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면죄부’ 삼양식품의 이중잣대

2020.11.09 15:05:12 호수 1296호

직원은 안 되고 사모님은 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불닭 신화’의 주인공이 현장 복귀를 알렸다. 주변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겠다는 듯 돌아온 직후부터 광폭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짧게나마 수장의 빈자리를 실감한 회사는 비위행위 감시기구 창설을 내세우는 등 적극적인 후방 지원을 천명한 상태. 적어도 내부에서는 불닭 신화의 주인공이 저지른 수십억원대 횡령 범죄는 지난 일에 불과하다.
 

▲ ▲ 경남 밀양 소재의 삼양식품 밀양 신공장 착공식서 발언하는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 사장 ⓒ삼양식품


지난 10월19일 삼양식품은 경상남도 밀양시에 위치한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에서 신공장 착공식을 진행했다. 연면적 6만9801㎡ 부지에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의 건물을 세우는 게 기본 골격이다. 향후 밀양 신공장에 면·스프 자동화 생산라인이 구축되면 연간 최대 6억개의 라면 생산이 가능해진다. 이는 삼양식품의 기존 연간 라면 생산량의 50% 수준이다. 

은근슬쩍

당초 삼양식품은 밀양 신공장 건립에 13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투자 규모를 700억원가량 확충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공 후에도 단계적 설비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 확대를 기대해봄직하다.

향후 식품업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만한 대단위 투자였던 만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건 당연했다. 여기에 더해 이날 행사는 김정수 총괄사장의 복귀 후 첫 번째 공식석상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 사장은 “많은 기업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지만 삼양식품은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밀양에 공장을 건립하기로 했다”며 “식품 수출 1위 기업으로 전 세계에 한국 식품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12년 삼양식품 최대 히트작인 ‘불닭볶음면’ 개발을 이끈 주역이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힘입어 해외 시장에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김 사장은 본인의 능력과 별개로 도덕성이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결함을 드러낸 인물이다. 그에게 찍힌 경제사범이라는 낙인은 쉽게 벗겨질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김 사장은 지난 1월 회삿돈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남편인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에게도 같은 혐의로 징역 3년형이 선고됐다. 이후 김 사장은 지난 3월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관련 기업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현행법에 따른 조치였다. 

횡령 집유 확정 얼마나 됐다고…
징계는커녕 단단해진 입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5억원 이상 사기 등을 저지른 경제인 ▲3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금융기관 임직원은 유죄가 확정되면 일정기간 동안 공공기관과 기업체의 취업을 할 수 없도록 명시돼있다.

김 사장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복귀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10월 초 오너 공백으로 인한 경영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김 사장 측이 신청한 취업 승인을 법무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로써 김 사장은 지난 10월12일 대표이사직에 공식 복귀했다.

다만 김 사장의 일선 복귀는 논란을 야기했다. 지난 10월13일 경제개혁연대는 “법무부의 이번 취업 승인 결정은 기업인에 대한 재취업 승인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며 법무부의 결정에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세간의 비판적인 시선을 의식한 삼양식품은 지난 10월26일 사내 감사위원회 설치를 통해 경영 투명성 강화를 천명하고 나선 상태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를 출범시킨다는 게 기본 골자다.
 

▲ 삼양식품 본사 ⓒ삼양식품

사내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 3인으로 모두 외부인으로 구성된다. 또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2인으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도 설치한다. 궁극적으로 경영진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적정 수준의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삼양식품은 사실상 김 사장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감사위원회·보상위원회가 구성되더라도 김 사장의 이전 행적에 대한 처벌을 기대하기 어려운 탓이다.


불이익은 고사하고 회사 내 김 사장의 향후 입지는 한층 탄탄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구속에 따른 전 회장의 공백을 감안하면 오너 일가의 중심축 역할은 김 사장의 몫이나 마찬가지다. 일단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 선임이 유력 된다. 정관상으로는 결격 사유를 찾기 힘들다.

잘못해도…

삼양식품 관계자는 “등기이사직 복귀는 아직 구체화된 내용이 없다”며 “감사위원회와 관련된 내용은 밑그림만 그려져 있을 뿐 현 시점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구성될지 섣부르게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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