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38)

2012.08.13 13:11:15 호수 0호

‘멘토’ 가까이 두고 자문받아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라
문제의 본질 분석한 후 실마리 찾아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이 있다.
믿고 신뢰하여 거래하였으나 상대방으로부터 배신을 당하여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다.
피해를 당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전문성이 부족하여 해답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감정에 치우쳐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외관상으로 나타나는 부분만 보고 대처할 수 없다고 자진하여 포기하고 마는 경우도 많다.

쓸데없는 아집은 버려라

자신의 판단만 옳다는 아집을 버리고, 전문가 멘토를 가까이 두고 자문을 받다보면 피해 예방과 회복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모든 일에 가능성을 두고, 포기하지 않고 결코 실패함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신용정보회사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당시 지인의 소개를 받았다며 부인과 함께 찾아온 이는 남동공단에서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배 사장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종합기계기기를 다루는 회사의 대표이사였는데 자신이 오랫동안 거래해온 호산상사라는 개인 회사에서 수천만원의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호산상사의 실제 소유주는 천 사장이고, 사업자 등록상의 대표 명의는 유 사장이라고 했다. 서로 친구지간인 이들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실소유주인 천 사장은 유 사장에게 자신의 회사인 호산상사의 대표 자리를 맡긴 반면, 자신의 처를 경리로 앉혀놓고 돈 관리를 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리고 천 사장은 시간이 나는 대로 회사에 들러 실질적인 운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명의상 대표인 유 사장이 교통사고로 사망을 했다. 유 사장이 사망을 하자 천 사장은 유 사장 앞으로 되어 있는 호산상사 대표 등록을 말소시키고, 대신 자기 명의로 사업자를 변경 등록해서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배 사장은 호산상사 대표가 유 사장에서 천 사장으로 변경되었다고 해서 뭐 문제가 되겠냐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물품대금을 지급해 줄 것을 독촉하자 처음에는 지급할 것처럼 하더니 나중에는 오리발을 내밀고 있었다. 그는 죽은 유 사장과 거래한 것에 대해서는 자신과 전혀 무관한 일이라며 지급해줄 수가 없다고 한 것이다.
그 말을 듣고 화가 난 배 사장은 괘씸한 마음에 당장 법무사를 찾아가 호산상사 내에 있는 기계 등 유체동산에 대해 가압류를 진행시켰다. 그런데 문제는 호산상사의 사업자등록상의 대표가 다르다는 이유로 기각되어 비용만 날리고 만 것이다.


배 사장은 미수금도 문제지만 천 사장의 행위에 대해 하도 괘씸하고 억울해서 잠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해결방안을 찾다가 나를 찾아온 것이다.
배 사장은 그간의 사정을 내게 설명하며 여전히 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내 도움을 요청했다. 신용이 중요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신용을 뭉개는 파렴치한 행태를 경험했으니 그 속이야 말로 얼마나 시커멓게 탔겠는가.
나는 배 사장으로부터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문제가 어디 있는지 알 것 같다는 투로 상황 설명을 시작했다.

“배 사장님! 난처한 입장에 대해 이해가 갑니다. 이 건은 병의 원인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분석하고 이해한 후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가압류신청을 하였으나 실패하였다고 하는 것은 사업자등록상 명의인이 다르기에 법집행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품을 공급할 당시 호산상사의 대표였던 망자 유 사장과 현재의 천 사장과의 인과관계와, 호산상사와의 상관관계를 정립하고 입증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망자인 유 사장은 현재 사장인 천 사장으로부터 명의신탁요청을 받고 단순 사장으로 명의만 빌려준 것이고, 실제로 원래의 주인도 현재의 주인도 천사장이라는 것만 입증하면 된다고 봅니다.”

“그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가 있겠습니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정작 입증해줄 사람은 이미 저세상으로 떠나가고 없는데….”
“안 되면 저승이라도 찾아가서 망자를 데리고 와 증인으로 삼아야지요.”
내가 농담처럼 말하자 배 사장이 힘없이 웃었다. 함께 온 그의 부인도 한편으로 어이없다는 듯 따라 웃었다.
배 사장이 다시 침울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야 그렇지만 죽은 사람을 불러올 수도 없으니 도저히 해결책이 없다는 말과 같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내가 부부를 번갈아보며 다시 말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죽은 유 사장이 정말 현재의 천 사장에게서 명의신탁을 받고 단순명의만 빌려준 대리인이고, 실제의 소유주는 현재 대표인 천 사장 자신이라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죽은 유 사장은 미혼입니까? 아니면 기혼자였습니까?”
“예, 유 사장은 결혼하고 1년 남짓 되기도 전에 불행히 사고를 당했습니다.”
묵묵히 듣고만 있던 부인이 남편의 표정을 살피면서 대화에 끼어들 듯 자세를 바로잡았다. 내가 부인을 바라보며 반문했다.

망자는 말이 없다

“그럼 그 부인이 어디 살고 있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우리는 그 유 사장이 결혼할 때 결혼식장에서 부인을 본 후엔 한 번도 만나지 못했어요. 아마 지금 길에서 만난다고 해도 전혀 알아보지 못할 겁니다.”
“음, 그럼 당시 유 사장으로 등록된 사업자등록증이나 주민등록 초본 등 그 부인을 찾을만한 어떠한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이 없습니까?”
나는 왠지 죽은 유 사장의 부인을 찾으면 뭔가 실마리가 잡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남편인 배 사장이 나서며 말했다.

“생각해보니 1차 기계를 납품하고 대금을 결제해 주지 않은 채, 2차 공급을 요청하기에 혹하는 마음에 유 사장한테 주민등록 등본과 사업자등록증을 받아 사무실에 보관해 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떠한 방안이 있는 거예요?”
이번에도 부인이 끼어들며 물었다.
“제대로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죽은 사람의 가족을 설득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아무튼 그 자료부터 보내주시면 제가 알아봐 드리도록 하지요.”
“임 이사님! 정말 부탁드립니다. 그 일만 생각하면 영 괘씸해서 잠이 오지 않아요.”
내 손을 잡고 배 사장이 몇 번이고 도와달라는 말을 하고서야 그들 부부는 돌아갔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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