼쳐졌고, 우승자는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가려졌다.
이채은은 두 번째 샷을 페널티 구역으로 보냈고, 네 번째 샷도 그린에 올리지 못하며 결국 보기를 적어냈다.
반면 박현경은 3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파를 기록, 역대 KL PGA 투어 12번째 ‘노보기 우승’을 확정했다. 배소현은 9언더파로 공동 9위에 자리했다.
박현경은 “같은 팀 소속이라 이채은 언니가 우승해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할 생각이었는데 내가 좀 더 운이 좋았다”며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 이후 매일 퍼팅을 500개씩 한 노력이 통한 것 같다”고 밝혔다.
박현경은 대회 취지를 살려 우승 상금 1억8000만원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대회 전까지 박현경은 자신이 받는 상금의 13%를 기부하려 했다. 그런데 대회를 치르면서 상금 전액을 기부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대회 주최 측은 ‘채리티’의 취지에 동참하는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상금의 일부를 기부할 수 있도록 했으며 주최사인 E1도 8000만원을 내놨다.
박현경은 “통산 10승을 채우면 어느 대회든 우승 상금 전액을 기부하려 했는데, 이번 대회서 혹시나 우승하면 바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생각이 실현돼 기쁘다”고 말했다.
훈훈한 미담
박현경은 자신의 팬클럽 ‘큐티풀 현경’과 함께 꾸준히 기부와 봉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박현경은 2022년 말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 이상을 기부해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한편 박현경은 지난해 7월 팬클럽과 함께 장애 청소년 인재 육성을 위해 2000만원을 기부한 바 있다. 같은 해 12월에는 연탄 나눔 봉사와 함께 기부금 420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webmast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