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 없는 사과사회

2020.09.07 10:13:42 호수 1287호

숀 오마라, 케리 쿠퍼 / 미래의창 / 1만7000원

지난 2018년 스타벅스가 인종차별 논란으로 ‘정책을 돌아보겠다’며 직영매장 8000여 곳을 휴점하고 인종차별 예방 교육을 실시했다. 같은 해 페이스북은 정보 유출 논란으로 CEO 마크 저커버그가 직접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얼마 전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아 광고하고도 그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일명 ‘뒷광고’ 논란이 일었다. 이후 관련 당사자와 조직의 해명과 사과가 쏟아져 나왔다. 논란에 관한 책임을 전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단체를 대놓고 비판하는 유튜버가 등장하는가 하면, ‘잘 몰랐다’식의 해명을 늘어놓은 몇몇 유튜버들에게 여론은 빠른 속도로 등을 돌리고 있다. 한 유튜버는 일전에 같은 사안으로 잘못을 인지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한 후 시정한 바 있는데도 또다시 빗발치는 비난에 더 이상 방송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최근 많은 기업이 잘못을 저지르는 즉시 발 빠르게 사과하고 있다. 그런데 조직과 개인이 사과하는 방송이나 사과문을 보면 미안해하는 듯하지만, 이상하게 진정성이 의심되는 때가 있다. 곤혹스러운 상황을 벗어나고자 열과 성을 다해 상황을 왜곡하고 재구성해 능숙하게 사과의 말을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쁜 짓을 하고도 어떻게든 사과하지 않으려는 태도인만큼 사회에 해를 끼치는 현상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와 조직 심리 전문가인 두 저자는 이러한 새로운 현상을 짚어냈다. 이는 사과해야 할 사안인지, 누구에게 사과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로 사과해야 하는 일인지에 대한 판단 없이 필사적으로 사과부터 먼저 내놓으려고 하는 현상이다. 저자는 이를 ‘사과 충동(Apology Impulse)’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충동을 바탕으로 움직이면 부분을 놓치거나 실수하기 마련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충동은 개인과 조직과 세계가 밀접하게 연결된 현대사회의 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셀 수 없이 많은 뉴스가 빠르게 퍼지고, 누구나 손쉽게 이슈에 반응하고 참여할 수 있으며, 그만큼 비난에도 스스럼이 없다. 작은 비난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그 파급력은 나비효과처럼 예상하기 어려울 만큼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사소한 일이나 혹은 오히려 사과하는 것이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에도 무턱대고 사과를 내민다. 그로 인해 진중한 사과가 필요한 상황에서 ‘미안하다’는 말에 무게가 실리지 않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사과의 위기는 일상의 위기이자 인간관계, 정치, 비즈니스의 위기다. 
현대사회에서 사과는 기업이나 개인의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혹은 홍보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디어 및 SNS 문화는 진실과 진심이 배제된 무조건적 사과를 부추기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의 핵심은, 대중은 단지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잘못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기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시대적 불안과 위기를 극복하고,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과를 잘해야 한다. 분노와 비난이 극에 치닫는 지금, 이제는 충동 아닌 진심을 내보여야 할 때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하고 거짓 사과와 진짜 사과를 구별해 어떻게 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방법으로 사과하는 것이 옳을지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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