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오늘의 작가’ 유영호

2019.09.23 09:34:59 호수 1237호

‘그리팅맨’으로 남과 북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김종영미술관은 2004년부터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를 선정해 매년 오늘의 작가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유영호 작가가 선정됐다. 그는 3의 길을 가고 있는 아티스트라 불린다.
 

▲ 유영호, 평화의 길, 12 x 10 x 3.3(m), 알루미늄 주물, 레진, 우레탄 칼라, 2019 (5)


유영호는 그리팅맨, 이른바 인사하는 사람을 세계 여러 곳에 설치하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MBC 사옥 앞 광장에 세운 작품 월드 미러가 영화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등장하면서 화제가 됐다.

남쪽 옥녀봉

그리팅맨은 특정인을 모델로 하지 않고 단순화한 남자 누드상이다. 15도로 고개를 숙인 그리팅맨은 보는 사람에게 가식적으로 보이지 않으면서도 자존감을 가지고 겸손하게 또 정중하게 인사하는 모습이다.

유영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사가 모든 인간관계의 시작이라고 봤다. 그는 그리팅맨 프로젝트를 통해 종교와 인종, 무역으로 인해 전쟁을 겪고 있는 동시대인들과 함께 만남, 공존, 화해와 평화를 기원하고자 했다.

그리팅맨은 국내외 10여 군데에 서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84(현지시각) 한국과 브라질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하고, 상파울루에 있던 한국문화원이 파울리스타로 옮겨 새롭게 개원하면서 앞마당에 설치됐다.


작품 제작부터 운반과 설치 비용은 모두 유영호가 부담한다. 작품을 기증하는 것이다. 작품 설치가 완료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2~3. 설치하고자 하는 지역 관청에 제안해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유영호의 개인전 제목은 요기. 요기는 가까운 특정 장소를 가리키는 말이다. 전시에는 평화의 길’ ‘인간의 다리’ ‘연천 옥녀봉-장풍 고잔상리 그리팅맨등 총 3점이 소개된다. 남북 화해를 통해 민족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작가의 바람이 담겼다.

평화의 길은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두 팔을 벌려 손을 잡고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다. 전시작품은 모형인데 실제 작품에서는 관객들이 마주 잡은 팔 위로 걸어 다니며 주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인사하는 남자’ 10여곳에
지자체와 협의·자비로 설치

전시 작품은 모형이지만 전시장을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하다. 관객은 두 사람을 올려보며 실제 설치된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다. 인간의 다리도 비슷하다. 강 가운데 고개 숙여 인사하는 사람이 두 팔을 벌려 다리가 됐다. 관객들이 접하는 것은 1/200으로 축소된 모형이다.

전시 제목인 요기는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옥녀봉과 휴전선을 경계로 마주보고 있는 북한 황해남도 장풍군 고잔상리 마량산이다. 유영호는 2016423일 옥녀봉에 5번째 그리팅맨을 설치했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으로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달던 때였다.
 

▲ 유영호, 인간의 다리,  6.5 x 1 x 1 (m), 알루미늄 주물, 스테인레스 스틸, 우레탄 칼라, 2019 (부분)

미술가로서 이런 시국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남쪽 옥녀봉과 북쪽 마량산에 휴전선을 경계로 마주 보고 인사하는 그리팅맨을 세우는 방안을 생각했다. 그는 먼저 연천군에 제안했고 2년 만에 옥녀봉에 그리팅맨을 세웠다.

북녘 땅에 있는 마량산은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쳐 아직 그리팅맨이 설치되지 않았다.

마량산은 6·25전쟁 당시에는 317고지로 불렸다. 1951103일부터 8일까지 중공군과 호주군 사이에 치열한 고지전이 펼쳐진 곳이기도 하다. 유영호는 마량산에 나머지 그리팅맨을 세우는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자 연천군과 여전히 협의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기다리며 작품의 제작 비용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북쪽 마량산


김종영미술관 관계자는 유영호는 작가로서 시대와 사회의 실존 문제를 매우 깊이 있게 살피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작업을 풀어나가고 있다그는 작품을 화이트 큐브에 진열해서 상품으로 거래하는 구조를 거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영호는 지역사회에 제안하고 협의를 거쳐 작품을 제작하고 기증해 의미를 공유하고 싶어한다. 이는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은 길이라며 그가 제3의 길로 선택한 공공성이야말로 동굴서 처음 그림을 그린 선조들이 추구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전시는 113일까지.


<jsjnag@ilyosisa.co.kr>

 

[유영호는]

학력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 아카데미 브리프(19992003)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 마이스터 쉴러-링케 클라스(19992002)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1984-1991)

개인전

‘Symmetry’ 멀버리 힐즈 갤러리(2018)
‘Greetingman’ Guayaquil(2018)
‘World Mirror’ Tababela Redonde in Quito(2017)
‘Greetingman’ Equator Line in Cayambe(2017)
유영호 조각전 self-reflection’ 연강갤러리(2017) 외 다수

수상


국립 창동 미술 스튜디오 레지던스 프로그램(20042005)
김세중 청년 조각상
(2004)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