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

2021.11.08 13:47:11 호수 1348호

라비니야 / 스튜디오오드리 / 1만5000원

오늘 나는 나에게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나.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 나 자신은 뒷전인 하루는 아니었을까. 자괴의 아침으로 시작해 후회의 밤으로 끝난, 자신을 못살게 군 수많은 날 중 하나이진 않을까. 라비니야 작가도 마찬가지다. 스스로를 ‘긍정적 회의주의자’라 칭하는 저자는 부당함에 항의하다 해고를 당하고, 친하다고 생각한 관계에 상처받고, 급작스럽게 병을 앓는 등 녹록지 않은 일들을 겪는다. 그런 와중에도 생활은 이어가야 하기에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새로운 직장을 찾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생활인, 사회인의 자기 모습을 담은 글을 브런치에 꾸준히 올렸고 그 글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나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에는 당당히 살아가려 애쓰는 자신에게 가장 좋은 사람이 되어주자고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뿐만 아니라 나라는 일인을 책임지고자 분투하는 독자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또한 이 메시지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 저자만의 아기자기한 만화 일러스트도 꼭지마다 들어가 있어 보는 재미가 더욱 풍성하다. 청춘은 눈부실 정도로 밝아 그늘이 짙고, 꿈을 향한 열정이 높은 만큼 삶은 고단하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의 딜레마는 현재를 사는 20대라면 누구나 빠지기 마련이다.
저자 역시 전업 작가의 꿈을 키워가지만 정작 회사에서는 다른 작가들의 일정을 관리하는 일에 치이고, 처음 출간한 책은 거의 수익이 나지 않아 괴로워한다. 게다가 관계는 늘 어려워 타인의 가벼운 말에 생채기를 입고, 가깝다 여긴 상대에게서 뜻밖의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는 자기 자신에게 가장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사소한 행복의 순간을 만끽하기로 한다. 식물을 키우고, 집 안을 정돈하고, 아침 식사를 든든히 챙겨 먹으며 일상의 균형을 잡고, 유난히 고단한 퇴근길에는 평소 눈여겨봐 둔 카페에 들러 여유를 즐긴다. 잘하고 있는지 불안할 때도 있고, 지독한 외로움에 울고 싶을 때도 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는 건 셀프 인생의 중요한 덕목이자 내가 나를 좋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저자는 행복의 모양이 직선이 아니라 나선형이라 주장한다. 그러므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삶의 흔들림 속에서 평정을 유지하며 나를 비추는 거울을 더 맑게 닦아나가자고 마음먹는다. 애써 나를 뜯어고치거나 바꾸려 하기보다 예민하고 까칠하고 조금 부족해도 그 모든 모습이 나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저자의 태도는 어떤 모습의 나일지라도 충분히 가치 있고 괜찮은 사람이라 믿게끔 도와준다.
이런 저자의 마음가짐과 태도는 인생이라는 길을 홀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과정에 필요한 주문이며, 스스로를 좋아하는 일에 서툰 이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저자처럼 오늘도 자신에게 주문을 걸듯 속삭여보자. “나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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