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37)

2012.08.06 13:07:53 호수 0호

항상 보이지 않는 이면을 간파하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올가미에 걸려 들었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오다
판단 흐려질 때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라

강 전무는 옆에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서 사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은근히 도움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서 사장의 냉담한 표정을 읽고는 도저히 자신의 의도대로 일이 성사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지금 가서 돈을 빌려주기로 한 친구를 설득해보겠습니다. 즉시 해답이 없더라도 제 말이 없으면 돈을 반환하지 말고 기다려 주십시오.”

앓던 이가 뽑히다

그는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서 사장을 향해 말했다. 서 사장이 그 정도쯤이야, 하고 동의를 해주려다가 내 눈치를 보며 대답을 머뭇거렸다.

“일단 가셔서 오늘 중으로 협의 결과를 통보해 주세요. 그 여부에 따라 저희들도 상의해서 결정하겠습니다. 그리고 강 전무님? 저희들이랑 이런 복잡한 문제 외에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얘기를 나누도록 하시죠. 그러면 저희들도 최대한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가 말했다.
“아, 그거야,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강 전무는 비록 이번 일이 무위로 끝나더라도 본연의 영업오더 일에 대해서는 계속 할 것임을 내비쳤다. 나는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럼 이제 이 약정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지요?”


나는 그들을 향해 묵시적인 동의를 구한다는 말을 일방적으로 던짐과 동시에 약정서를 양손으로 쥐고 찢어버렸다. 그러자 이미 대세가 기울어졌음에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던 강 전무 인상이 순간 일그러지고 있었다. 반면에 서 사장은 앓던 이가 뽑힌 듯 환한 표정이었다.
강 전무는 아쉬운 듯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여운을 남겼다.
“그래도 이 약정서를 대여인 회사에 갖다 주고 양해를 구한 뒤 찢어버려야 하는데 이제는 할 수 없네요.”
“그건 미안합니다. 그러나 잘못된 이 약정서는 더 이상 아무런 쓸모가 없으니까요.”
강 전무는 자기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고 느꼈는지 아니면 친구 회사에 가서 이 문제를 협의하여 마무리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재빨리 서 사장의 사무실을 나갔다.

황급히 달아나 듯 그가 문밖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서 사장이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임 이사! 자네가 약정서를 그렇게 확 찢어버릴 줄은 정말 몰랐네. 어쨌든 내 속이 다 후련하네. 사실 난 어젯밤에 한잠도 자지 못했네. 내 승낙 하에 그 많은 돈을 입금하도록 해놓고 하루 만에 번복을 하게 되니 그들이 얼마나 당황하겠는가. 혹시 그들이 어떤 장난을 칠까 괜한 걱정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네. 그런데 이렇게 모든 것이 시원하게 해결 되니 정말 속이 후련하네.”
서 사장은 조금 전 나의 행동에 대해 불안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품고 있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하는 우려를 내비쳤다.

“뭐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약 강 전무가 내가 말한 대로 이 돈과 아무런 연관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각서를 써오면 돈을 내줘야하지 않을까? 그러면 괜찮겠나?”
“염려하는 것은 당연하네. 그러나 자네는 어차피 강 전무하고는 함께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지 않는가. 지금처럼 장난을 친다면 어떻게 함께 가겠는가?”
“그야 당연하지. 나 역시 어제까지만 해도 어떻게 잘 매듭을 지어 함께 가볼까도 생각했던 게 사실이네. 그런데 오늘 자네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그 자를 유심히 지켜보자니 이건 아니다 싶네. 자네는 대화에 치중하느라 잘 보지 않았겠지만, 내가 그 자를 보니 연신 인상을 찌푸렸다 폈다하면서 그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이 말일세. 내가 어떻게 그런 자하고 함께 하겠는가?”

“그렇다면 문제 될 것이 무언가. 내가 판단하기론 강 전무는 절대로 각서를 받아올 수가 없을 것이네. 이미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올가미에 자네가 걸려들었다가 빠져나갔다고 판단하고 있을 거네. 쉽게 말해 이제는 자네가 이용가치가 없다는 말과 같다네. 또 설령 강 전무 저 자가 각서를 작성해 온다면 그 회사 오너를 만나 각서에 대한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이상이 없다면 돈을 수표로 찾아 건네주면 별 탈은 없을 거네. 그들은 아마 그렇게까지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을 거네.”
강 전무는 돈을 보낸 회사에 가서 자신들이 꾸민 술책이 무위로 돌아갔음에 아쉬워하며, 입금한 돈을 반환받을 명분을 찾기 위해 궁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여튼 정말 고마워. 자네의 조언이 없다면 나는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거네.”
서 사장이 손을 내밀어 승리를 자축이라도 하자는 듯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나 역시 손을 맞잡고 웃으며 한 마디 했다.

함정은 없는지 확인

“이 친구야, 정신 좀 차리고 사업해. 항상 보이지 않는 이면을 잘 간파해야 함을 명심하게. 그저 ‘내 판단이 옳을 것이다’라고 하는 자만을 버려야 한다네. 자네는 마냥 사람만 좋아서 걱정이네. 하하….”
서 사장과 헤어지고 사무실로 돌아와 얼마 되지 않아 서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이, 임 이사 끝났네. 방금 강 전무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다른 곳을  찾아본다면서 돈을 입금한 곳으로 반환해 달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그 회사 자금담당하고 확인한 뒤에 그쪽 법인 계좌로 송금 처리해 주었네.”
“그래 수고했어. 그놈의 회사 책임자를 만나 그들의 속내를 알고 싶기도 하네만.”
“자네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은 내 다 알지. 그러나 참게. 괜히 불상사가 일어날까봐 두렵네.”
“됐네, 나도 그냥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허허허.”
우리는 전화기를 붙잡고 시원하게 웃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서 사장은 연신 고맙다고 하며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고 하였으나 선약이 있어 다음으로 미루고 기분 좋게 통화를 끝냈다.

tip: 속담에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내 놓으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때로 살다보면 좋은 일 하다가 의도와 달리 엉뚱한 결말에 휘말려서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누구나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전문분야가 있다. 법률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판단이 미흡할 때는 반드시 전문 조언자의 도움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사업을 하거나 직장에서 이권이 걸린 일을 할 때, 그 속에 어떤 함정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 결정을 해야 한다.
매사에 사전 준비를 잘하여 만전을 기하고, 중간에 점검을 잘하여 이행함에 차질이 없도록 하며, 사후에 피해를 방지할 대책을 철저히 갖추어 놓는 것이 최상 책이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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