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동물 학대는 폭력성의 전조?

  • 이윤호 교수
2022.09.03 00:00:00 호수 1391호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과 동물에 대한 학대는 피해자가 생명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피해를 받는 대상은 고통을 느끼고, 경험하고,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오랫동안 동물에 대한 폭력성이 아동, 노인에 대한 폭력과 무관한 것으로 간주됐지만, 최근에는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이 타인에게도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흉악범 상당수가 과거 동물에 해를 가했다고 보고된 사례와 일맥상통한다. 

동물 학대와 사람에 대한 폭력의 연계에 대해, 범죄심리학자들은 학대나 기타 폭력을 목격한 사람이 폭력에 무감각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동물 학대는 생명 존중을 파괴하고, 동물 학대를 목격한 아이일수록 학대자가 될 수 있는 위험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복지 전문가, 교육자, 정신건강 전문가 등은 동물에 대한 학대와 잔인성이 장래 폭력 행위에 대한 하나의 경고신호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동물 학대를 중요한 형태의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로 간주하고, 아동의 동물에 대한 공격적, 가학적 행위가 성인이 된 이후 폭력적인 성향으로 발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수의 연쇄살인범이 어린 시절 동물을 학대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인 FBI에서도 연쇄살인범들을 프로파일링할 때 과거 동물 학대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FBI서 연쇄살인범들의 프로파일을 개발했던 Robert K. Kessler와 FBI 범죄 프로파일러 John Douglas도 살인은 아주 빈번하게 어린 시절 동물을 고문하거나 죽이는 데서부터 시작되며, 연쇄 범죄자들의 최초 폭력 행동은 종종 애완동물이나 야생동물의 고문 및 살해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또 동생 및 가정폭력이나 노상 범죄 가담으로 이어지는 상승의 과정을 거친다고도 했다.

미국의 연쇄살인범인 Jeffrey Dahmer, Ted Bundy, Albert DeSalvo, Dennis Rader 등은 공통적으로 어린 시절 개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고문하다 살해했고, 성인이 된 이후 연쇄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동물 학대는 가정폭력의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이 종종 애완동물 학대로 시작된다고 경고한다. 애완동물이 학대받거나 방치되는 현상을 가정의 다른 구성원이 안전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경고라고 해석한다. 통상 가해자는 약한 존재를 표적으로 삼기 때문에 동물, 배우자, 아동, 그리고 노인에 대한 범죄가 종종 함께 한다고 보는 것이다.

가해자의 첫 표적은 종종 가정의 애완동물이지만, 배우자나 아동이 두 번째 표적이 될 수 있다. 가학적인 가족 구성원이 가정에서 다른 가족 구성원들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애완동물을 위협하거나 다치게 하고 살해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정폭력범은 종종 애완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사람을 해치기 위해 애완동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애완동물을 학대함으로써 가해자가 보내는 신호는 ‘내가 네 애완동물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 보고, 내가 너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하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동물 학대는 더 이상 경미한 범죄가 아니며, 가볍게 여기는 것은 시한폭탄의 경고를 무시하는 처사다. 단순한 동물보호만이 아니라 하나의 폭력 범죄, 그것도 가정과 지역사회에 대한 범죄로 규정되고, 동물보호가 아닌 인간복지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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