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설 밥상머리’ 화두

2024.01.22 10:31:23 호수 1463호

명절 술상 오를 안주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3개월도 남지 않았다. 여야는 총선 승리를 위한 이슈 선점에 몰입하고 있다. 설 연휴가 가까워지자 이른바 ‘밥상머리’에 오를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분주한 상태다. 온 가족이 모이는 이번 명절에 어떤 이슈가 식탁에 오르냐에 따라 총선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 정치권이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숨 쉬듯 자주 나오는 표현이다. 실제 정치는 살아 있는 존재처럼 온갖 것의 영향을 받는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유권자의 표심은 요동치고 정부 정책이 선거 전 예상을 완전히 뒤엎기도 한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이슈를 먼저 차지하는 쪽이 이번 선거의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표심 흔들
화제 잡아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 경선 과정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비리 의혹을 시작으로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선거법 위반 등 재판 중인 사건만 여러 건이다. 이 대표는 물론 당 입장서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문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선거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총선 전 선거법 위반 재판의 1심 선고 여부는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던 이슈였다. 선거법 재판은 6개월 안에 1심 선고를 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 대표가 선거 전 낙마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맡고 있던 강규태 판사가 돌연 사표를 내면서 국면이 달라졌다. 이미 ‘6개월 규정’을 한참 어긴 상황에 판사까지 교체되면서 총선 전에 1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낮아졌다. 


피습 사건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갑작스럽게 습격을 당해 수술까지 진행했지만 부산대병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고 이동 당시 응급의료헬기를 이용한 것을 두고도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이 대표가 응급의료체계를 망가뜨렸다며 의료계는 분노했고 여론도 싸늘한 편이다. 

국민의힘은 영부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뚫어야 한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는 지난해 김 여사가 2022년 9월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무실서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선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의 소리>는 김 여사를 고발했고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 배당된 상태다. 

여·야 이슈 선점 싸움
이재명·김건희 리스크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도 큰 리스크 중 하나다. 김건희 특검법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김 여사에 대한 여론도 좋지 못하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0%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잘못된 결정’이라고 응답했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김 여사와 관련된 리스크를 털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김 여사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영입 인재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김 여사가 국민에게 사과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역시 “(명품백 수수 논란은)심각한 사건”이라며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안고 있는 당 대표·영부인 리스크는 선거는 물론 향후 국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사건의 파급력이 큰 만큼 여야는 자신의 치부는 감추고 상대 진영의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물과 정책은 명절 밥상머리 이슈의 스테디셀러다. 국민의힘 유준상 상임고문은 “선거는 공천과 정책이 전부”라고 말했다. 누구를 후보로 내세우고 어떤 무기를 쥐어주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바뀐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서 가장 두드러지게 관심을 받고 있는 인물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다. 윤석열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돼 파격 인사 꼬리표를 달더니 국민의힘 당 대표로 정치에 입문했다.

누가 먼저
떨쳐내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 등 국민의힘이 어수선한 상태서 한 비대위원장이 조기 등판하면서 총선 구도가 순식간에 ‘한동훈 대 이재명’으로 개편됐다. 

한 비대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은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지방 일정서 사람이 구름처럼 모이고 발언마다 언론보도가 이어지는 중이다. 실제 한 비대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총선 구도와 결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에 혜성처럼 나타난 ‘뉴페이스’인 만큼 선거 기간 내내 이슈 몰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비대위원장은 인재영입위원장을 겸하면서 ‘사람 모으기’에 나선 상태다. 그러면서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 ▲귀책 보궐선거 무공천 ▲국회의원 50명 감축 ▲출판기념회 등을 통한 정치자금 수수를 금지하는 법안 추진 등 정치개혁 공약을 내놓고 있다. 

정책으로는 ‘저출생’이 총선 화두로 이미 자리 잡은 상태다. 지난 14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올해 0.68명(전망치)으로 나타났다. 출산율과 기대수명, 국제이동 등을 중간 수준으로 가정한 중위 시나리오다.

연간 출생아 수는 50년 후인 2072년 16만명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2026년에는 0.59명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초저출산 후폭풍은 이미 시작됐다. 노동시장은 물론 국가재정에 치명적인 타격도 동시에 시작됐다. 문제는 출산율을 반등시킬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출산율 상승을 위해 수백조원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출산율은 최근 몇 년 새 단 한 차례의 반등도 없이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

선거용 정책
판 뒤엎는다

유준상 상임고문은 “저출생은 청년층의 취업·주거·양육과 직결돼있는 문제다. 제대로 된 저출생 대책을 내놓는 쪽에 국민의 표심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비대위원장과 민주당 이 대표는 지난 18일 나란히 저출생 공약을 발표했다. 저출생 문제가 현재 청년 상황과 맞닿아 있는 만큼 여야서 내놓는 정책에 따라 표심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경제 상황도 변수다.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 상황이 나쁘면 그 화살은 현 정부에 가게 마련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부 차원의 경제정책이 연이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야당이 선거 때에 맞춰 정부가 내놓는 정책을 ‘총선용’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21대 총선이 진행된 2020년 4월은 코로나19가 한창일 무렵이었다. 2019년 말 창궐하기 시작한 ‘역병’은 전국을 발칵 뒤집었다.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도 함께 들끓었다. 하지만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예상을 깨고 180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그 배경으로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꼽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실제 문정부는 총선 직전 긴급재난지원금 논의를 진행했다. 이후 같은 해 5월 1차 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에게 지급됐다. 박영수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코로나에 따른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이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금권선거’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한동훈 전면 내세운 국민의힘
“저출산, 경제가 선거 흔든다”

경제정책만큼이나 국민 여론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치인의 ‘말실수’다. 특히 공천이 완료돼 선수가 결정된 상황서 후보자의 말실수는 선거판 전체를 뒤흔들 만큼 영향력이 크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굵직한 정책보다 후보자의 말 한마디가 선거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며 “말실수를 안일하게 처리하면 바닥 민심부터 싹 바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인 민경우 수학연구소 소장은 과거 자신이 한 노인 발언이 문제로 떠오르자 사퇴했다. 민 전 비대위원은 지난해 10월 한 보수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지금 가장 최대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거다. 빨리빨리 돌아가셔야”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알려지면서 대한노인회 등 노인 단체의 비판이 제기됐다. 

한 비대위원장은 대한노인회를 찾아 민 소장의 발언에 대해 거듭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저출생으로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노인 표는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의 자산 중 하나이기 때문. 민 소장의 빠른 사퇴와 한 비대위원장의 사과가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는 평이 나왔다. 

정치권은 말이 선거에 끼치는 영향을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특히 특정 계층을 비하하는 발언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2004년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 비하 논란 발언이 선거 기간 내내 화제가 됐고 지난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유족 비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여야 모두
입단속 중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여야 간 네거티브가 강해지는 양상을 띠는데 그 시기 말실수는 치명적인 수준이다. 여야는 막말, 비하 발언 등 설화로 빚어질 수 있는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입단속에 나섰다. 문제 발언이 나오면 발언자에게 엄중 경고하거나 직에서 사퇴시키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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