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꾸띠아주, 누아주’ 신성희

2025.02.20 00:00:01 호수 1519호

40년 회화세계의 정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허상의 그림이 아닌 공간의 영역을 소유한 실상으로서의 회화의 옷을 입고 빛 앞에 서자! 작가 신성희는 우리들로 하여금 예술이라는 나라의 존재자가 되게 했다.” - 신성희 작가 노트 <평면의 문: 캔버스의 증언>



갤러리현대가 신성희의 개인전 ‘꾸띠아주, 누아주’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현대서 열리는 작가의 10번째 개인전이다. 1980년대 초반 김창열 화백의 추천으로 프랑스 파리서 전업 작가로 활동하던 신성희의 작업실에 방문한 것을 인연으로, 갤러리현대가 1998년 오광수와 이일이 에세이를 쓴 도록을 발간하면서 첫 인연을 맺었다.

평면성 파괴

1980년대 신성희는 한국 미술계서 찾아볼 수 없던 화려한 색채에 ‘종이 뜯어 부치기’와 ‘뚫린 공간’을 특징으로 내세우며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선보였다. 갤러리현대는 1998~2000년 프랑스 파리서 트럭을 빌려 그의 ‘누아주’ 시리즈 신작 수십점을 싣고 아트 바젤 페어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3년 연속 완판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그 인연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신성희는 평면 캔버스 회화의 해체를 통해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로서의 다차원적인 공간을 구축하는 회화를 추구하며 회화의 본질을 탐구해 왔다. 이번 개인전 ‘꾸띠아주, 누아주’는 한국회화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화가로 평가받는 신성희의 작업세계를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는 신성희 작업세계의 정점인 ‘누아주’ 시리즈를 중심으로 작가의 40여년 예술 여정을 회고할 수 있는 주요 작품 32점으로 구성됐다. 특히 그동안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1971년 제2회 한국미술대상전서 특별상을 받은 ‘공심(空心)’ 3부작과 절정기인 1990년대부터 작고한 해인 2009년까지의 주요 작업이 최초로 소개된다.

신성희의 회화세계는 ‘마대회화(극사실 물성 회화)’ 시리즈, ‘콜라주’ 시리즈, ‘꾸띠아주’ 시리즈, ‘누아주’ 시리즈 등 네 시기로 분류된다. ‘마대회화’ 시리즈는 실제 마대 위에 마대를 극사실적으로 묘사해 마대 위에 얹힌 물감 덩어리로서의 실상과 마대처럼 보이는 허상을 동시에 지각하게 했다.

과감한 색으로 채색한 판지를 찢어 화면을 직조한 ‘콜라주’ 시리즈, 채색한 캔버스를 일정한 크기의 띠로 재단하고 그것을 박음질로 이은 ‘꾸띠아주’ 시리즈, 그리고 잘라낸 캔버스 색띠를 틀이나 지지체에 묶어 유연한 평면과 기하학적 입체 공간의 통합을 이룬 ‘누아주’ 시리즈로 신성희의 작품세계는 확장됐다.

갤러리현대와 10번째 개인전
마대회화·콜라주 네 시기로

특히 꾸띠아주와 누아주 시리즈는 작가가 완성한 평면 추상을 해체해 박음질하거나 엮고 꼬는 방식을 통해 캔버스의 2차원 평면을 넘어 3차원의 공간이자 장소의 회화로 나아간 신성희의 대표 작업이다. 2차원 회화의 평면성을 파괴하고 화면에 3차원적 입체와 부피감을 도입한 탈회화적 방법론을 통해 얻은 신성희의 회화적 혁명으로 평가된다.

1층 전시장은 신성희가 파리를 오가며 성북실 작업실에 머물던 시기에 완성한 작품으로 채웠다. 전시장 가운데서 관객을 맞이하는 ‘회화로부터’는 누아주 시리즈의 비전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중앙 벽의 ‘공간별곡’은 누아주 시리즈 중 가장 큰 스케일의 작업으로 서너 점의 평면 추상 회화가 해체됐다가 다시 엮어져 완성된 대작이다.

지하 전시장에는 회화의 비전을 선구적으로 잘 드러내는 3부작 회화 ‘공심(空心)’이 놓였다. 공심은 신성희가 23세에 초현실주의 화풍의 내러티브를 담아 완성한 회화다. 지하전시장은 파리 작업실서 탄생한 1980년대 콜라주 시리즈와 꾸띠아주 시리즈의 대표작을 ‘창’이라는 모티브에 착안해 연출했다.

전시장 2층은 신성희가 생애 절정기에 다양한 형식으로 탐구했던 누아주 시리즈로 채워졌다.

추상화로 완성한 평면 캔버스에 정교하게 칼집을 내어 다른 평면 추상에서 잘라낸 색띠를 엮은 ‘평면의 진동’ 연작, 완성된 한 점의 평면 추상화를 얇은 선으로 해체해 뻥 뚫린 구멍 사이로 색띠들이 직조되며 입체적인 회화를 완성하는 ‘공간별곡’ 연작, 해체된 캔버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공간을 향하여’ 연작 등 다양한 누아주 시리즈의 변주를 한 공간서 감상할 수 있다.

부피감 도입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신성희는 40여년에 걸친 화업 동안 캔버스 작업에 몰두했다. 2차원의 평면 화면을 1차원적 선으로 완전히 해체하고 해체된 캔버스를 엮어 수직과 수평 차원서 공명하게 하는, 수많은 사건과 시간이 짜이는 공간으로서의 입체적 회화를 탐구하는 데까지 나아갔다”며 “재봉질과 엮기를 통해 구축된 회화적 공간은 20세기 예술가의 화풍 유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중요한 진전을 보여준다. 그의 회화는 한국적이면서도 대담하게 서구적이며 독자적이고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신성희는?]

1948년 경기도 안산서 태어났다. 1966년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홍익대학교 회화과에 진학했다.

1980년 파리로 이주해 30여년간 작가 활동을 이어갔다.

프랑스, 스위스, 미국, 일본 등 국내외 주요 갤러리와 기관서 개인전을 진행했다.

갤러리현대와는 1998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중 이탈리아서 첫 개인전이었던 팔라초 카보초서의 미니 회고전을 포함해 올해까지 총 10회의 개인전을 함께 했다.

1968년 신인예술상전 신인예술상, 1969년 제18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특선, 1971년 초현실주의 화풍의 ‘공심(空心)’ 3부작으로 제2회 한국미술대상전서 특별상을 받았다.

2009년 작고할 때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다. <선>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