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으로서 지위를 가진다. 따라서 국내에선 최고의 통치권을 행사하고 대외적으론 국가를 대표한다. 국무총리는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지휘·감독한다. 즉 행정부 각부의 업무조정 및 종합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탄핵 심판 중에 있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직무가 정지되도 대통령비서실(이하 대통령실), 국무총리비서실(이하 총리실), 국무조정실은 일상 업무를 해야 한다. 즉 대통령실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총리실과 국무조정실은 국무총리 직무대행을 보좌해야 한다.
문제는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는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의 직무를 보좌하는 총리실, 국무조정실의 보좌 대상이 윤 대통령과 한 총리의 지시를 받았던 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점이다.
현재 대통령실은 443명, 총리실은 97명, 국무조정실은 308명의 고위 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다. 과연 이들이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공석인 상황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는지, 그리고 최 권한대행 겸 직무대행을 잘 보좌하고 있는지 국민적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직무대행, 경제부총리, 기획재정부 장관 등 ‘1인4역’을 맡고 있는 최 장관을 보좌하는 전담조직(TF)을 대폭 강화했지만 한계가 있다는 게 관가의 평이다. 기획재정부 TF팀이 대통령실과 총리실, 그리고 국무조정실 업무를 수행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할 때 대통령실은 최 권한대행을 잘 보좌해 국정운영 공백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실 본연의 업무보다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막기 위해서만 애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게 정가의 지적이다.
지난 13일 최 권한대행이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정진석 비서실장은 최 권한대행이 주재한 국무회의는 참석도 안 하면서 대통령비서실 명의로 야당을 고발하고, 대국민 호소를 하고, 구치소 첫 면회까지 갔는데 사전에 보고 받았느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그런 건 보고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런데 “하는 일 없이 혈세를 축내고 있는 정 실장 등 정무직을 이제 정리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엔 “대통령실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하는 부분이 있다. 저한테도 보고하고, 보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관련된 회의는 안보실과 정책실도 참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우리 국민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원래 기획재정부보다 상위 기관인 대통령실이 권한대행을 보좌하긴 쉽지 않다. 그래도 정 비서실장이 국무회의에 참석도 안 하고 윤 대통령과 관련된 일정을 권한대행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점은 잘못이다.
아마 우리 국민은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매우 불안한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정 비서실장은 지난 12일, 대전 초등학생 고 김하늘양의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면서도 윤 대통령이 전한 메시지를 들고 조문했다. 대통령실은 직무 정지된 윤 대통령 대신 최 권한대행을 보좌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의 옥중 당부 겸 지시를 따른 것이다.
앞서 작년 12월 31일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 재판관 2명을 임명할 때도 대통령실은 일괄 사표를 내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을 땐 대통령실이 보고도 하고 윤 대통령 보좌하듯 잘했지만, 최 권한대행 체제선 제대로 소통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우리 국민이 최 권한대행 체제를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탄핵 심판을 받고 있는 윤 대통령 개인을 보좌하는 게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대통령의 개인 업무보다 대통령의 국정 업무를 보좌하는 게 대통령실의 주요 기능이기에 안타깝다는 의미다.
사실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어 최 권한대행을 보좌할 조직에 대한 규정도 불분명하다. 총리실은 최 권한대행에 대한 보좌 업무는 기획재정부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총리실과 국무조정실서 최 직무대행을 보좌하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드러낸 셈이다.
대통령실도 총리실과 국무조정실도 최 권한대행 겸 직무대행을 잘 보좌하지 못하면 국정 마비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이 지금 최 권한대행 체제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기획재정부엔 기획조정실, 정책조정국 등이 있긴 하지만 경제정책에 한정돼있어 외교와 안보 등에 관련해서는 대통령실의 국가안보실, 국무조정실의 외교안보정책관실 등이 보좌해야 할 상황이다.
한 총리 탄핵 심판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보다 늦게 시작됐지만, 쟁점들이 많지 않아 둘 다 3월 초쯤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면 업무에 복귀하면 되지만, 인용되면 권한대행 체제로 60일 안에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 탄핵 인용에 이어 한 총리마저 탄핵이 인용될 경우 최 권한대행 체제로 대선을 치르게 된다. 이 때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실과 총리실, 국무조정실과 얼마나 소통하며 대선을 안정적으로 치를지가 문제다.
최 권한대행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한 총리의 탄핵은 기각돼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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