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국순당 속사정

2020.02.10 10:32:09 호수 1257호

빨간불? 파란불? 신호등 기다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국순당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지난해 실적에 따라 상징폐지 기로에 서기 때문이다. 물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운명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국순당은 전통주 제조 기업이다. 창업주는 입지적 인물로 꼽힌다. 고 배상면 회장은 ‘백세주 신화’를 썼다. 그는 대중주 시장에 전통주를 편입시켰다. 획기적이었다. 한때 국순당 매출 90%는 백세주 하나로 채워졌다. 사세는 확장됐다. 지난 2000년 국순당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백세주 신화

업황은 예전 같지 않다. 실적 면에서 저조하기 때문인데 4년 연속 적자 행진이다. 시발점은 ‘가짜 백수오 파동’이었다. 지난 2015년 토종 약초 ‘백수오’ 제품에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 이엽우피소는 안전성이 평가되지 않은 약초였다. 국순당에도 불똥이 튀었다.

백세주 원료창고서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으나 완제품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국순당은 유통 제품 전량을 회수토록 했다. 선제대응이었지만 소비자 심리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후로 실적은 내리막을 탔다. 국순당 매출은 ▲2015년 749억원 ▲2016년 684억원 ▲2017년 600억원 ▲2018년 526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영업 적자도 지속됐다. 2014년 ‘8억원 흑자’서 2015년 ‘83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국순당은 매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2016년 54억원 ▲2017년 35억원 ▲2018년 27억원 적자였다.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는 지난해 3월 국순당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별도 기준 4년 연속 영업 손실 코스닥 기업은 관리종목이 된다. 성패는 올해 감사보고서에 달려 있다. 지난해에도 영업 적자라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다. 보고서는 3월 말 공시된다.

업계 안팎에선 흑자 전환 가능성을 어렵게 본다. 국순당은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369억원 매출에 4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감사보고서에 적자가 명시되면 거래가 정지된다. 투자자들은 투자금 손실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상장 폐지(이하 상폐)로 이어지지 않는다. 따로 절차를 밟게 된다.

코스닥 상폐 실질심사는 3심 체제다. 1심은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서 시작되며 2심은 코스닥심사위원회서 진행된다. 이때 상폐 여부가 갈린다. 기업이 이의를 제기하면 3심이 열린다.

상폐 위기 고조3월 보고서에 주목
경영권 소송 임박? “사실과 다르다”

개선 기간은 심사에 따라 최대 2년이다. 그동안 국순당은 영업 손실 회복 요인을 소명하고 증명해야 한다. 일각에선 상폐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거래소는 다양한 조건을 입체적으로 적용한다. ▲기업 계속성 ▲투자자 보호 ▲경영 투명성 등이다. 기업 계속성이 핵심으로 꼽힌다.

국순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시장에선(국순당이) 영업 손실을 당장 보전하기엔 어렵다고 보는 것 같다”면서도 “재무건전성 등을 따져봤을 때 당장 심사에 오른다 하더라도 상폐될 것이라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국순당 적자 규모는 상당 폭 감소했다. 2015년 83억원에서 2018년 27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부채비율(별도 기준)도 10% 미만을 유지했다. ▲2015년 9.35% ▲2016년 9.21% ▲2017년 8.91% ▲2018년 8.71% 등이다.

적자 국면서 잉여현금흐름(영업활동에 지출된 금액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한 현금)은 흑자를 나타냈다.

국순당은 벤처캐피털(VC) 투자로 수익을 실현한다. 자회사 지앤텍벤처투자는 2015년부터 당기순이익을 냈다. ▲2015년 17억원 ▲2016년 11억원 ▲2017년 ▲2018년 8억원 등이다. 3분기에는 당기순이익 17억원을 기록했다. 국순당은 이곳 최대주주(96.49%)다.
 

▲ 국순당 백세주

IMM16호 기업구조조합서도 수익이 났다. 다만 국순당은 3분기에 기업구조조합을 청산했다. 국순당은 3분기 기준 투자 부동산 199억원을 갖고 있기도 하다.


국순당은 지난 3일 ‘경영권 분쟁 소송’을 공시했다. 주주명부열람 및 등사 가처분에 관한 소송이다. 당사자는 디앤에이치투자자문이었다.

통상적으로 주주명부열람은 ‘적대적 M&A(인수합병) 서막’으로 인식된다. 시장은 경영권 분쟁 소식에 반응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국순당은 지난 5일 오전 9시30분 전 거래일 대비 약 8%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김형태 디앤에이치투자자문 대표는 지난 5일 “시장에 불필요한 오해를 주고 싶지 않다”며 “주주명부 열람요청은 다른 주주들과 소통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국순당 최대주주 지분율과 자기주식 지분율을 고려하면 적대적 인수를 할 수 없고, 의도도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국순당은 상폐 위기에 몰려 있지만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상태”라며 “자회사는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고, 상폐만 피할 수 있다면 좋은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투자했다”고 해명했다.

변수는?

국순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경영권 분쟁은 아니다”라며 “(오너 일가)지분이 적다면(경영권 분쟁을) 가정할 수 있겠지만 40% 정도 지분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공시 시스템 상 카테고리별로 묶이다 보니 ‘경영권 분쟁 소송’으로 공시됐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국순당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42.01%다. 최대주주는 오너 2세 배중호 대표(36.59%)다. 아들 배상민 상무와 딸 배은경씨는 각각 4.06%, 1.33%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순당 3세는?

배중호 국순당 대표 장남 배상민 상무는 지난해 3분기부터 혁신사업본부 본부장으로 활동 중이다.

배 상무는 1981년생으로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구매, 기획 등 부서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지난 2015년 11월 영업총괄본부장으로 선임됐다.

배 상무는 2016년 조모로부터 주식 50만주(2.80%)를 증여 받은 바 있으며 현재 국순당 2대주주다. <수>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