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추위 속에서’ 박지혜

2020.02.03 10:12:11 호수 1256호

전기장판 속 따뜻한 온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있는 갤러리밈은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영큐브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 프로젝트에 선정된 박지혜 작가가 개인전 전기장판 MANIA’로 관람객들과 만난다. 이번 개인전은 2020년 갤러리밈의 첫 전시다.
 

▲ 박지혜_ROOM_acrylic and oil on canvas_ 91.0x116cm_2019


박지혜 작가는 개인전 전기장판 MANIA를 대부분 신작으로 채웠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정서적이고 실제적인 경험을 통해 우러난 추위가 주제다. 차가움보다는 따뜻함과 추위 속에서 느끼는 환상을 작품화했다.

추운 작업실

박지혜는 전기장판에 대한 강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와 떨어져 혼자 자기 시작했을 때부터 심리적 불안 때문인지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예민해졌다. 극심한 비염과 알레르기가 생겼고 손발은 항상 차가웠다고 떠올렸다.

당시의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박지혜는 겨울을 두려워했고, 따뜻함과 변치 않는 온도를 갈구하게 됐다. 그는 78월 한여름을 제외하고 늘 전기장판 위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부대끼며 잠을 잤다고 한다.

이 같은 생활은 작업실로도 이어졌다. 보일러가 없는 차가운 바닥과 의자 곳곳에 전기방석과 전기장판을 깔았다. 박지혜는 실내지만 바깥과 같은 공기를 가진 공간에서의 작업은 마치 숲속에서 혼자 야외스케치를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에
변치 않는 온도 원해

갤러리밈 전시장 한쪽 벽면에 길게 걸린 대형작품 야외스케치가 이때 완성됐다. 이 작품을 보면 박지혜가 느낀 추위가 어렴풋이 감지된다. 갤러리밈 관계자가 캠핑을 좋아해 이 작품을 그렸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작업실이 너무 추워 숲속에 나와 있는 것 같아 그렸다고 웃으며 답했다.

털모자를 쓰고 담요를 두른 뒤 전기장판과 난로의 미약한 열에 의지했던 그는 결국 외풍이 들어오던 큰 창문을 두꺼운 포장지로 막았다. 빛이 차단된 공간은 낮이나 밤이나 어둠에 휩싸였다. 박지혜에게 그 어둠의 공간은 현실세계서 벗어난 그림만을 위한 세계였고, 그곳에서 그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각이 혼재된 이미지를 상상했다.
 

▲ 박지혜_올빼미_acrylic and gouache on paper_ 23.4x32.1cm_2019

박지혜는 상상의 시선은 화장실에 붙어 있는 작은 나방들로 향했다. 나방들은 작업실서 나를 제외한 유일한 생명체로, 마치 내 그림을 구경하러 온 관객 혹은 비판의 눈길로 바라보는 평론가의 시선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방들은 죽여도 다음날이면 다시 태어났고 우리는 서로를 관찰했다진화한 듯 꿋꿋이 버티던 나방들이 추위를 이기지 못해 하나둘씩 사라지고 영하의 온도가 모든 생명체를 잠식했을 때 전시 준비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낮도 밤도 구분되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나방 바라봐

박지혜의 작품은 크게 두 가지 세계로 나뉜다. 추위를 그린 어두운 숲, 작업실서 추위를 함께 견디는 나방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나방 시리즈와 따뜻함을 갈망하는 불꽃, 전기장판, 꿈을 그린 거대담요와 같은 작품들이다.

난로왕‘ROOM’은 그의 작업실을 배경으로 그렸다. 살롱문화가 흥했던 19세기 작품들처럼 그림 속에는 박지혜가 작업 중인 실제 작품들과 물품들이 등장한다. 현실을 바탕으로 추위가 없는 따뜻하고 안락한 희망이 뒤섞인 새로운 세계다.
 

▲ 박지혜_야외 스케치_acrylic and oil on canvas_ 162.2x356.1cm_2019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박지혜의 작품에 대해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 웹툰과 만화와 같은 매체서 자양분을 흡수한 후 그 자양분을 회화적 형식으로 풀어놓는다사사로운 일상의 에피소드와 현실 인식, 순간적인 발상과 착상, 혼미한 기억과 스쳐가는 생각을 섞어 또 다른 현실, 다중 복합적이고 중층화된 현실, 느슨한 현실에 가린 긴박한 현실인식의 장을 열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뜻한 환상


박지혜는 자신의 작가노트에 신체·정서적 추위로 전기장판 마니아가 돼서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오가는 지금의 시기를 작품으로 남겼다언젠가 마음껏 온도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적었다갤러리밈 관계자는 작가가 처한 정서적이고 실제적 상황 속에서 탄생한 이번 전시는 핀란드의 장 시벨리우스가 작곡한 필란디아처럼 추위 속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16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박지혜는?]

학력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화학과 졸업(2014)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학과 졸업(2010)

개인전

전기장판 MANIA’ 갤러리밈(2020)
그림수거아트비트갤러리(2019)
기념비적인 일상’ Gallery POS(2013)
감정의 계절아트스페이스 스칼라티움(2012)

그룹전

‘STAR; Start Of Point 별이 빛나는 시간대구EXCO(2019)
‘2019 PACK:
모험! 더블 크로스탈영역 우정국(2019)
3A1 신진작가전금보성아트센터(2018)
네이버x프린트베이커리-오직·순수·회화프린트베이커리(2017)
‘Carnival_as_usual’ 189hongfugallery(2016)
일상이상네이버사옥(2016)
코타츠 드로잉광진교8번가(2015)
예민한 수다가회동60(2015)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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