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없는 태광실업 후계구도

2020.02.12 09:50:07 호수 1257호

보일 듯 말 듯 안갯속 황태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한국 신발산업의 ‘거목’ 박연차 태광실업그룹 회장이 폐암으로 별세했다. 박 회장의 별세는 경영권 승계 등 그룹 행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장남의 경영권 승계와 동시에 그룹 변신을 위한 제 2의 도약에 나설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고 박연차 태광실업그룹 회장


태광실업 창업주인 박연차 태광실업그룹 회장이 지난달 31일 별세한 가운데 그가 설립했던 태광실업의 앞날에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회장의 별세로 인해 태광실업의 기업공개(IPO)는 당초보다 늦춰질 전망이다.

어떻게 가나?

태광실업은 1980년 설립 이후 연매출 2조원 이상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태광실업그룹은 신발을 비롯해 화학, 소재, 전력, 레저를 아우르는 국내외 15개의 법인 운영과 10만여명의 임직원을 거느리며 글로벌 기업의 위상을 갖추고 있다. 

태광실업그룹의 2019년 기준 매출은 3조8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조원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미국 나이키 신발의 10%가 넘는 물량을 맡아 생산하고 있는 태광실업은 향후 지속적 성장세에 대한 기대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상장 시 신발·의류 업종의 대장주로 SK바이오팜 등과 함께 기업 가치 5조원, 공모 규모만 1조원이 넘는 대형 IPO주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 4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당분간 태광실업 상장은 어려울 전망이다. 당초 태광실업은 박 회장의 건강문제 등을 고려해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태광실업은 올해 6월 유가증권 시장 상장 목표로, 지난해 8월 한국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NH투자증권·대신증권·신한금융투자·이베스트투자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한 뒤 10∼11월 실사도 마무리하며 상장을 서두르기도 했다.

그러나 태광실업이 올해 초 사전 작업을 충분히 마친 뒤 상장에 나설 것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태광실업 상장을 맡은 증권사들은 태광실업의 기업공개 시기를 내년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상장을 위해서는 이전에 지분 상속 문제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규모가 크게 성장했음에도 사전 작업을 충분히 한 뒤 상장한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며 “최근 박 회장의 별세로 태광실업 상장은 예상보다 더욱 천천히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예측하기 힘들고, 지분 상속 문제도 있어 정확한 IPO 시기 역시 예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으로 넘어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위독설 돌다 결국 영면…자녀는?
84년생 장남 중심 승계 절차 돌입

박 회장의 장례 절차가 끝나면서 경영권 승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회장의 후계자로는 장남인 박주환 태광실업 기획조정실장이 일찌감치 낙점됐다. 태광실업의 최대주주인 박 회장은 지분 55.39%를 가지고 있으며, 박주환 기획조정실장은 39.4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달 초 병세가 악화하면서 태광실업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뒤 장남이자 기획조정실장인 주환씨를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발령내는 등 경영권 승계 절차를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실업 그룹은 조만간 회사 비전을 내놓으면서 그룹의 제 2도약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부사장은 젊은 나이지만 지난 5년간 최규성 총괄사장 등 임원진의 도움을 받아 경영수업을 착실히 받아왔으며, 30대의 젊은 나이를 감안할 때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그룹의 모기업이자 주력 계열사인 신발제조업체 태광실업에 대한 기업공개(IPO)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올해 6월 유가증권 시장 상장 목표로 움직였지만 박 회장의 건강 악화 등으로 IPO 작업이 잠시 중단됐었다.


나이키 신발을 베트남서 OEM(주문자 상표 부착)으로 생산하는 태광실업은 현금 보유 등 재무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나이키 신발의 10%가 넘는 물량을 태광실업이 맡아 생산하고 있어 향후 성장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밀화학소재 기업인 휴켐스도 2016년부터 3년 연속 영업이익률 10%를 넘길 정도로 양호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에 태광실업은 상장되면 신발·의류 업종의 대장주로 수조원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공격 경영

박 부사장 등은 기업경영뿐만 아니라 한국·베트남 양국 교류 협력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박 회장의 뒤를 이어받아야 하는 임무도 맡게 됐다. 태광실업이 앞으로 어떻게 변신해갈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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