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에너지규제위원회, 에너지 공급구조도 개선해야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2023.04.24 15:24:27 호수 1424호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전기·가스요금을 독립적으로 관리할 에너지규제위원회 설립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전기·가스요금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즘으로 계속 억제해왔고, 요금 결정도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닌 기획재정부와 대통령실이 주도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윤석열정부가 에너지요금 및 규제·관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시장원칙에 기반을 둔 에너지시장 구축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어 에너지규제위원회가 조만간 당정협의를 거쳐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들은 이미 에너지를 독립적으로 관리하는 기구가 있다.

하지만 에너지규제위원회가 현안 문제를 안고 출범했다고 해서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해선 안 된다. 특히 에너지요금 문제를 한국전력공사의 적자와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해소 차원을 넘어 잘못된 에너지 공급구조를 개선하는 차원으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농경시대까지만 해도 인류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전기, 물, 불을 집(House)에서 자급자족했다. 그러나 산업화시대 이후 호롱(전기) 대신 전깃줄, 우물(물) 대신 수도관, 아궁이(불) 대신 가스관, 즉 3대 On Line(전깃줄, 수도관, 가스관)이 집에 연결되면서 외부로부터 공급받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농경시대까지는 집에 전기요금·수도요금·가스요금이 부과되지 않았지만, 산업화시대 이후 외부로부터 전기, 물, 불을 공급받으면서부터 집에 매달 전기요금·수도요금·가스요금이 부과됐다. 그런데 집뿐만 아니라 모든 건물에도 꼭 필요한 전기, 물, 가스의 공급구조를 알아보니 모두 달랐다. 

전기공급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전력공사 소관으로, 전기 생산은 한국전력공사 6개 자회사(77.2%)와 민간 기업(22.8%)이 하고, 한국전력공사는 송전, 배전, 판매를 하는 구조다. 겉으로는 한국전력공사가 생산을 제외한 송전, 배전, 판매를 하는 유통회사 같이 보이지만, 실제는 한국전력공사가 생산도 간섭하면서 독점하고 있다.


물 공급은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 소관으로, 물 생산과 공급은 한국수자원공사가 100% 하고, 정수, 배급, 판매는 지방자치단체서 하고 있다. 전기와 달리 생산, 공급, 그리고 정수, 배급, 판매가 분명하게 나뉘어져 있다.

가스 공급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가스공사 소관으로, 100% 외국서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한국가스공사가 액화 상태의 천연가스를 기화 상태로 만들어 배관을 통해 30여개 민간기업에 판매하고 있다. 즉 한국가스공사는 도매업을 하고 민간기업이 소매업을 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전기공급은 일원화, 물 공급은 이원화(생산, 판매), 가스 공급은 삼원화(생산, 도매, 소매)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최종 판매 주체에 따라 전기요금은 한국전력공사, 수도요금은 지방자치단체, 가스요금은 민간기업서 청구됨을 알 수 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서 청구되는 수도요금은 실제 생산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책정돼 지방자치단체가 수도요금 때문에 경영난을 겪지 않지만, 한국전력공사에서 직접 청구되는 전기요금이나 민간기업을 통해 청구되는 가스요금은 생산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정돼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전기요금, 수도요금, 가스요금은 모두 공공요금이다. 공공요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여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말하며, 여기에는 법률로 결정하는 것, 정부나 지자체가 결정하는 것, 기업이 신청해 정부가 승인하는 것 등이 있는데, 전기요금은 정부가, 수도요금은 지자체가 결정하는 요금이고, 가스요금은 정부의 승인을 거쳐 도매가격이 정해진 후 민간기업이 신청해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는 요금이다. 

그런데 왜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전기요금과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가스요금만 생산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정돼 지난해 1년 동안 한국전력공사는 31조원의 적자를 내고, 가스공사는 8조원의 미수금 깔고 있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걸까?

앞서 언급했듯이 포플리즘과 요금을 결정하는 절차상의 문제 때문이라 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공급구조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전기요금의 경우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국 중 ‘생산(발전)-송전-배전-판매’를 일괄 운영하는 유일한 나라였다. 그나마 김대중정부 때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을 수립해 발전 부문만 부분적으로 경쟁이 도입된 상태지만 아직도 확실한 이원화론 볼 수 없다.

만성적자인 한국전력공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력산업의 독점구조를 해소하고 시장경쟁 원리를 도입해 혁신을 이끌어야 하되, 특히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최종 단계를 한국전력공사가 맡을 게 아니라 민간기업에 맡겨 경쟁적인 공급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가스요금의 경우 전기요금이 국민적 관심사가 되면서 미수금으로 은폐된 가스공사의 악화된 경영 상황이 드러나 사실상 한국가스공사가 도산 위기에 처해 있음을 온 국민이 알게 됐다. 가스공사는 가스요금 동결로 생긴 적자 부분을 천연가스 가격이 내렸을 때 가스요금을 내리지 않고 정산단가를 적용하는 방법으로 회수해왔다.


가스공사 역시 만성적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급구조를 더 강화해 미수금으로 남겨놓고 차후 회수하는 불안한 정책을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정부가 요금 인상이나 공사채 발행을 늘려 적자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튼튼한 공급구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에너지규제위원회도 요금 인상만을 위한 정부의 거수기 기구가 돼서는 안 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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