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변수’ LS그룹에 무슨 일이…

2020.02.03 10:13:28 호수 1256호

욕심이 없는 거야? 버린 거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사장이 스스로 물러났다. 대표이사 취임 10일 만이다. LS그룹 장손이 이탈하면서 후계 경쟁력을 자랑했던 그다. 승계 구도가 한층 꼬이는 모양새다.
 

▲ (사진 왼쪽부터)구자철 LS그룹 회장, 구본혁 부사장, 구본권 상무


LS그룹은 3개사 중심 집단이다. LS(전선·전력), 예스코홀딩스(도시가스), E1(에너지)이다. 이들은 모두 지주사 역할을 한다.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사장은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지난달 1일 취임했다. 회사는 꼭 열흘 만이었던 같은 달 10일, 대표이사 변경을 알렸다.

승진하고
바로 사퇴

구 부사장은 스스로 직에서 내려왔다. 이른바 ‘셀프 사퇴’다. 이제 막 승진한 후계자가 스스로 퇴진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요인은 ‘새로운 분야를 경영하는 어려움’으로 전해진다. 구 부사장 전문성은 ‘구리’에 있다. 그는 ‘한국 구리왕’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아들이다. 예스코홀딩스는 도시가스 공급업체다. 성격이 상이하다.

구 부사장은 LS전선 해외영업부문과 LS그룹 사업전략팀 부장을 거쳤다. 주요 무대는 LS니꼬동제련이었다. 구 부사장은 LS니꼬동제련서 전략기획부문장, 지원본부장, 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17년 LS니꼬동제련 부사장에 오른 그는 사업 전반을 이끌었는데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구 부사장은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글로벌 경영 성과가 가시적이었고, 특히 해외 광물 구매계약 체결에 공을 세웠다.


예스코홀딩스는 부친이 일궈낸 회사기도 하다. 구자명 회장은 예스코홀딩스 전신 극동도시가스서 근무했다. 그는 회사를 키워내고 회장이 됐다.

구 부사장은 예스코홀딩스 미래사업본부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1년 정도 경험을 더 쌓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가 일궈낸 회사서 감각 없이 움직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계제로’ 정주행? 역주행? 
셀프 사퇴 아직 때 아니다?

LS그룹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도시가스 사업 환경이 만만치 않다. 구 부사장은 기획·전략 분야서 커리어를 쌓았다”며 “기존 노하우를 가지고 연속성 있게 (경영)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작은아버지의 설득이 있었다”고 말했다.

빈자리는 구 부사장 작은아버지인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이 채웠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으로 취임했다. 구 부사장에게 회사를 맡기고 경영일선서 물러난 바 있다.

LS그룹은 ‘장자승계’와 ‘사촌경영’을 철저한 원칙으로 한다. LS그룹은 구인회 LG 창업주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이 창립했다. 구태회·구평회·구두회 명예회장이다. 이른바 ‘태평두 3형제’다.
 

▲ LS그룹 사옥

2세들은 약속을 지키고 있다. 실제로 장자가 번갈아가면서 그룹을 경영한다. 먼저 구태회 회장 장남이 LS그룹 회장이 됐다.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이다. 재임 기간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다.

바통은 구평회 회장 장남이 받았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이다. 차기 회장은 구두회 회장 장남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유력하다. 큰 변수 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3세는 전직 세대와 궤를 같이 할 공산이 크다. 순번에 따라 구자홍 회장 장남이 승계하는 그림이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구자홍 회장 장남은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다. 그는 그룹과 동떨어져 벤처캐피탈을 운영한다. 가지고 있던 LS 지분도 전부 팔아치웠다. 그야말로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장자승계
3세도?

지분은 지난해 전량 매각됐다. 그해 남은 17만4740주는 12월을 끝으로 ‘0’이 됐다. 세부적으로 ▲8월 1만1217주 ▲9월 3만1596주 ▲10월 2만6687주 ▲11월 7만주 ▲12월 3만5240주 순으로 소각됐다.

승계가 3세까지 넘어오기까지 긴 시간이 남았다. 10년 정도다. 다만 비교적 선명한 후계 구도가 흐릿해졌다.

남은 3세는 모두 4명이다. 구 부사장을 비롯해 구본규 LS엠트론 부사장,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상무, 구동휘 LS밸류매니지먼트 전무다.

차례로 구 부사장과 구본규 부사장, 구본권 상무는 모두 ‘구태회 일가’다. 구 부사장은 구리왕 구자명 회장 아들이다. 구본규 부사장은 구자엽 LS전선 회장 장남이다. 구본권 상무는 회사로 복귀한 구자철 회장의 아들이다.

구동휘 전무는 ‘구평회 일가’다. 아버지는 구자열 LS그룹 회장이다. ‘구두회 일가’는 사실상 차기 회장으로 낙점된 구자은 회장이다. 구자은 회장 슬하에 딸만 있다.
 

▲ 구동휘 LS그룹 전무

구 부사장은 3세 가운데 맏형으로 나이가 가장 많으며 직급도 가장 높다. 구 부사장은 구본웅 대표 퇴진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이번 자진 사퇴로 기세가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LS그룹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며 “그룹은 명예회장들의 원칙(장자승계)에 따라 조화와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고 전했다. LS 지분 보유량서 구 부사장은 2등이다. 1등은 구동휘 전무로 2.22%, 구 부사장은 1.42%다. 구본규 부사장은 0.64%, 구본권 상무는 0.13%다.


후보 4명
향배는?

구 전무는 지분 매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지난해에만 5만3819주를 확보했다. ▲5월 2만3900주 ▲8월 2만9919주 등이다. 구 부사장은 그해 6월 4만5000주를 증여받았다.

올해 지분을 사들인 유일한 3세는 구 전무다. 지난달 10일 1500주, 14일 1000주를 매입했다. 모두 2500주다. 구 전무 지분 총합은 71만4799주다. 구 부사장은 45만7054주에 그친다.

LS그룹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지분은 자금이 있을 때, 자금이 필요할 때 사고팔 수 있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지분 매입이 그룹 경영원칙을 흔들거나 영향을 미치는 구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구 전무는 1982년생(한국 나이로 39세)으로 아직 40대가 아니다. 그는 지난 2013년 LS그룹 차장으로 입사 후 4년 만에 이사가 됐다. 지난 2018년에는 상무로 승진했다. 구 전무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초고속 승진을 밟고 있다. LS그룹 3세 중 유일하게 지주사서 근무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구 부사장은 1년을 기약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 임원 인사서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로 돌아온다.
 

구 부사장은 추가 경영 수업을 받는다. 업무 파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는 지난 2018년부터 예스코홀딩스 비상근 등기 이사였다. 당시 구 부사장은 LS니꼬동제련 부사장으로 활약 중이었다.

그룹 장손은 지분 전량 매각 
3세 후계구도…점차 안갯속

구 부사장에게 예스코홀딩스는 전 직장과 다소 차이가 있다. 회사 규모부터 다르다. LS니꼬동제련은 지난 2018년 기준 연매출 7조4489억원을 기록했다. LS그룹 핵심 계열사다.

예스코홀딩스는 3년차 지주사다. 계열사로 사업회사 예스코(도시가스 공급업체)와 몇몇 자회사가 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지분법상 1조954억원이다. 격차가 상당하다.

예스코는 일정 지역서 공급 권역을 확보했으며 수익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포화상태로 다양한 에너지원과의 경쟁도 간과하기 어렵다. 직책 역시 만만치 않다. 구 부사장은 예스코홀딩스 미래사업본부장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핵심이다.

수익성도 낮다. 지난 2018년 1조 매출 당시 영업이익은 252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2.3%였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1.9%에 머물렀다. 결국 새로운 캐시카우 확보가 관건으로 풀이된다.

1년 뒤
복귀할까

LS그룹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구 부사장의 퇴임 결정은)개인 영달이 아니라 회사 입장서 생각한 것”이라며 “오너 자제라고 해서 직책을 뛰어넘지 않는다. 단계를 밟아가며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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