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애경그룹 오너 가족회사 내부거래 민낯

2020.12.03 09:41:26 호수 1299호

다 챙겨가는 회장님 핏줄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그룹 차원에서 총수 일가를 우회 지원하는 광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암묵적으로 자행되는 ‘총수 곳간 채우기’는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애경그룹 총수 일가 역시 사익편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 애경그룹 사옥 ⓒ박성원 기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8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220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덩치는 신참
하는 짓은 거물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지주회사 총 개수는 전년(173개) 대비 6개 감소했다. 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 중소 지주회사가 94개에서 82개로 감소한 결과다. 6개가 신설되고 12개가 제외됐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계열사를 가장 많이 거느린 건 GS그룹(11곳)이지만, 가장 눈길을 끈 곳은 ‘대기업 2년차’ 애경그룹이었다. 애경그룹은 오래전부터 ‘일감 몰아주기’가 빈번했던 기업집단으로 분류돼왔다. 그룹 차원에서 성행한 일감 몰아주기는 총수의 자식은 물론이고, 사위, 올케까지 참여하는 ‘가족경영’의 연장선상이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애경그룹은 규제 사각지대에서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위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 같은 흐름에 제동이 걸린 건 지난해 5월이다. 이 무렵 애경그룹은 대기업집단에 처음으로 지정됐다. 홍대 신사옥 준공, 계열사 상장 등이 이어지면서 공정자산 5조원을 넘겼기 때문이었다.


대기업집단으로의 편입은 애경그룹의 대외적 위상이 올라갔음을 뜻했다. 대신 규제 강화라는 만만치 않은 반대급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엄중한 잣대는 애경그룹이 직면한 골칫거리였다.

친인척 
한입씩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사, 20%를 초과하는 비상장사의 경우 연간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정상적인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특혜성 거래 기회를 제공하거나 총수 일가가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행위도 제한된다.

공정거래법상 애경그룹은 10곳(▲애드미션 ▲에이텍 ▲비컨로지스틱스 ▲애경개발 ▲애경피앤티 ▲에이엘오 ▲에이케이아이에스 ▲우영운수 ▲인셋 ▲코스파)의 계열사가 사익 편취 규제 대상으로 지목된 상태다. 
 

▲ (사진 왼쪽부터)장영신, 채동석, 채승석, 채은정 ⓒ애경그룹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분류된 애경그룹 계열사들은 사실상 총수 일가 수중에 있다. 총수 일가는 우월한 지분율을 밑천으로 계열사에 지배력을 행사해왔고, 계열사는 그룹 차원에서 밀어준 일감을 독식해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이들 가운데 총수 일가 구성원의 지분율이 100%인 곳은 ▲비컨로지스틱스 ▲에이엘오 ▲에이케이아이에스 ▲우영운수 ▲인셋 등 총 5개사. 에이엘오와 인셋을 제외한 3곳은 수의계약을 통해 애경그룹 핵심 계열사들과 내부거래를 지속해왔다.

자식도 모자라 올케까지
일감 몰아주기 효과 ‘톡톡’

백화점과 통합 전산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 사업을 영위하는 에이케이아이에스는 애경그룹 총수와 총수의 친자녀가 직접 지배하는 회사다. 장영신 회장(5.63%), 채형석 애경산업 총괄부회장(50.33%),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20.66%), 채은정 전 애경산업 부사장(13.23%), 채승석 전 애경개발 사장(10.15%) 등 총수 일가가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다.

에이케이아이에스의 내부거래 규모는 단연 돋보인다. 2017년 매출 425억원 중 91.5%를 내부거래로 발생시킨 에이케이아이에스는 이듬해 내부거래 매출을 272억원으로 줄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내부거래 매출이 509억원으로 다시 확대됐다. 내부거래율 역시 2018년 53.0%에서 지난해 69.7%로 올랐다.

에이케이아이에스의 그룹 내 위상은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지분구조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올해 3분기 기준 에이케이아이에스는 지분율 10.3%로 AK홀딩스 2대 주주에 등재돼있다. 최대주주는 지분 14.2%를 보유한 채형석 부회장이고, 총수 일가의 지분율 합계는 45.9%로 집계됐다.


에이케이아이에스의 계열사 지분 취득은 AK홀딩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애경개발(31.4%), 에이케이에스앤디(20.0%), 애경산업(18.0%), AK홀딩스(10.3%), 코스파(10.0%), 제주항공(1.7%) 등의 주주명부에서 에이케이아이에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비컨로지스틱스는 육상 운송 지원 서비스를 담당하는 회사로 지난해 매출 17억6500만원이 모두 애경그룹 계열사인 애경산업과의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수의계약을 맺고 대금 지급은 현금으로 이뤄졌다. 

이 회사는 2018년에도 매출 51억원 전부를 내부거래로 올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억7500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2%가 넘는 알짜배기 회사다. 

속보이는 거래
두둑해진 밑천

비컨로지스틱스 주요 주주는 장대영(32.5%)씨, 장우영씨(35.0%), 장지영씨(32.5%)다. 이들은 김보겸 비컨로지스틱스 대표이사의 자녀들이다. 김 대표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셋째 오빠인 장위돈 전 서울대 교수의 부인이다. 사내이사 4명과 감사 1명 등 임원들 역시 모두 총수 일가 구성원이다.

1995년 설립된 우영운수는 육상 운송 서비스를 주목적으로 한다. 지난해 매출액 17억원 가운데 15억원이 애경산업과의 거래를 통해 이뤄졌고, 내부거래율은 90.1%에 달했다. 2018년에는 매출 58억원 가운데 56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얻었다. 이 당시 내부거래율은 97.1%로 집계됐다.

김보겸 비컨로지스틱스 대표는 우영운수 대표직도 맡고 있다. 김보겸 대표는 지분 6%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 94%는 김 대표의 3자녀(장대영·장우영·장지영)가 확보한 상태다.

총수 일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에이텍, 애경피앤티 역시 일감 몰아주기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고 있다.

포장용기 제조업체인 에이텍의 내부거래 규모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된 계열사 가운데 에이케이아이에스 다음으로 컸다. 이 회사의 최근 2년간 내부거래 금액은 1223억원에 이른다. 2018년과 지난해의 내부거래율은 각각 49.9%, 45.1%다. 


에이텍의 지분 절반은 총수 일가의 몫이다. 일가가 장영신 회장(0.1%)을 비롯해 채형석 부회장(28.6%), 채동석 부회장(17.9%), 채승석 전 사장(3.3%) 등이 나눠 갖는 구조다. 
 

▲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골판지 제조업체인 애경피앤티는 에이텍(45%), 채형석 부회장(40%), 채은정 부사장의 남편인 안용찬 전 제주항공 대표(10%)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165억원, 지난해 146억원의 매출을 그룹 계열사로부터 얻었으며, 해당 기간 내부거래율은 각각 89.1%, 82.6%로 집계됐다.

코스파는 내부거래율이 극히 낮은 수준이지만 꼼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전례가 있다. 지난해 11월 코스파는 한국특수소재를 1.00:3.27 비율로 흡수합병했다. 당시 애경그룹은 공시를 통해 합병 목적을 “경영 효율성 증대 및 사업 경쟁력 강화”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특수소재가 합병 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되자, 흡수합병이 규제 회피를 위한 결정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플라스틱 압출발포제품을 제조하는 한국특수소재는 제품 전량을 코스파에 납품해왔다. 2018년 한국특수소재가 올린 총매출 148억원 모두 코스파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대놓고 밀어주기
곳곳에 사각지대

한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애경그룹 계열사 상당수도 내부거래 논란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에 ‘총수 일가 지분 20% 이상 기업이 지분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사각지대 회사로 분류된 애경그룹 계열사는 ▲에이케이레저 ▲서림 ▲애경화학 ▲제주항공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 ▲에이케이에스앤디 ▲에이케이켐텍 등 총 7곳이다. 

특히 에이케이켐텍은 지난해 331억원을 비롯해 매년 수백억대 규모의 내부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에이케이켐텍의 최대주주는 지분 81.3%를 보유한 AK홀딩스다. ‘총수 일가→AK홀딩스→에이케이켐텍’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확립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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