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약품 황태자의 이중행보

2021.06.21 10:25:12 호수 1324호

필요할 때만 외치는 윤리경영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국제약품 후계자의 이중행보가 부각되고 있다. 앞에서는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설파했지만, 뒤에서는 리베이트를 내세워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그럼에도 이사회는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후계자를 재선임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최근 국내 제약사들은 투명 경영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ISO37001(부패방지경영시스템) 인증’ 획득에 나서고 있다. ISO37001는 기업이 활동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접대와 선물, 리베이트 등 뇌물수수를 방지할 전사적 시스템을 요구한다. 통과까지는 꽤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정보보호 정책, 법적 준거성 등 14개 관리영역 114개 항목에 걸친 적정성 평가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말만 그럴 듯~

인증기업은 인증 이후 1년 안에 사후 심사를 받아야 하며 3년마다 기존 부패방지 경영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는 심사를 거쳐야 갱신이 가능하다. 윤리경영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자는 목적에서다.

국제약품이 2019년 8월 ISO37001 인증을 획득한 것도 윤리경영을 뿌리내리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국제약품은 2018년부터 준법경영 강화와 부패방지 방침을 제정하고, 부패방지 책임자를 중심으로 내부 심사원 선임과 TF팀을 운영하는 등 ISO37001 인증을 준비한 바 있다.

ISO37001 인증 획득은 평소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해 오너 3세 남태훈 국제약품 대표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 대표는 “투명경영은 국제약품 그룹의 문화이자 지속성장을 위한 핵심가치”라며 “사회적 기대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투명경영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업계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980년생인 남 대표는 미국 메사추세츠 주립대 보스턴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국제약품 계열사 효림산업 관리본부인턴사원으로 입사하면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009년 국제약품 마케팅부 과장으로 자리를 옮겨 기획관리부 차장, 영업관리부 부장, 영업관리실 이사대우를 거쳐 2013년 국제약품 판매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2017년 사장으로 명함을 바꿔달았다.

남 대표의 경영능력은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국제약품은 남 대표 부임 이후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2014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14억2300만원을 기록했던 국제약품은, 남 대표가 취임한 2015년에 21억원 흑자로 돌아선 이래 매년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6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앞에선 투명…뒤에선 리베이트
집유 2년…그래도 대표 재선임

다만 남 대표는 윤리경영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윤리적인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윤리경영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상충되는 이전의 행각 때문이다.

2018년 10월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3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전국 384개 병·의원 의사에게 42억8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남 대표를 비롯해 국제약품 임직원 10여명을 입건했다. 또 이들로부터 최고 2억원까지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 106명 등 총 127명을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국제약품의 영업기획부서는 대표이사 승인을 받아 특별상여금, 본부지원금 등 다양한 형태로 배당 후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관리했으며, 이를 병·의원 리베이트 제공 등 영업활동에 사용했다. 이후 검찰로 이첩된 이 사건은 2019년 4월 검찰이 기소함으로써 재판이 진행되기에 이른다.

결국 남 대표는 지난해 3월 리베이트 관련 1심 재판에서 ‘약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국제약품은 30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고, 전·현직 임원 4명도 징역6월에서 1년을 선고받았으나 전원 집행유예로 실형을 면했다. 

남 대표가 리베이트 제공에 가담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자, 남 대표가 내세운 윤리경영의 가치는 다소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회사 내 입지는 큰 변동이 없었다. 남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재선임됐다. 이사회 구성원 8명(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3명) 전원이 재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남 대표의 재선임 이유는 명확하게 알려진 게 없다. 업계에서는 주력제품의 매출 증가와 코로나19 이후 KF94 마스크 미국 수출 등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끌어낸 점이 재선임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자리 보존

남 대표가 사실상 회사의 후계자라는 점 또한 대표 재선임 결정이 내려진 배경으로 지목된다. 남 대표는 남영우 국제약품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인 고 남상옥 회장의 손자다. 그의 남다른 가족도는 남 대표가 입사 10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국제약품의 ‘꼭대기’에 안착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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