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정물 느와르’ 맹일선

2022.08.10 00:00:00 호수 1387호

‘빙그르르르르’ 돌다 멈춰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갤러리 페이지룸8에서 맹일선 작가의 개인전 ‘정물 느와르 Still-life Noir’전을 준비했다. 박정원 페이지룸8 디렉터는 “맹일선의 목탄 드로잉 시리즈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전시”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맹일선은 개인전 ‘정물 느와르 Still-life Noir’에서 이전 작업과의 대비, 그리고 연결점을 드러냈다. 여기에 정물화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형상에 대한 당위성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데 가장 기초적 그리기 도구인 종이와 막대 모양의 숯, 즉 목탄을 이용해 기본에 충실한 그리기 행위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규정되지 않은 채 나타나는 오브제는 정물화에 대한 관념을 비껴가는 동시에 시각적으로 달성하려는 ‘대칭’에 대한 목표를 상징적으로 품고 있다. 

‘정물 느와르’에서 선보이는 오브제의 변주는 ‘빙그르르르르’ ‘회전하는 오브제들’에서 발표한 작품에서 느낄 수 없었던 규칙성과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장식적인 디테일이 늘어나고 날선 진열대 위에 올라가 있지만 금방이라도 변형되고 화면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처럼 보인다. 

맹일선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목탄 드로잉을 시작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집중적으로 작업한 ‘초 그을음 드로잉’과 비교했을 때 ‘재’라는 공통점이 드러난다.


초 그을음 드로잉
목탄 드로잉 변화

개인전 ‘너의 밤’에서 선보인 초 그을음 드로잉은 영국 유학 시절 뒤뜰에 터를 잡은 여우와 새끼가 일정 기간 밤에 출몰한 모습과 수많은 비둘기가 모여 날개짓하고 움직이는 에너지를 포착한 것이다.  

초 그을음 드로잉은 연기를 채집해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는 작업이다. 캔버스를 기울여 설치하고 일체 손대지 않고 불붙은 초에서 시커멓게 기화되는 그을음을 화면으로 순식간에 받아내는 방식이다. 이후 사진 촬영을 한 후 배경은 까맣게, 그을음 흔적은 하얗게 반전시킨 이미지를 전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00호 크기의 초 그을음 캔버스 작업 원본을 소개한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사용한 목탄과 비교하면 마치 연소되고 남은 재가 떠오른다.

그을음과 목탄은 맹일선이 추구하는 원시적인 검정을 표현하기에 적합했을 듯하다. 초기 목탄 드로잉에서도 거울을 가운데 놓고 좌우대칭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는 이름 없는 오브제가 자유로운 선으로 등장했다. 

알 수 없는 용도·취향
원시적인 검정의 표현

정물화는 사물을 주제로 한 회화를 뜻한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했다. 사과가 등장하는 폴 세잔의 정물화처럼 사물의 조합에 따라 구도와 구성원리를 찾아내는 작가의 사고방식, 일상적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에 반해 맹일선의 정물화는 용도와 취향을 알 수 없다. 이번 전시는 정물화에 대한 전시라기보다 프랑스어인 느와르가 지닌 중의적인 의미와 정물화를 빌어 맹일선이 천착하는 검은 목탄 드로잉을 소개하는 자리다. 형상의 반을 단서로 완성하는 대칭에 대한 결핍의 서사를 위트 있는 블랙코미디로 치환시키고자 했다. 

대칭

박정원 디렉터는 “맹일선의 정물은 시각이 못한 부분을 촉각이 실현한다. 완벽해 보이는 장면이 불현듯 언젠가 해체될 것을 예고하는 복선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라며 “빙그르르르르 회전하던 오브제는 어느새 도는 것을 멈춘 채 질박한 표면과 무게감을 일으켜 굳건히 자리 잡고, 묘한 아우라를 뽐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23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맹일선은?]

▲학력
런던 예술대학교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순수미술 석사 졸업(2010)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양화과 졸업(2005) 안동대학교 미술학과 서양화 졸업(2000) 

▲개인전
‘SPINNINGS’ 예 갤러리(2022)
‘빙글빙글’ 252갤러리(2022)
‘빙그르르르르’ 페이지룸8(2022)
‘회전하는 오브제들’ 킵인터치 서울(2020)
‘너의 밤’ 오뉴월 이주헌(2019)‘드라마는 없다’ 킵인터치 서울(2019)‘The Ghosts - Urban Animals’ Tina we salute you(2012)‘Jazz Me Up’ 예술의 전당(2007) 외 다수

▲수상
Shape Open Award 대상(2012)
Bar Tur Photography Award 졸업생 대상(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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