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식 앞둔 무림그룹 황태자 딜레마

2020.08.28 16:03:22 호수 1286호

힘 실어줬는데 고꾸라지는 성적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무림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줄줄이 낙제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올 초 경영 전권을 넘겨 받은 황태자는 막중한 부담을 떠안게 생겼다. 오너 경영 체제가 한층 확고해진 만큼 홀로서기에 실패할 경우 화살은 온전히 황태자의 몫이다.
 

▲ ▲이동욱 무림그룹 회장과 이도균 사장


올해 초 무림그룹은 소장파 수장의 등장을 알렸다. 주인공은 오너 3세인 1978년생 이도균 사장이다. 그룹은 40대 초반의 젊은 피에게 승진과 함께 핵심 계열사 3곳(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의 경영 총괄을 맡겼다. 무림페이퍼는 지난 3월23일 이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을 공식화했고, 이튿날 무림SP, 25일 무림P&P가 대표이사 선임을 결정했다. 

확고한 기반

이무일 무림그룹 창업주의 장손이자 이동욱 회장의 장남인 이 사장은 가파른 승진을 통해 확고한 입지를 다져온 인물이다. 2015년 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 등기이사에 연달아 이름을 올린 이 사장은 2018년 12월 부사장, 올 초 사장으로 직위를 바꿔 달며 존재감을 키웠다. 

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가 무림그룹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이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사실상 경영 승계 절차로 읽힌다. 이 사장이 일찌감치 승계 절차를 밟으며 그룹 후계자로 낙점 받았다는 건 지분구조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사장은 20대 초반부터 무림SP(당시 무림제지)의 지분을 상당량 들고 있었다. 공시가 시작된 1999년 말 기준 이 사장은 22세의 나이에 무림SP의 지분 20%를 보유한 2대주주였다. 당시 최대주주는 지분율 20.8%인 이 회장이었다.


지분구조에 변동이 가해진 건 2002년이다. 이 무렵 이 사장은 장내매수를 통해 무림SP의 지분율을 21.37%까지 끌어올리며 최대주주에 등극했고, 이후 지분구조는 큰 변동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장이 무림SP 최대주주로 등재된 시점에 승계의 밑그림은 사실상 완성됐다. ‘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이를 뒷받침한다. 무림SP는 지난 6월 말 기준 무림페이퍼 지분 19.65%(817만7996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무림페이퍼는 무림P&P 지분 66.97%(4176만6807주)를 갖고 있다.

오너 일가는 무림SP뿐 아니라 무림페이퍼 지분도 상당수 확보한 상태다. 지난 6월 말 기준 이 회장(18.93%, 787만7646)과 이 사장(12.31%, 512만2966주)은 각각 무림페이퍼 2·3대주주로 이름을 올렸고, 특수관계인 지분율 총합은 54.06%(2249만6487주)에 이른다.

명확해진 오너3세 승계구도
포부는 확실한데…현실은?

현장 실무 경험을 착실히 쌓아 온 이 사장의 행적은 ‘이도균호 무림’을 기대케 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한다. 미국 뉴욕대학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2007년 무림페이퍼 영업본부에 입사한 이 사장은 14년간 제지사업본부, 관리본부, 일관화건설본부, 전략기획실, 계열사 관리 등을 거치며 보폭을 넓혔다.

이 사장 휘하서 무림그룹은 제지 부문서 시장성 높은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하고, 펄프(종이의 원료)를 통한 환경친화적 미래 소재 개발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무림그룹의 안정성은 최근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이 사장 체제가 가동된 직후부터 이 같은 경향이 한층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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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보고서 분석 결과 핵심 계열사 3곳의 매출은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림페이퍼의 상반기 매출은 연결 기준 50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12.2% 줄어든 413억원에 머물렀다. 부채비율이 213%로 높아지면서 재정건전성도 위협받고 있다.

무림P&P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3326억원) 대비 14.1% 감소한 2857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192억원으로 48% 급감했다. 전년 동기에 영업손실 9500만원을 기록했던 무림SP 54억원가 흑자로 돌아섰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무림그룹 핵심 계열사의 저조한 실적은 제지업계 불황의 여파로 해석된다. 실제로 경쟁사인 한솔제지 역시 연결 기준 상반기 매출이 777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9% 감소했고, 여타 업체들도 하락세를 나타내긴 마찬가지다.

시작부터…

난국 타개를 위해서라도 무림캐피탈, 무림파워텍, 무림로지텍 등의 비제지업 계열사가 힘을 보태는 게 최선이다. 다만 덩치 차이를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기대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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