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박정희, 역사로 남겨두자

2021.12.22 00:00:00 호수 1354호

최근 대구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인권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지체시킨 것에 대해서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면서도 “산업화의 공도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산업화 성과를 냈다”고 언급했다.



이 중 이 후보가 언급한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에 대한 공은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민주주의를 지체시켰다는 부분이다. 인권탄압은 차치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극과 극의 시각이 존재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시대가 지니고 있는 특징 때문에 그렇다.

지금의 시각으로 살피면 박 전 대통령의 혁명(군사정변 혹은 쿠데타)을 시작으로 그의 재임 중 발생했던 여러 사건들에 대해 이 후보처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당시 시각으로 살핀다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왜냐, 박 전 대통령이 통치하던 시기는 세대로 구분한다면 현대에 해당되지만 실제 생활환경은 고대, 근대 그리고 현대가 상존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 등 대도시의 핵심 지역의 생활환경은 현대로, 그 주변 지역은 근대로 지칭할 수 있다. 그러나 그를 제외한 대한민국 전 지역의 생활환경은 고려시대 혹은 조선시대 일반 백성들의 삶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이를 위해 1959년 현 서울 노원구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필자의 경험을 간략하게 이야기해보자.

필자가 어린 시절을 보낸 노원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집 대부분은 수수와 진흙을 섞어 벽을 세운 초가였다.

또 지금은 펑펑 쓰고 남아도는 전기는 그 실체도 알지 못했고, 연료 또한 야산에 떨어진 나뭇가지나 나뭇잎이 전부였고(그런 연유로 마을에서 밥을 짓는 과정에 여러 번 화재가 발생했음), 수도는커녕 펌프도 없어 개울이나 우물가에서 빨래하고, 날이 밝기도 전에 소를 몰고 논밭으로 나가 밤이 되서야 파김치가 돼 집으로 돌아오고, 어쩌다 계란 하나 먹으면 여러 날이 든든했고... 

그러던 삶이 박 전 대통령이 이 나라를 경영하면서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초가가 기와집으로 변했고, 전기를 접하게 되었으며, 펌프에 이어 수도가 들어왔고, 연탄으로 밥을 짓고, 모든 길이 시멘트로 뒤바뀌었고, 라디오에 이어 TV도 접하고, 계란이 눈앞에 있어도 시큰둥해지고…. 

말인즉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성공으로 인해 대한민국 전역이 고대와 근대를 벗어나 비로소 현대에 진입하게 됐다.

아울러 시대적 측면에서 살필 때 필자는 고대와 근대 그리고 현대 문명의 혜택을 고스란히 경험한 행운아다.

이 대목에서 민주주의를 논해보자. 당시 필자에게 그리고 동 시대를 살았던 다수의 사람들에게 민주주의, 즉 이념의 문제는 어떤 존재였을까.

한마디로 남의 나라 문제였다. 먹고 사는 문제에 급급해 그 문제는 거들떠볼 겨를도 없었다.


그렇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프랑스의 유명한 역사학자인 마르크블로흐가 그의 저서 <역사를 위한 변명>에서 “한 시점의 일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 상황을 철저하게 살핀 연후에 정의 내릴 수 있다”고 한 대목을 인용한다.

이에 따르면 박정희시대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 내릴 수 있다. 동 시대는 고대와 근대에서 현대로 들어서는 전환기였다고.

그러니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더 이상 이념의 문제로 왈가왈부하지 말고 역사로 남기자는 말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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