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2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선대위원장직 제안을 최종적으로 고사했다.
이날 한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 전 총리가)김 후보가 제안한 선대위원장을 맡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이 선거서 이기려면 기본적으로 선거하는 사람이 선대위원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고사 이유를 설명했다. 전날 김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직후 “사부님으로 모시겠다”며 직접 제안했던 자리를 결국 마다한 셈이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김 후보와의 회동서도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면서도 “실무적 방식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유보적인 답변을 남겨 애매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야권은 물론 보수 진영 내에 대권을 앞두고 목전에서 좌절한 한 전 총리가 김 후보의 유세에 앞장서지 않는 데 대해 ‘꼬리를 내리는 꼴’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당의 화합보다는, 좌절된 대권 도전 이후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먼저 고려하는 행보라는 것이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일 대권 출마를 선언했으나, 당의 강행 대선후보 교체 시도가 당원투표 부결로 무산되며 대권을 향한 도전이 ‘일장춘몽’에 그쳤다. 이 과정서 당내 지지자들과의 갈등을 빚었고, 김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실패로 인해 보수 진영의 분열을 자초했다는 책임론까지 불거졌다.
한 전 총리가 선대위원장직을 거절한 배경에는 나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 정가의 시각이다. 이제 막 대권 도전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시점에, 김 후보의 요청을 즉각 수락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극심할 것이라는 심리가 기저에 깔렸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는 행정관료 출신으로 정치·정무적 감각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때 한 전 총리가 ‘보수 통합의 상징적 인물’로 여겨졌음에도, 정치적 실력과 책임감의 결여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더욱 가중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후보 측은 한 전 총리의 거절에 대해 “(아직은)설득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신속한 합류를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정가에선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게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한 전 총리 스스로도 충격이 큰 상황이라, 나서더라도 선거운동에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일장춘몽’으로 끝난 한 전 총리의 대권 도전은, 스스로 정치적 입지를 좁히는 결과로 이어졌다.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는 그가 정작 당의 승리를 위한 행보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보수 진영의 분열상만 더욱 부각시킨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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