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3조?' 대우건설 밀실·졸속 매각 논란

2021.08.04 13:50:54 호수 1328호

뭐가 그리 급해서 번갯불에 콩 볶듯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산업은행의 오랜 숙제인 대우건설의 매각전이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최근 실적이 좋아지며 기업가치가 오르자 인수 희망자들이 속속 나오는 분위기. 하지만 일각에선 노조 등 내부 반발도 있어 매각 진행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밀실·졸속 매각’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6월2일 서울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자기이익 중심으로 밀실 매각·특혜 매각을 시도하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건설산업 발전은 뒷전이고, 인센티브에 눈먼 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는 각성하라”고 비판했다.

몰래

이어 노조는 “DS네트워크는 시행을 중심으로 하는 부동산 기업이고, 중흥건설은 현재 지역 업체에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대표이사가 비자금 조성으로 실형까지 선고받은 이력이 있는 회사”라고 지적했다.

특히 노조는 “매각 방법 등 기본원칙조차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인수 의향자들과 접촉하고 매각에 대해 논의해오고 있었던 것은 각 업체와 산은 및 KDB인베스트먼트의 짬짬이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산업은행은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에 대우건설 지분을 양도해 관리함으로써 대우건설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의 매각 진행 과정을 보면 관리의 효율성이 아닌, 책임을 회피하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매각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은 성공적 매각을 위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고, 대우건설 임직원들과 선 대화를 통해 대우건설의 지속경영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노동조합은 현 시간부로 대우건설의 성공적인 매각을 위해 총력투쟁 태세에 돌입할 것을 천명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매각을 담당하는 KDB인베스트먼트는 이대현 사장 등 산은 출신과 이동걸 산은 회장이 원장으로 있었던 금융연구원 상임 자문위원 출신인 임병철 부사장 등이 이끌고 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KDB산업은행 자회사로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날 기준 대우건설 시가총액은 3조5827억원으로 매각 대상은 KDB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50.75%)이다. 투자업계에서는 매각가로 2조원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산은이 대우건설 인수와 유상증자 등에 투입한 혈세가 약 3조2000억원으로 코로나19로 국가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소한 투입혈세를 보전할 수 있는 수준에서 매각가가 결정돼야 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경영 프리미엄 없이 현재 시가총액만으로도 3조원 이상의 가격이 가능한데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2조원대로 매각하게 되면 헐값 매각 논란이 야기될 수 있는 지적이다.

다만 산은은 혈세 손실이 나더라도 배임 등으로 처벌할 수 없도록 정관을 개정한 상태다.

대우건설의 잦은 산재 사망사고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28일부로 대우건설 본사와 소속 현장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감독을 실시했다. 이는 대우건설이 최근 2년간 연속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업체로서 안전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예방이 필요함에도 불구, 올해 들어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데에 따른 특별조치다.

산업은행 오랜 숙제 매각전 속도
정권 말에 허겁지겁 “결사반대”

특히 고용부는 “지난 10년간 대우건설과 관련된 사망사고는 56건(총 57명 사망)으로 이 중 40명은 하청 노동자”라며 “국내 100대 건설회사 중 연평균 5건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례는 대우건설이 유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김형 사장이 지난 신년사에서도 약속했던 안전경영이 허울뿐인 구호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김형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최우선 기본 과제이자 원칙인 안전 및 품질 관리가 관행과 타성에 젖어 형식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스스로가 다시 한 번 철저히 점검하자”고 당부했지만, 결국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KDB인베스트먼트는 전일 매각 주관사인 BDA메릴린치를 통해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본입찰 일정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우건설 인수 후보로 국내 PEF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DS네트웍스 컨소시엄, 중흥건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이외에도 중국 최대 건설사 중국건축공정총공사, 아부다비투자청, IMM PE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호황과 맞물려 대우건설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고 풍부한 신규 수주 및 수주 잔고로 사업 안정성도 높아져 인수검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수자금이 2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면서 자금 조달의 부담 역시 클 것이라고 관측도 나온다.

실제 조 단위에 이르는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게 우선협상자 선정 관건인 만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KDB산업은행과, 중흥건설은 미래에셋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금융 조달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조 측은 이와 관련해 지난 11일 KDB인베스트먼트와 매각 주관사에 대우건설 매각 진행과 관련 질의 답변을 요청한 바 있다.

노조가 보낸 공문에는 ▲인수 희망사와 매각에 대해 논의 시점과 제공한 자료범위 ▲아부다비투자청이 산은, KDB인베스트먼트, 매각 주관사를 통해 제안한 내용 ▲매각 절차 및 일정 계획 ▲인수 희망사의 국내외 실사 계획과 범위 ▲지속 건전한 경영 위한 매수자의 자격 및 계약 조건 사항 ▲매각 시 대우건설 임직원 의견 반영을 위한 협의 예정 시점 등이 담겨있다.


노조는 “KDB인베스트먼트가 인수 의사를 표시한 다수의 업체들에게 6월 중 구속력 있는 인수 의향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으며 빠르면 7월, 늦어도 8월 중에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서면으로 답변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싸게

대우건설노조 심상철 위원장은 지난 2일 산업은행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 백브리핑을 통해 “산업은행이 그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실사 저지도 포함된다. 과거 노동조합이 해왔던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