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이우현 OCI 부회장 청사진

2020.02.17 10:27:33 호수 1258호

‘질척질척’ 적자 수렁에 빠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글로벌 태양광시장의 한파에 신음하던 OCI가 국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글로벌 태양광시장서 최후 승자로 남고자 했던 당초 계획은 일정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우현 부회장의 리더십에 흠집이 난 형국이다.
 

▲ 이우현 OCI 회장


OCI는 오는 20일부터 전북 군산공장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한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김택중 OCI 사장은 전날 열린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서 “폴리실리콘 가격이 매년 낮게 형성 중이고, 반등하더라도 군산공장은 이를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이너스

업계에서는 OCI가 초강수를 둔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반등을 기대하기보단 사실상 한계에 다다른 재무상태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일제히 뒷걸음질 친 OCI의 지난해 주요 실적지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2018년 15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렸던 OCI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해를 감당하지 못했고 결국 영업손실액만 1807억원에 달하는 충격적인 2019년도 성적표를 공개해야만 했다. 당기순손실 역시 809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무엇보다 4분기 부진이 결정적이었는데, 이 시기에만 영업손실 643억원, 당기순손실 6626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4분기부터 시작된 ‘적자의 고리’는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OCI가 부진에 빠진 건 2년 전부터 본격화된 업황 부진에 기인한 바가 크다. 2018년 중국 정부는 태양광발전소 설치에 투입되는 정부 보조금 축소를 발표했고 곧바로 글로벌 태양광시장은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업체들은 뒤늦게 생산량 조절에 나섰지만 이미 시장에는 수요처를 찾지 못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이 대량으로 풀려 있던 상태였다. 이제 남은 수순은 폴리실리콘 가격 폭락뿐이었다.

실제로 에너지시장조사기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2018년 1월 ㎏당 17달러 선에서 형성됐던 폴리실리콘 스팟 가격은 지난해 초 ㎏당 9~10달러까지 급락한 데 이어, 급기야 올해 초에는 ㎏당 7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 40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2009년과 비교하면 약 10년 만에 폴리실리콘 가격은 87% 폭락했다. 폴리실리콘 손익분기점이 ㎏당 13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OCI는 지난 2년간 손해를 감수하며 힘겨운 버티기를 해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내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 중단 결정
극복 가능? 눈앞에 닥친 재무 개선 불똥

OCI는 오는 20일부터 군산공장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하고 정기보수를 거쳐 오는 5월 1일부터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대신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은 말레이시아 공장서 도맡아 원가를 25% 이상 절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재계에서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 중단 소식이 이우현 부회장 체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연결될 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은 OCI그룹 창업주인 고 이회림 명예회장의 장손이자 고 이수영 전 회장의 장남인 오너 3세 경영인이다. 2013년 대표이사 부임과 함께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모습을 드러냈던 이 부회장은 2017년 고 이수영 회장 타계 후 지난해 초 부회장 승진을 거치며 그룹 내부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2017년까지만 해도 이 부회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대표이사에 오른 뒤 이 부회장은 OCI케미칼, OCI머터리얼즈를 매각하면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태양광사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 그 결과 OCI는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시장이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평가는 조금씩 부정적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OCI 전체 매출 가운데 40%가량을 차지하는 폴리실리콘 사업 비중을 줄이지 못하면 회사 수익성 개선이 힘든 작금의 현실서 이 부회장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실적 부진과 함께 OCI의 재계 위상도 갈수록 하강하고 있다. 2014년 자산 12조1310억원으로 재계 22위에 이름을 올렸던 OCI는 이후 지속적인 자산 감소를 겪었고 지난해 9월 말 기준 재계순위는 30위 권으로 떨어졌다. 


재계에서는 신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여부가 이 부회장을 향한 비관적인 시장 평가를 반전시킬 열쇠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글로벌 바이오 시장 공략을 위해 바이오 전문 기업을 인수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이다. 

부정적 기류

재계 관계자는 “OCI가 주력사업서 단기간에 반전을 거두기란 사실상 힘든 게 사실”이라며 “신사업서 이른 시일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에 따라 이우현 부회장에 대한 평가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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