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이건 기업이건 국가건 미래 목표를 세워 놓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현재를 사용하면 안 된다. 현재가 과거의 데이터에 의해 지배를 받아도 안 된다. 특히 어려운 상황일수록 과거나 미래보다 현재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과거와 미래를 무시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 때문에 과거와 미래보다 훨씬 중요한 현재의 존재를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는 최근 3개월 동안 계엄 정국과 탄핵 정국을 겪으면서 과거와 미래는 아예 생각도 못하고 현재에 올인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항상 대통령선거라는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현재가 미래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던 것이다.
우리 국민은 현재의 중요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행동했지만, 정치인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정당의 유익만을 위해 미래에 초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일어나 당장 싸워야 하는데 싸우는 척만 하고, 속내는 전쟁 후 한자리 차지할 생각만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악용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최근 계엄 정국과 탄핵 정국 속에서 일부 유명 정치인이나 지자체장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했다.
우리가 과거와 미래를 표현할 때, 예를 들어 “성수가 과거에 정치학을 전공했다”고 하지, “성수가 과거 정치학을 전공했다”고 하지는 않는다. 또 “성수가 미래에 국회의원이 될 것”이라고 하지, “성수가 미래 국회의원이 될 것”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표현할 땐 “성수는 현재에 정치부 기자”라고 하지 않고, “성수는 현재 정치부 기자”라고 한다.
과거와 미래는 시간을 표현할 때 조사 ‘에’를 붙여 사용하지만, 현재는 조사 ‘에’를 붙이지 않고 사용한다. 시간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조사 ‘에’ 앞에 있는 단어가 명사냐 부사냐에 따라, 조사 ‘에’를 생략하고 안 하는 문법 차원을 넘어 현재가 과거, 미래와 다르게 쓰이고 있다.
과거, 현재, 미래 중 왜 현재만 시간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조사 ‘에’를 쓰지 않을까? 필자는 답을 얻기 위해 조사 ‘에’가 시간뿐 아니라, 장소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조사도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시간을 하나의 영역으로 놓고 생각해 봤다.
과거와 미래는 엄청난 영역이 있지만, 현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찰나에 불과해 현재의 영역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물리학서도 현재라는 개념을 배제하고, 과거와 미래만 갖고 실험해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현재의 영역을 무시한다고 한다. 현재를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는 경계선 정도로 인정하고, 현재의 크기나 영역을 0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는 그 영역이 없거나 미미해서, 현재라는 단어는 시간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조사 ‘에’를 붙이지 않는다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재의 영역이 찰나라면, 우리가 일상에서 단어 ‘현재’를 사용하는 자체는 모순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과거, 미래보다 오히려 현재와 더 친하고, 현재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과거, 미래보다 현재의 의미가 의식과 실천에 관해 훨씬 우월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류는 생활 속에서 현재의 영역을 확장해 현재와 가까운 과거와 미래까지 현재 시점에 포함해 사용하게 됐다. 현재의 영역은 1일, 1주일, 1개월, 100일, 1년 등 사람마다 자신의 목표와 상황에 따라 다 다르다. 하지만 개인은 대체로 1일을 현재의 영역으로 여기고, 하루를 현재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공이 바닥에 떨어질 때, 떨어지는 힘이 강하면 높이 올라가지만, 떨어지는 힘이 약하면 높이 올라가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스펙이나 배경 등 과거가 좋은 사람은 현재 상황을 딛고 성공적인 미래가 보장되지만, 못 배우고 불우한 환경 등 과거가 좋지 않은 사람은 현재 상황만을 딛고 행복한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다.
반대로 공이 아무리 강하게 내려와도 바닥이 물렁물렁하면 에너지를 바닥에 빼앗겨 공이 높이 오를 수 없다. 또 공이 아무리 약하게 내려와도 바닥이 단단하면 반발계수가 높아 공은 높이 오를 수 있다. 우리 삶도 과거(공 떨어짐)보다 현재(바닥)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미래(공 올라감)가 좌우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계엄 정국과 탄핵 정국을 보내고 대혼란 정국이라는 현재를 맞닥뜨리고 있다. 대혼란을 얼마나 잘 이겨내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정신 차리고 양심의 반발계수를 높여 대혼란이라는 현재를 잘 극복해야 한다.
특히 정치인이야말로 과거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현재를 찰나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정치인에게 현재는 임기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정치인이 임기 중 과거 선거법 위반을 막거나 차기 선거를 준비하기 위해 시간을 소비한다면 이는 정치인이 현재(임기)를 소비한 것이다. 본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삶 속에서 현재의 가치를 최고로 끌어올려 과거에 상관없이 행복한 미래를 보장받아야 한다. 현재(Present)는 시간의 경계선서 가까운 과거와 미래의 시간까지 빌려온 영역으로, 신이 인류에게 내려준 가장 귀한 선물(Present)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