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장녀 주목받는 이유

2020.02.03 10:26:07 호수 1256호

다크호스 부상 ‘터 다지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금호가 장녀가 새해 들어 지분을 매입했다. 보유 지분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후계 구도에 있는 3세들과 비교했을 때 턱 없이 적다. 그런데도 관심을 산다. 왜일까.
 

▲ (사진 왼쪽부터)박삼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박주형·박준경·박철완 상무


최근 금호석유화학그룹은 ‘3세 시대’를 준비 중이다. 후보자는 3명이다. 박준경·박주형 상무(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자녀)와 박철완 상무(박정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외아들)다.

3세 시대

꾸준히 지분을 끌어 모으는 사람은 박주형 상무다. 그는 올해만 세 차례 매수했다. ▲8일 2856주 ▲10일 1만494주 ▲14일 4000주 등이다. 모두 1만7350주다. 지분 가치는 약 13억원으로 추정된다.

박 상무 지분은 0.88%로 1%선 아래에 있다. 두 오빠들에 비해 지분 격차가 상당하다. 사촌오빠 박철완 상무가 10.00%로 가장 많다. 친오빠 박준경 상무는 7.17%로 두 번째다.

박 상무의 지분 규모는 미미하다. 단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지분 변동은 박 상무를 주목받게 했다. 


사실 금호그룹에 ‘금녀의 벽’이 있었다. 창업주 고 박인천 명예회장의 뜻이었다. 오직 아들만 경영에 참여했다. 딸은 계열사 지분도 가질 수 없었다. 형제공동경영합의서(2002~2008년)에도 적시돼있다.

박 상무는 그 벽을 최초로 깼다. 신호탄은 2012년 12월17일에 울렸다. 박 상무는 이날 금호석유화학 주식 1000주를 매입했다. 여성으로는 그룹 직계 자손 가운데 처음이었다. 박 상무는 같은 달 1만5500주를 추가로 쥐었다.

그는 1980년생으로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학과를 거쳤다. 졸업 후 미국서 연수를 받았으며 인턴 생활도 했다. 첫 직장은 대우인터내셔널(포스코인터내셔널 전신)이었다. 박 상무는 2010년 입사해 5년 정도 일했다. 근무한 분야는 에너지, 자원 영역이었다.

박주형 상무 올해 지분 확보 유일
첫 여성 경영인 후계 경쟁력 상승?

평가는 긍정적이며 직원들 간 관계는 원만했다고 한다. 소탈하고 성실한 스타일이었다. ‘금호 3세’라는 사실을 주위서 잘 알지 못했을 정도였다. 특히 업무능력이 상당했다고 전해진다.

2015년 7월 박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상무로 입사했다. 금호그룹서 여성이 경영에 참여한 첫 사례였다.

박 상무가 그룹에 들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박찬구 회장이 있었다. ‘능력이 있으면 딸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그의 지론이 작용했다. 박 상무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소유 지분 변동이 가시적이었다. ▲2012년 1만6500주 ▲2013년 10만8361주 ▲2014년 15만5478주 ▲2015년 20만117주 ▲2016년 21만6709주 ▲2017년 25만323주 ▲2020년 26만7673주 등이다.

반면 박준경·박철완 상무는 현상 유지에 그친다. 박준경 상무 지분은 2011부터 그대로다. 박철완 상무는 2013년부터 멈췄다. 이들은 각각 수지 해외영업, 고무 해외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박준경·박철완 상무는 명실상부 강력한 승계 후보다. 둘은 선의의 경쟁에 놓여 있다. 두 명 모두 1978년생 동갑으로 상무보로 임원을 동시에 시작했다. 상무 승진 시기도 같다. 이들은 동일한 위치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사촌 간 우애는 돈독하다고 알려졌지만 후계 경쟁은 여러 변수를 낳기도 한다. 불꽃이 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당장 박철완 상무가 우위를 점했다. 3세 중 가장 많은 지분이 있는 그는 아버지로부터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물려받았다.

박찬구 회장은 금호그룹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직계는 박준경 상무다. 박철완 상무는 그의 조카다.

사내 핵심 자금담당 맡아 
“입사 늦어 지분 매입한 것”

박 상무는 올해부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분 매입은 현재진행형이다. 업계 안팎에선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한다. 금호석유화학은 박 상무 지분 ‘보유 목적’을 ‘회사 전반에 대한 경영권 확보 및 행사’로 명시했다.

박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구매·자금 부서서 첫 발을 뗐다. 구매·자금은 금호석유화학 핵심 파트로 현재 그는 이곳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금호그룹은 자회사 금호피앤비화학에 외부 수혈을 단행했다.

지난해 2월 이사회서 신우성 전 한국바스프 대표이사가 선임됐는데 그룹 역사상 외부 인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한 건 처음이었다. 조직 문화 개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해석됐다.

박 상무는 이곳서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다. 지난 2016년 1월 취임했는데 눈길이 가는 것은 자금담당 임원이라는 그의 직책이다. 박 상무는 여기서도 핵심 부문을 챙기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박 상무와 나란히 사내이사다. 금호피앤비화학 이사회 구성원에서 금호 일가는 이들 뿐이다. 여러 모로 박찬구 회장이 박 상무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는 방증으로 분석된다.


행보는?

박찬구 회장은 지난 2017년 박 상무에 대해 “다른 기업에선 여성들의 참여가 많지 않나. 시대가 바뀌었으니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고 보겠다”며 그룹 경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지분 확보 배경을 “아무래도 (박 상무는)다른 3세들(박철완·박준경 상무)보다 늦게 입사했기 때문에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기존 3세들과 비교했을 때 지분 격차가 큰 상황”이라며 경영권 초석 다지기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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