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35)

2012.07.23 10:47:43 호수 0호

길이 아니면 가지 마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과욕 버리고 냉철한 판단이 후회 막는 길
한 번 배신은 또 다른 배신을 낳는다

“물론 꼭 사기가 성립된다는 건 아니네. 모든 게 사실을 밝혀 봐야 알겠지만 내말은 그런 혐의를 받을 경우 해명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걸세. 그자가 상대방 회사와 서로 짜고 자네에게 올가미를 씌우려고 한 게 분명하다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네. 그렇지 않으면 돈을 대여해 주면서 차용증에 보증을 서는 것도 아니고 개발 선수금을 지급한다는 명목의 약정서를 작성하는 그런 편법을 쓸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은가. 어쨌거나 보통수법이 아닌 자들인 것만은 분명하네.”

인맥 내세워 접근해

“그럼, 돈을 돌려주면 괜찮을까?”
“물론이지. 자네가 그 돈을 책임지고 상환할 마음이 없다면 당장에 돌려주고 작성해간 약정서를 반환받게.”
“임 이사, 그런데 문제는 말이야. 강 전무 그자가 내년에는 우리 회사 영업을 도와 1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려주기로 약속했다네. 그래서 어떻게 할지 약간의 고민이 되기도 한다네.”
서 사장은 만약 이번 일이 틀어질 경우 그자와 사이가 벌어지면 영업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 염려된다는 투로 말했다.
“그럼, 자넨 어떻게 하려고?”
“그자들의 의도를 안 이상 돈을 건네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다만 영업도 무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하는 말이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 하고 자신의 우유부단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판단을 뒷받침해주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내 의견을 물었다.

“서 사장이 망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건 잘 아네. 다만 내 경험에 의하면 이번 일을 주도한 그자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네. 그자가 서 사장을 진실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함정을 파서 올가미를 씌우지 않을 걸세. 내 한번 물어보세. 그 자가 지금까지 영업을 하여 납품한 곳이 있는가?”
“아직은 한 건도 없네.”
“내 그럴 줄 알았네. 그 자는 분명 유명 인사들과의 관계가 돈독함을 내세우며 자신의 인맥으로 해내지 못할 게 없다면서 많은 매출을 일으켜 주겠다고 호언장담했을 것이네.”
“하긴 그래. 지인으로부터 소개받고 처음 면담 시부터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기업체 임원들과 친분이 대단하다고 자랑을 늘어 놨다네.”

“서 사장, 내말 좀 더 들어보게.”
나는 좀 더 침착하게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시점에서 잘 도와야 서로 좋을 것 같아서였다. 
“내가 보기에 이미 그 자가 자네에게 접근한 의도는 이번 건으로 인해 드러났다고 생각하네.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자네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려고 술책을 부리는 사람을 믿고 회사의 영업을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능력도 중시해야하지만 동행 한다는 것은 능력자보다 바른 인성을 가진 자를 필요로 하지 않겠는가. 능력이 부족한 것은 작게 잃는 것에 비해 심성이 곧지 못한 음흉한 자가 돌아서서 뒷북을 때린다면 전부를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일세. ‘한번 배신은 또 다른 배신을 낳는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내 결론적인 판단은 그 자와 함께 한다면 결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일세. 참고하게”


서 사장도 내 얘기가 타당하다고 생각했는지 선뜻 받아들이고 있었다.
“임 이사, 내가 자네 말을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는가? 내가 곤란한 일을 겪을 때마다 자네가 어디 한두 번 구해주었는가!”
“에이, 이 친구야, 내 용비어천가를 듣자고 한 말이 아닐세. 판단 한 번 잘못해서 수억, 수십억원 날린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과욕을 버리고 냉철한 판단만이 후회를 막는 길이라고 생각하네.”
“물론이지! 자네 말을 듣고 보니 오후 내내 막혀 있던 심정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 같네. 그런데 어쨌든 사업은 해야 할 게 아닌가? 나도 내일 아침에 당장 입금 받은 돈을 전부 반환할 생각이네만, 내가 허락해놓고 지금 와서 안 된다고 거절한다는 게 좀 멋쩍기는 하네.”

아무나 상종하지 마라

“허, 이 친구야. 지금 체면 따지게 되었는가? 자네사정이 힘든 거야 내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옛날 말이 있지. 아무리 급해도 돌아가는 게 좋고,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하지 않던가. 설령 영업이 어렵다고 해도 자네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자하고 손을 잡으면 언젠가 반드시 후회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하네. 나 같으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런 자들하고는 상종하지 않겠네.”
“자네의 충고 고맙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나서기가 좀 그러니 자네가 나서서 약정서를 받아주고 그자와 내가 오해가 없도록 해주면 안 되겠는가? 좀 도와주게나.”
애원하듯 청하는 서 사장 말에 내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선뜻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 오랜 친구를 위해 악역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또 어떤 계략에 휘말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허, 자네도 참 좋아! 그렇다면 어쩔 도리 없지. 언제 약속하면 좋겠는가?”
허락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 사장 음성이 밝아지면서 활기를 띠었다.
“내일 아침 11시경이 어떻겠나? 가능하면 일찍 해결하고 싶네. 자네한테는 미안하지만.”
“알겠네. 그렇다면 내일 내가 출근하고 사정을 봐서 되도록 그 시간까지 사무실로 갈 테니 그자와 약속을 해두게. 그리고 약정서가 잘못된 것 같다고 하면서 무조건 가져오라고 하게. 만약 약정서를 가지고 오지 않으면 돈을 입금해 줄 수가 없다는 식으로 말해주게. 그자가 무엇이 문제냐고 물어도 대답은 하지 말고 무조건 이해 못할 부분이 있다고 하면서 원본을 잠깐 보여 달라고 해야 하네. 그렇게 하면 돈을 입금 받을 욕심으로 가져오지 않을 수 없을 거네.”
마음 약한 서 사장이 그자에게 또 뭔가 말려들지 않을까하고 나는 괜한 노파심이 들어 거듭 다짐을 했다.

“정말 미안하네. 내 이번에도 자네의 말을 듣고 보니 마음이 놓이는구먼. 오죽이나 고민했으면 또 도움을 요청하겠는가?”
몇 번이고 고맙다는 그와 전화 통화를 마치고 자리에 누워 잠이 들기 전까지 원만하게 대처할 방안을 곰곰이 생각했다.
다음날 오전,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근해서 전날 밀린 결재를 마무리하고 각 부서업무보고를 받은 후 약속 장소인 여의도 서 사장 사무실로 갔다.
정해진 시간에 때 맞춰 도착하니 사무실에는 서 사장과 강 전무로 보이는 60대 남자가  소파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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